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디지털] 모바일 앱들의 ‘진화’
우수 금융 모바일앱 평가 결과
개발자보다 사용자 우선 경향 뚜렷
“알림 신선함 사라지고 사용자 불편 초래”
카톡·페이스북도 사용자 요구 반영
우수 금융 모바일앱 평가 결과
개발자보다 사용자 우선 경향 뚜렷
“알림 신선함 사라지고 사용자 불편 초래”
카톡·페이스북도 사용자 요구 반영
사용자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 설계구조에 대한 권력 줄다리기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환경(UI)의 중요성이 높아져감에 따라, 초기설정(디폴트 세팅)에서 개발자 위주 아닌 사용자 위주의 ‘사람 친화적’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초기설정은 기술적 이해와 접근성으로 인해 개발자와 기업들이 주도해왔던 영역이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와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2014년 금융 모바일 앱 서비스 평가 결과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평가는 은행, 카드, 증권 등 세 분야의 금융사 앱 가운데 지난해 6월 중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앱 18개를 대상으로 삼았다. 웹발전연구소 대표인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제공 서비스와 콘텐츠 등 양적인 성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개인화와 설정 기능 등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를 고려한 ‘사용자 친화성’에 대한 기술적인 배려가 부족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금융 앱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높아가는 사용자 요구에 맞춰 이를 반영한 기술을 도입한 사례가 많았다. 디지털 기술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에는 걸맞은 책임이 요구되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금융 앱 평가에서도 사용자를 배려하는 기능 부문에서는 전반적으로 낙후한 점이 나타난 가운데, 증권 분야의 엔에이치(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의 ‘머그 스마트’와 미래에셋증권의 ‘엠-스톡’(M-Stock)이 좋은 평가를 받은 앱으로 꼽힌다. 증권사 앱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세·뉴스 확인, 매매주문 등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사용자의 확인을 요하는 알림도 무분별하게 울리기 쉽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이지만, 지나치면 사용자의 주의를 뺏는 기술이 된다. 두 증권사의 앱은 알림을 내보낼 분야를 구분해서 원하는 알림만 수신할 수 있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디지털 사용자의 권한 강화는 진행형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모은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이후의 과정이 대표적이다. 다음카카오 쪽이 개인정보 보호보다 정부 협조를 중시해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비판과 사이버 망명이 불거졌다.
처음엔 해명에 역점을 두던 다음카카오는 이후 ‘비밀채팅’(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논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안전하지만 약간 불편한’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사용자에게 제공한 셈이다. 비밀채팅은 강화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서 대화 당사자를 제외하면 다음카카오조차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하는 기능이다. 기술적으로 검열의 가능성을 아예 없앤 셈이다. 이 비밀채팅은 보통의 카톡 대화에 적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원하면 선택할 수 있다. 일대일(1:1) 채팅방에서만 가능한데, 메뉴에서 비밀채팅 기능을 선택하면 시작된다. 비밀채팅은 강화된 보호 때문에 보이스톡, 투표 등 채팅방의 다른 기능들이 차단된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의 앱 개발 담당자인 이원경 차장은 사용자들에게 알림 선택의 기회를 높이도록 설계한 이유로 변화한 모바일 사용 환경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초기에 알림은 신선한 서비스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앱에서 같은 기능을 사용하고 있어 스팸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불편함을 해소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종류별 알림을 구현하였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향후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만의 메뉴 자동설정 등 고객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외 서비스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대표 격인 페이스북이 지난해 5월 도입한 새로운 공유 범위 설정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스북은 ‘모두 공개’로 서비스해오던 게시물의 초기설정 값을 ‘친구에게만 공개’로 바꾼 것이다. 또 ‘모두 공개’를 할 경우 이를 경고하는 알림이 뜨도록 했고, 모바일에서도 현재 게시물의 공개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사용자가 쉽게 확인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문형남 교수는 “이번에 평가한 금융 앱의 경우, 증권 앱이 개인 선택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절대적으로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증권 앱만 해도 이번에 평가한 전체 7개 가운데 3개 정도만 개인 설정 권한에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웹발전연구소의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증권사 모바일 앱 전반적으로 티커(띠 형태의 단문 알림 서비스)를 사용자가 끄고 켜거나 관심 종목을 설정하는 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선별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설정 기능을 다양하게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나아가 이런 서비스가 올해 사용자의 선택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가 되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모바일 서비스 회사들은 소비자 주권 관점에서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동시에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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