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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자식 번호 저장 못해” “‘우리 딸’ 쓰는 법 알려줘”…아이고 답답해!

등록 2014-12-15 20:03수정 2014-12-16 10:15

지난 11일 경북 울진의 울진초등학교에서 열린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어르신 스마트 교육’ 수업에서 강사가 참가자에게 ‘셀카봉’을 이용한 스마트폰 사진 촬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북 울진의 울진초등학교에서 열린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어르신 스마트 교육’ 수업에서 강사가 참가자에게 ‘셀카봉’을 이용한 스마트폰 사진 촬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람과 디지털] 울진 ‘이동 스마트교실’을 가다
“이것 좀 안 오게 할 수 없어요?”

김옥분(가명·70)씨는 참관하던 기자를 붙들고 물었다. 김씨가 들이민 폴더형 휴대전화에는 한 유통마트의 광고 문자가 찍혀 있었다. “수시로 오는데 이거 어떻게 해요?” 옆에 있던 젊은 에스케이텔레콤(SKT) 직원이 봐주겠다며 휴대전화를 받아들었지만, ‘스팸’의 개념과 막는 법까지 설명하는 데는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머님 우선 이 문자 지워드릴게요. 이후에 (문자가) 와도 절대 답하시면 안 돼요.”

지난 11일 오전 경북 울진의 울진초등학교 운동장은 어린이와 어르신 손님 맞이로 분주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펼치고 있는 이동형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 ‘티움’이 이날 이곳에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티움은 이 회사가 이동통신 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개괄할 수 있도록 서울 본사에 전시하던 프로그램을 차에 싣고 전국의 외진 지역들을 찾아 전시하는 공익 활동이다. 지난 10월 전남 해남을 첫 수도권 밖 방문지로 시작해 울진이 두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활용 교육이 포함됐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모바일 시대 지역간 정보격차와 인식 등을 보려 동행 취재했다.

어르신 20명중 스마트폰은 1명
네트워크 효용 커질수록
이용 못하는 계층의 격차 확대

초등생은 도농간 격차 거의 없어

울진은 위도상으로 세종시보다 북쪽이지만 열차 등을 이용할 수 없어 수도권에서 가자면 차로 4시간 넘게 이동해야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10만명에 달했던 인구는 1990년대 7만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5만2000명 정도로 줄었다. ‘땅끝마을’ 해남에 이어 울진을 두번째로 찾은 배경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정부는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을 4대 정보소외계층으로 보고 이들의 정보격차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유선 환경에서 정보격차를 다루어왔는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변화한 모바일 정보통신 환경을 반영해 지난해 최초로 ‘스마트 격차지수’를 개발했고 올해 첫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접근, 역량, 활용 등 세 분야로 진행됐다. 농어민은 스마트 기기 보유 여부와 관계된 접근성 분야에서 4대 소외계층 가운데서도 가장 낮다. 전체 국민의 스마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48점에 불과하다. 장노년층도 55.8점이었다. 이날 어르신 스마트폰 활용 교육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 두 계층이 겹치는 이들이다. 이날 교육 현장에서 드러난 참가자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단적이다. 첫 수업 참가자 20명 가운데 스마트폰을 소지한 이는 1명뿐이었다.

교육은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연락처 관리, 문자 보내기, 사진 찍기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1시간 미만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진도는 의미를 잃고 말았다. 어르신들이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휴대전화를 쓰며 궁금했던 점들을 묻는 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장된 사진 불러오기와 같은 기본적 기능을 묻는 이들도 많았다. 올해 스마트 정보화 조사 세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부문은 ‘역량’으로 농어민 31.1점, 장노년층 30.7점에 불과했다.

같은 곳에 마련된 이동형 미래기술 체험관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같은 곳에 마련된 이동형 미래기술 체험관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같은 지역이지만 어린이들은 달랐다. 이동형 체험관 캠페인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참가자들이기도 하다. 행사의 주무대는 우주기지를 연상시키는 공기를 부풀려 만든 5개의 6m 높이 돔이다. 여기에는 로봇, 증강현실(AR), 스마트팜(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농장 관리), 가상현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재영(울진초6)양은 “옛날 자동차용 휴대전화부터 미래의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까지 흥미로웠다. 드문 경험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경우엔 모바일 격차가 크지 않아 보였다. 이양은 “우리 반 친구 25명 가운데 절반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조사한 초등학생 스마트폰 보유율(48.8%)과 같다.

이날 교실에선 초등학생 대상 ‘코딩스쿨’(프로그래밍 교육)도 열렸다. 교육을 맡은 로봇 벤처기업 ‘로보코’의 이민수 대표는 “수도권이나 지역이나 학생들의 관심은 비슷하고 학습 속도는 놀랍게 빠르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배소희(울진초6)양은 “게임을 많이 하는데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멧칼프의 법칙’이 많이 언급된다. 발명가 밥 멧칼프가 주장한 개념으로, ‘네트워크의 효용성은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늘면 그 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네트워크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보 역량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를 보면 가구당 스마트폰 보유율은 84%에 달했다. 전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가까운 셈이다. 사회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도의 정보화 시대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정보접근에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날을 비롯해 12차례 전국을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진행했다는 최옥선 에스케이텔레콤 서비스탑 매니저는 “자식의 번호가 바뀌었어도 단축번호밖에 몰라 저장도 못하시던 어머니, 문자로 ‘우리딸’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할머니 등 기본적인 기능도 주변에 쉽게 물을 곳이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고 말했다.

울진/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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