인터넷 검색과 정보 공유가 일상화한 환경에서 모바일 인터넷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숙소 공유 모델을 만들어낸 에어비앤비의 사무실 내부. 태극기가 걸려 있는 게 이색적이다.
[정보주권, 알아야 누린다] ② 세상을 바꾸는 공식의 등장
지난 1월7일 오후 2시 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아이폰을 열었다. 목적지가 구글 지도에 정확히 표시되어 있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다. 구글의 알고리즘이 숙소 주인과 내가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분석해서 이날 내가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근처인 ‘소마’의 한 주택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동으로 표시를 해 둔 것이다. 생전 처음 나서는 길이지만 구글 안내만 따르면 40분 뒤에 문제없이 숙소에 도착할 것이다.
숙소는 스튜디오형 주택(큰 원룸 형태의 집)이었다. 집주인 애덤(25)이 “해커하우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반갑게 맞았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가격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고연봉에 기술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상태다. (한 자리씩 배당된) 2층침대 5개, 공동화장실 2개, 무료 시리얼과 우유가 포함된 이곳에서 하루 묶는 비용은 9만원 선이다.
소렌(18)은 미국 미네소타에서 홀로 넘어와 이곳에 머물고 있다. 3개월 동안 열리는 컴퓨터개발자 속성 교육과정을 수강하기 위해서다. “수강료가 1만2000달러(약 1300만원)예요. 갓 고등학교 졸업한 애한텐 큰돈이죠? 그래도 여기서 일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금방 뽑죠.” 그런 일자리를 구하는 데 대학 졸업장은 불필요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콜롬비아, 일본, 노르웨이 등 세계 각지의 프로그래머, 소셜네트워크 마케터,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 등이 한데 산다. 하나같이 재기가 넘치는 이들은 페이스북처럼 ‘대박’이 될 회사를 창업하거나, 적어도 그런 회사에 취업하길 꿈꾼다.
다음날 인터뷰를 하러 나섰다. 통역을 도와주기로 한 이원표 ‘에데수닷컴’ 대표는 꿈을 좇는 실리콘밸리의 기원은 지금의 아이티(IT) 활황기보다 역사가 깊다고 말했다. 그도 온라인 광고기업을 창업했다. “이곳 사람들의 90%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 인생을 일구려 외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시작은 19세기 서부의 골드러시 때부터죠. 개척정신과 기술진보에 대한 믿음이 결합된 게 실리콘밸리예요.”
‘에어비앤비’ 통해 예약한
실리콘밸리 숙소에 가보니
대박을 꿈꾸는 젊은이들 모여
우버택시 기사는 가난한 유학생 “일자리 없는 기술혁신 뭐가 좋냐”
“번영 나누도록 사회 재설계하자”
실리콘밸리 한켠에서 열띤 논쟁 네이선 블러차직(31)은 야심찬 젊은이들이 동경할 만한 성공한 엔지니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에어비앤비의 3인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그의 지분 가치가 19억달러(약 2조1400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한다. 그는 기술이 사회를 진보시킨다는 강한 믿음을 지녔다. “우리들은 해결책이 없다고 여겨져온 문제에 대안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규제자(정부)는 문제만 보죠. 혁신에 옛날 해결책을 적용하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기술은 국가보다 큰 개념이었다. 국가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혜택을 얻느냐, 거부하고 얻지 못하느냐” 하는 수동적인 존재다. 그런 관점에선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자 패트리 프리드먼 같은 이가 인공섬을 만들어 기술자가 운영하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이유도 납득이 된다. 패트리는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례가 운송 공유 서비스인 ‘우버’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53개 나라 200개 도시에서 서비스중인 우버는 택시산업을 크라우드소싱(대중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참여하는 방식)화했다. 앱을 통해 이동이 필요한 대중과 돈을 벌고 싶은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들은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퇴출시키고자 한다. 디지털 권력의 도래를 막아보려는 노력은 많다. 유럽연합은 구글의 데이터 독점을 막아보려 애쓰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세금 문제로 지역 정부들과 협상중이다. 콘텐츠업계의 인터넷에 대한 전쟁은 역사가 오래됐다. 2013년 테드(TED)에선 디지털 혁신에 대한 흥미로운 논쟁이 붙었다. 인터넷이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과, 기술의 힘을 믿는 경제학자 에릭 브리뇰프슨의 대결이다. 고든은 인류의 기술 혁신이 21세기 들어 정체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는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리뇰프슨은 전통의 생산량 집계에선 그럴지 몰라도 (무형이고 보통 공짜인) 디지털 경제의 창조적 생산성은 어느 때보다 강고하다고 맞섰다.
