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아동 성폭행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전세계 지메일 사용자 계정의 첨부사진들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수시로 검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사진은 빅브러더로서의 구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의 사진이다. 패트릭 배리
[사람&디지털] ‘아동 포르노’ 이메일 적발 논란
컴퓨터 자동검색 서비스는 사생활 침해인가
컴퓨터 자동검색 서비스는 사생활 침해인가
과거 군대에선 소포를 온전히 받아볼 수 있을지 미심쩍던 시절이 있었다. 본인 손에 들어오기 전에 간부나 선임 등의 손을 많이 탄 까닭이다. 부대로선 규율이나 보안상 확인 절차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애인이 정성스럽게 싼 포장에 흠이 나 있으면 ‘나도 모르는 뭔가가 없어지진 않았을까’ 꺼림칙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요즘에야 이런 경우는 많이 사라진 편이다.
만약 이 확인 과정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 했다면 어땠을까? 공항 검색대처럼 컴퓨터가 소포를 뜯지 않고 들여다보다가 의심스러운 내용물이 있는 경우만 사람에게 알리는 식으로 말이다. 이 경우 누군가가 나의 사적인 물건을 보진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라 보기 어려울까? 아니면 기술로 모든 군장병의 소포가 일일이 검열되니 더 심각한 침해일까?
최근 구글이 사용자의 전자우편을 살펴보다가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자를 붙잡는 데 도움을 준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다. 미국 휴스턴의 한 지역방송(KHOU)은 지난달 30일 이 지역 경찰이 백인 존 스킬런(41)을 아동 포르노 영상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체포 경위다. 스킬런은 구글의 전자우편 서비스인 지메일 계정으로 친구에게 소녀의 외설적인 사진을 보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구글은 이 사실을 아동보호단체에 알렸고, 이를 인지한 경찰이 별도 수사를 통해 스킬런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낸 것이다.
구글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보안업체 소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자를 신고해 체포까지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전세계 이용자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사용자 이메일 계정에서 아동 성폭력과 연관된 사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세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일 서비스 이용자 계정은 각각 4억2500만개, 4억개가 넘는다. 국내도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지메일이 국내 메일에 비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어렵다는 점이 부각됐고, 근래에는 지메일을 기본 계정으로 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점유율 90%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불법 이메일 내용 검열 서비스 사람 개입 없이 기계가 하는 일
프라이버시 침해 단정 어렵지만
빅데이터 시대 정보 쌓이다 보면
심각한 문제 일어날 가능성 있어 이들이 메일을 들여다보았다고 해서, 누군가가 우리가 보내는 메일의 첨부파일들을 일일이 열어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쓰인 기술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는데, ‘포토 디엔에이(DNA)’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사진을 잘게 쪼개서 각 부분을 음영에 따라 수치화시킨다. 이를 통해 각 사진은 마치 사람의 디엔에이처럼 각자의 독특한 고유값으로 구분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동보호단체와 협력해 부적절한 아동사진들이 발견될 때마다 이 값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해 두었다가, 메일 첨부로 돌아다니는 사진 가운데 일치하는 사진들만 찾아낸 것이다. 사람이 개입하는 과정은 아니다. 회사와 보호단체는 200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 역시 비슷한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구글이 사용자의 이메일 계정을 검색해온 지는 오래다. 구글은 지메일 약관을 통해서 이메일 검색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 물론 사람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이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스팸을 차단하고 우편함 안의 검색 속도를 높이고, 사용자 관심사에 적합한 ‘타깃 광고’ 등을 제공한다. 구글의 검색 대상에는 사용자가 지메일로 쓴 내용뿐 아니라 다른 메일 계정에서 지메일로 보낸 메일 내용까지 포함된다.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된 검색은 사생활 침해에 있어 논쟁적인 주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은 기업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기계에 의한 자동적인 검색을 모두 프라이버시 침해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고침 기능(검색창 등에서 입력한 글자에 오타가 있는 경우 바른 철자를 제시하는 기능)도 컴퓨터가 사용자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프라이버시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 워치독’의 존 심슨 이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동 포르노는 저열한 범죄지만 이번 사건은 큰 프라이버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구글이 어디까지 우리를 검색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대부분의 행동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활용되는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장묵 고려대 사범대학 정보창의연구소 교수는 “전자우편에 적는 관심사, 스마트폰을 통해 파악되는 현재 위치 등 개인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고 기업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시대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가 국가권력의 관심사와 결합된다면 프라이버시는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불법 이메일 내용 검열 서비스 사람 개입 없이 기계가 하는 일
프라이버시 침해 단정 어렵지만
빅데이터 시대 정보 쌓이다 보면
심각한 문제 일어날 가능성 있어 이들이 메일을 들여다보았다고 해서, 누군가가 우리가 보내는 메일의 첨부파일들을 일일이 열어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쓰인 기술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는데, ‘포토 디엔에이(DNA)’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사진을 잘게 쪼개서 각 부분을 음영에 따라 수치화시킨다. 이를 통해 각 사진은 마치 사람의 디엔에이처럼 각자의 독특한 고유값으로 구분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동보호단체와 협력해 부적절한 아동사진들이 발견될 때마다 이 값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해 두었다가, 메일 첨부로 돌아다니는 사진 가운데 일치하는 사진들만 찾아낸 것이다. 사람이 개입하는 과정은 아니다. 회사와 보호단체는 200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 역시 비슷한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구글이 사용자의 이메일 계정을 검색해온 지는 오래다. 구글은 지메일 약관을 통해서 이메일 검색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 물론 사람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이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스팸을 차단하고 우편함 안의 검색 속도를 높이고, 사용자 관심사에 적합한 ‘타깃 광고’ 등을 제공한다. 구글의 검색 대상에는 사용자가 지메일로 쓴 내용뿐 아니라 다른 메일 계정에서 지메일로 보낸 메일 내용까지 포함된다.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된 검색은 사생활 침해에 있어 논쟁적인 주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은 기업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기계에 의한 자동적인 검색을 모두 프라이버시 침해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고침 기능(검색창 등에서 입력한 글자에 오타가 있는 경우 바른 철자를 제시하는 기능)도 컴퓨터가 사용자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프라이버시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 워치독’의 존 심슨 이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동 포르노는 저열한 범죄지만 이번 사건은 큰 프라이버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구글이 어디까지 우리를 검색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대부분의 행동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활용되는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장묵 고려대 사범대학 정보창의연구소 교수는 “전자우편에 적는 관심사, 스마트폰을 통해 파악되는 현재 위치 등 개인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고 기업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시대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가 국가권력의 관심사와 결합된다면 프라이버시는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