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키운 아이폰 6, 6+와 워치
일부 혹평속 시장반응 뜨거워
“기대 이상” 월가, 목표주가 올려
사령탑 교체 3년만에 주가 2배로
2위와 격차 더 벌리며 세계 1위
제품 외에 기업문화에도 큰 변화
무배당 원칙·순혈주의 전통 깨고
성전이라던 특허전쟁도 출구에
일부 혹평속 시장반응 뜨거워
“기대 이상” 월가, 목표주가 올려
사령탑 교체 3년만에 주가 2배로
2위와 격차 더 벌리며 세계 1위
제품 외에 기업문화에도 큰 변화
무배당 원칙·순혈주의 전통 깨고
성전이라던 특허전쟁도 출구에
애플의 사령탑 팀 쿡(53)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가, 약화시키고 있는가? 2011년 8월 잡스에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이 3년여 만에 사실상 최대의 평가무대에 올라섰다.
지난 9일 애플은 아이폰6, 6+와 애플워치 등 일련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그동안 팀 쿡의 애플은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을 출시해왔지만, 이는 기존 제품의 연장이었다. 쿡에게는 혁신제품으로 애플의 리더에 합당한 능력을 증명하라는 시장과 소비자 요구가 빗발쳤고, 쿡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대단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왔다.
제품 발표 이후 평가는 엇갈린다. <포브스>는 “팀 쿡의 애플이 시장 선도자에서 추격자로 변신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4.7인치, 5.5인치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애플이 내년 출시를 예고한 스마트 시계는 삼성, 엘지, 소니, 모토롤라 등이 이미 판매중이며, 모바일 결제는 구글이 3년 전 진출한 분야이다.
일각에서는 쿡이 새로울 것 없는 제품을 들고 나온데다, 잡스의 유산과 철학을 팽개쳤다며 냉소를 보냈다. 쿡은 9일 무대에서 아이폰 새 모델을 선보인 뒤 “한 가지가 더 있다(원 모어 싱)”를 외치고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애플워치를 공개했지만, 잡스 때의 신선함은 없었다. 발표 직전까지 비밀을 고수한 잡스 시절과 달리 이번엔 아이폰의 크기와 모델명, 스마트워치 출시 정보가 사전유출된 탓이다. 특히 잡스가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고, 맨눈의 식별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자랑해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무색하게 하는 고해상도의 ‘레티나 에이치디(HD)’를 채택했다.
한편 영국 <가디언>의 찰스 아서와 <리코드>의 월트 모스버그는 이번 신제품 발표가 애플이 추격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게 아니라, 애플다운 전통이라고 평가했다. 맥 컴퓨터를 비롯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기존 영역에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사용성의 혁신을 통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잡스의 마법이었다. 쿡이 선보인 제품 역시 애플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아이폰 새 모델은 예약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온라인 애플스토어 접속이 지연되는 등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증권사들은 애플워치에 대해 “기대 이상의 혁신제품”이라며 애플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애플은 세계 최대기업으로 시가 총액이 6087억달러(12일 기준)이며, 2위인 4138억달러의 엑슨모빌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애플 주가는 팀 쿡이 사령탑을 맡은 2011년 8월24일 51.11달러(액면분할 기준)에서 현재 101.66달러로, 3년 만에 2배가 됐다. 잡스는 7인치 태블릿피시에 대해 “출시 즉시 실패할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출시 첫해인 2012년 아이패드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쿡의 경영 성적표는 ‘A+’다.
‘쿡의 애플’ 기업문화 변화는 확연하다. 최고경영자가 ‘오로지 제품’만 신경을 쓰던 잡스 시절과 달리, 기업활동의 다양한 측면을 챙기기 시작했다. 쿡은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깨고 2012년 17년 만의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주식 분할,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프로그램 등 주주친화적 정책이 이어졌다. 쿡은 지난 5월 30억달러에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애플 최대의 기업인수이자, 최초로 ‘애플’ 아닌 상표를 쓰게 됐다. 쿡은 잡스가 ‘성전’이라고까지 전의를 불태웠던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전쟁도 불씨를 꺼뜨려가고 있다. 지난 7월엔 창사 이래 앙숙이던 아이비엠(IBM)과 제휴하고 기업용 앱시장에 뛰어들었다.
잡스 1인이 주도하던 경영 스타일도 달라졌다. 쿡은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에게 제품 개발 전반을 위임하고, 마케팅은 필 쉴러, 소프트웨어 개발은 크레이그 페러리기 등 주요 임원에게 권한을 넘기는 등 집단지도 체제 형태로 애플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모시켰다. 사회책임 경영도 늘어났다. 중국 공장의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노동조건을 크게 개선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정책과 잡스시절 없던 기부도 확대했다.
쿡은 잡스와는 다른 개인적 특징도 내보이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마틴 루서 킹과 미국 민권법의 정신을 강조하고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옹호한다. 쿡은 합리적이고 탈권위적 리더십으로 애플 안에서도 인기가 높다. 잡스가 늘 점심을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한 것과 달리, 쿡은 사내 식당에서 모르는 직원들과 합석하기를 즐긴다.
<월스트리트저널> 전직 기자 유카리 케인은 지난 3월 펴낸 <유령의 제국 : 잡스 이후의 애플>에서 “잡스가 스타이자 이상주의자라며, 쿡은 무대 매니저이자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잡스의 창의성 없이는 쿡의 고집센 실용주의에 균형추가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쿡의 애플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5는 색상과 가격대를 다변화한 보급형 모델을 추가했으며, 애플워치는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많은 모델과 시계줄을 준비했다. 실용성보다 예술성을 추구한 잡스의 애플과 구별된다. 잡스는 아이폰4에서 디스플레이 기능이 없는 뒷면까지 유리로 만들었다. 무겁고 깨지기 쉽고, 유리와 철에 대한 집착은 수신불량을 초래했을 정도다. 쿡 이후 그런 추구는 사라졌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에필로그에는 병상의 잡스가 직접 쓴 글이 실려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내 방식이 아니다.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쿡의 애플’은 소비자, 투자자, 직원 등 다양한 층위의 요구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보통 기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독특한 카리스마의 창업주가 건설한 특별한 애플을 후임 경영자가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인 조직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과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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