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바뀐 검색 결과 전후 화면.(네이버 화면 갈무리)
[사람&디지털] 미디어권력이 된 인터넷 대기업들
#1. 직장인 이무현(34)씨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당혹감을 느꼈다. 자주 찾던 포털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1일 검색 결과 표시를 개편했다. 이씨는 “쓰던 메뉴의 위치가 달라져 조금 불편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아졌다고 봐요. 개방적으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네이버 지식인이라든가, 네이버 블로그 등을 먼저 보여줬잖아요? 그동안 좀 갇혀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고아라(30)씨는 불편함을 느꼈다. “뉴스를 주로 이용해왔는데, 검색 결과에서 뉴스가 대개 화면 밑으로 내려가 있더라구요. 보기 어려워졌죠.” 네이버의 정책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 4000만명 가운데 70%에게 즉시 영향을 미친다.
#2. 미국은 지난 11일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했다. 9·11 테러 13주년을 맞은 미국이 다시 이슬람과의 전쟁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되는 데는 두 편의 유튜브 동영상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국가가 납치한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의 잔인한 참수 영상이다. 이는 무력했던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게 만들었다. 유튜브는 부랴부랴 이 영상을 차단했고, 트위터도 전파를 막고 나섰다. 13일 이슬람국가는 아랑곳 않고 세번째 인질 참수 영상을 유튜브로 또 공개했다.
사이버세상의 숱한 정보들이
구글 등 소수기업에 쏠리면서
공유보다 통제 위험 커졌다
막강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어떻게 지울지 고민할 시기다 인터넷은 가장 빠르고 광범할뿐더러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한 통신기술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집계를 보면, 2005년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했던 인터넷 사용자는 지난해 39%로 급증했다. 29억명 넘는 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 사례들은 이런 사이버 세상에서 소수의 인터넷 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디어학과의 댄 길모어 교수는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인터넷의 새로운 편집자들’이라는 글에서 유튜브가 참수 영상을 차단한 일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지적했다. “(혐오 영상의) 차단은 맞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 줌의 거대기업들이 우리가 온라인에서 읽고, 듣고, 보는 것들에 대해 점점 강력한 힘을 행사하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전파력으로 인해 우리는 점점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로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에서 논쟁적인 콘텐츠들이 올라왔을 때 이를 보여줄 것인지 여부가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회의실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서비스들은 굉장히 편리하지만, 우리가 공짜로 무엇인가를 쓸 때 우리는 이용자가 아니라 상품이 되어 광고주들에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4년 전 월드와이드웹을 처음 발명한 영국의 팀 버너스리는 거대기업들로 정보가 쏠리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는 웹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평등하고 열린 네트워크가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소수의 기업들이 정보와 사이버상의 삶을 통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세계 민간인 감시 사례에서 드러났듯, 한곳에 모인 정보는 통제 도구로 전락할 위험마저 보여줬다. 버너스리는 지난 3월 <비비시>(BBC)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큰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인터넷이 감시와 통제의 도구가 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이를 막을 원칙을 세울 것인가 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의 성장을 문제로만 지적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 서비스가 편하고 유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장묵 고려대 사범대 정보창의연구소 교수는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문·방송이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했지만 권력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미디어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처럼 다수의 관심사로 그 결정 방식을 대체했지만 낚시성의 질 낮은 정보가 양산되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을 어떻게 지도록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 기업들은 다른 이의 생산물을 서비스하는 제3자이다. 때문에 책무를 부과하는 데 있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을 만들어 책임을 지울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위험도 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시민 문화에 맞게 적절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 규제 활성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들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서비스할 뿐이라고 변명하는데, 강한 권한에 걸맞게 그 알고리즘이 얼마나 민주주의적, 평등적 가치를 반영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팀 버너스리와 댄 길모어 교수 등은 근본적으로 권력 집중을 분산하기 위한 ‘인터넷의 탈집중화’를 해법으로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각자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이버상의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인터넷이 중앙집중형의 통제 도구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구글 등 소수기업에 쏠리면서
공유보다 통제 위험 커졌다
막강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어떻게 지울지 고민할 시기다 인터넷은 가장 빠르고 광범할뿐더러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한 통신기술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집계를 보면, 2005년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했던 인터넷 사용자는 지난해 39%로 급증했다. 29억명 넘는 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 사례들은 이런 사이버 세상에서 소수의 인터넷 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디어학과의 댄 길모어 교수는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인터넷의 새로운 편집자들’이라는 글에서 유튜브가 참수 영상을 차단한 일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지적했다. “(혐오 영상의) 차단은 맞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 줌의 거대기업들이 우리가 온라인에서 읽고, 듣고, 보는 것들에 대해 점점 강력한 힘을 행사하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전파력으로 인해 우리는 점점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로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에서 논쟁적인 콘텐츠들이 올라왔을 때 이를 보여줄 것인지 여부가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회의실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서비스들은 굉장히 편리하지만, 우리가 공짜로 무엇인가를 쓸 때 우리는 이용자가 아니라 상품이 되어 광고주들에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4년 전 월드와이드웹을 처음 발명한 영국의 팀 버너스리는 거대기업들로 정보가 쏠리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는 웹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평등하고 열린 네트워크가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소수의 기업들이 정보와 사이버상의 삶을 통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세계 민간인 감시 사례에서 드러났듯, 한곳에 모인 정보는 통제 도구로 전락할 위험마저 보여줬다. 버너스리는 지난 3월 <비비시>(BBC)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큰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인터넷이 감시와 통제의 도구가 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이를 막을 원칙을 세울 것인가 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의 성장을 문제로만 지적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 서비스가 편하고 유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장묵 고려대 사범대 정보창의연구소 교수는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문·방송이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했지만 권력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미디어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처럼 다수의 관심사로 그 결정 방식을 대체했지만 낚시성의 질 낮은 정보가 양산되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을 어떻게 지도록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 기업들은 다른 이의 생산물을 서비스하는 제3자이다. 때문에 책무를 부과하는 데 있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을 만들어 책임을 지울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위험도 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시민 문화에 맞게 적절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 규제 활성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들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서비스할 뿐이라고 변명하는데, 강한 권한에 걸맞게 그 알고리즘이 얼마나 민주주의적, 평등적 가치를 반영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팀 버너스리와 댄 길모어 교수 등은 근본적으로 권력 집중을 분산하기 위한 ‘인터넷의 탈집중화’를 해법으로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각자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이버상의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인터넷이 중앙집중형의 통제 도구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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