저녁 시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잡는 데 30분이나 걸렸다. 베트남에서 건너와 30년 동안 운전대를 잡아왔다는 택시기사 루이는 우버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버 때문에 벌이가 나쁘진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괜찮다”면서도 “택시를 탈 일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를 달라”며 종이에 번호를 적어 건넸다. 저녁식사 뒤 스마트폰을 꺼내 우버를 불러 보았다. 단 2분 만에 매끈한 준중형차가 도착했다. 운전자 칼리드 아흐마드가 반갑게 맞았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공대 유학생이었다. 등록금에 보태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우버를 뛴다고 한다.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자본주의죠.” 그는 우버가 정해진 수수료 20%보다 더 떼어가는 것 같아 의심스럽지만 따져볼 만큼 여유롭진 않다. 기업 가치평가가 44조 원에 이르는 우버에 의해 세계 택시산업이 재편된다면 세상의 루이는 모두 아흐마드로 대체되는 건 아닐까?
논쟁에서 날카롭게 갈렸던 고든과 브리뇰프슨이 합의를 본 지점이 있다. 지금의 기술 발전의 혜택이 경제적 하위 99%에게는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든은 “인터넷에서 공짜 음악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면 대체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브리뇰프슨은 “맞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다. 번영을 나눌 수 있도록 사회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유럽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공식을 배우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혁신의 강점은 뚜렷이 강조되는 데 비해 함정에 대한 인식은 흐릿해 보인다.
실리콘밸리(미국)/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실리콘밸리 숙소에 가보니
대박을 꿈꾸는 젊은이들 모여
우버택시 기사는 가난한 유학생 “일자리 없는 기술혁신 뭐가 좋냐”
“번영 나누도록 사회 재설계하자”
실리콘밸리 한켠에서 열띤 논쟁 네이선 블러차직(31)은 야심찬 젊은이들이 동경할 만한 성공한 엔지니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에어비앤비의 3인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그의 지분 가치가 19억달러(약 2조1400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한다. 그는 기술이 사회를 진보시킨다는 강한 믿음을 지녔다. “우리들은 해결책이 없다고 여겨져온 문제에 대안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규제자(정부)는 문제만 보죠. 혁신에 옛날 해결책을 적용하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기술은 국가보다 큰 개념이었다. 국가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혜택을 얻느냐, 거부하고 얻지 못하느냐” 하는 수동적인 존재다. 그런 관점에선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자 패트리 프리드먼 같은 이가 인공섬을 만들어 기술자가 운영하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이유도 납득이 된다. 패트리는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례가 운송 공유 서비스인 ‘우버’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53개 나라 200개 도시에서 서비스중인 우버는 택시산업을 크라우드소싱(대중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참여하는 방식)화했다. 앱을 통해 이동이 필요한 대중과 돈을 벌고 싶은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들은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퇴출시키고자 한다. 디지털 권력의 도래를 막아보려는 노력은 많다. 유럽연합은 구글의 데이터 독점을 막아보려 애쓰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세금 문제로 지역 정부들과 협상중이다. 콘텐츠업계의 인터넷에 대한 전쟁은 역사가 오래됐다. 2013년 테드(TED)에선 디지털 혁신에 대한 흥미로운 논쟁이 붙었다. 인터넷이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과, 기술의 힘을 믿는 경제학자 에릭 브리뇰프슨의 대결이다. 고든은 인류의 기술 혁신이 21세기 들어 정체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는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리뇰프슨은 전통의 생산량 집계에선 그럴지 몰라도 (무형이고 보통 공짜인) 디지털 경제의 창조적 생산성은 어느 때보다 강고하다고 맞섰다.
스마트폰 환경의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 본사 앞 에 한 행인이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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