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고등학생들과 카카오톡 운영을 맡았던 윤위훈 글로벌사업개발팀장, 개발자 박승기 소셜플랫폼 1실장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람&디지털] 고교생들, 카카오 개발자 만나다
모바일 시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바뀌고 있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이를 상징하는 존재일 것이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카톡’이 소통의 수단으로 차지하는 현재 위치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사용과 관련해선 사이버 집단 괴롭힘, 음란물 유포, 과사용 등 부작용과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런 문제와 자신의 소통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카카오의 현재 생각과 고민은 무엇일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과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발·운영자와 청소년이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승기 카카오 소셜플랫폼1실장과 윤위훈 글로벌사업개발팀장이 시흥능곡고등학교 2~3학년 학생 7명(권상혁·나인준·박서연·변교웅·송채린·유수란·이도현)과 대화를 나눴다. 박 실장은 2007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때부터 개발을 맡아온 최초 설계자 가운데 한명이다. 윤 팀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카카오톡의 서비스기획팀장으로 운영을 책임져 왔다. 학생을 인솔한 시흥능곡고 강정훈 교사(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모임 공동대표)도 대화에 참여했다. 방담은 지난 4일 경기 판교의 카카오 본사에서 이뤄졌고, 10일 박 실장, 윤 팀장과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화는 모바일 기술이 가져온 소통의 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 등에 대해 두루 다루었다.
학생·교사들
전화·문자보다 친근한 교제 통로
사이버폭력·음란물 유통은 문제
없으면 안되지만 대신 피곤해져 개발자
사적 통신이라 내용물 제한 애로
학생들 얘기 듣고 큰 책임감 느껴
기술 앞서 사용자 요구 고민하겠다 사회 카카오톡에 대한 고등학생 여러분의 솔직한 경험담을 듣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 ‘나에게 카카오톡이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나인준 이하 나 나에게 카톡은 문자나 전화 보다 친근한 매체다. 이제는 아예 없어서는 안될 것 같다. 변기웅 이하 변 많은 기회를 줬다. 저와 제 사촌들이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다. 사촌을 통해 프로그래밍하는 지인 분들을 많이 소개 받았다. 모두 카톡 친구들이다. (전자우편이나 전화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많은데?) 카톡은 항상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통하기 때문에 간편하다. 데이터 사용량 등을 고려하면 카톡이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학생 입장에서 요금이 민감하니까. 윤위훈 이하 윤 팀장 제 개인적으로도 카톡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이와 커뮤니케이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많은 사랑을 받는 서비스에 일한다는 점이 영광이기도 하다. 박서연 이하 박 없으면 대화 자체가 안된다. 모임이나 동아리가 모두 단체톡(카카오톡을 통해 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런데 사실 저는 알림을 다 꺼놓는다. 자꾸 울려 귀찮다. 없으면 안되지만, 있으니 피곤한 애증의 관계다. 이도현 이하 이 문자에서 카톡으로 넘어가면서 통신비가 줄었다. (얼마나?) 엄청 줄었죠. 전에는 문자를 매달 수천 개씩 보냈거든요. 유수란 이하 유 지금 피처폰(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쓰던 통화 용도 위주의 휴대전화)을 쓰는데 카톡의 유혹이 크다. 방해 받거나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카톡에는 친구 차단 기능이 있잖아요. 친구들이 요즘 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데 상처가 되요. (유양은 유심칩을 바꿔 끼우며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같이 써왔다고 한다.) 사회 부모가 된다면 자녀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사줄 것인지? 송채린 이하 송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때 사주고 싶어요. 정해진 만큼 쓰고 부모님이 달라고 할 때 줄 수 있는 절제력이 있다면 사줘도 될 때라고 봐요. 권상혁 이하 권 초등학교 이후로 사줄 것. 스마트폰은 유익한 측면 뿐 아니라 유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튜브(동영상 사이트)에 ‘개그콘서트’를 검색하면, 그 밑에 야한 동영상이 주욱 뜬다. 사용 시간 조절 프로그램도 설치해서 줄 것이다. 학생 7명 가운데 4명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가능한 빨리 주고자 했지만 3명은 위험을 경계해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개발자 박승기 실장에게도 자녀에 대한 교육 방침을 사후 인터뷰 때 들어봤다. 박승기 이하 박 실장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는데, 아직 스마트폰은 쓰지 않는다. 올해 생일선물로 아이패드미니를 와이파이를 통해 집에서만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사줬다. 사실 언제가 맞느냐는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부모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해와 여유가 받침이 되면 사줘도 된다고 본다. 기기를 매개로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야기는 음란물을 비롯해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측면으로 진행됐다. 우선 ‘사이버 왕따’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사건에서 카톡을 이용한 언어폭력이 원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강정훈 교사 이하 강 교사 학부모와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카톡을 이용한 사이버 학교폭력이다. 아이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한 학생을 초대해 욕하는 식이다. 방을 빠져나와도 계속 초대할 수 있으니 ‘카톡 감옥’이라고도 불린다. 송 카톡방에 초대 받았을 때 수락, 거절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윤 팀장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당장 보이는 것을 고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괴롭히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상황에서 카톡의 기능을 수정하는 게 답이냐 하는 점이다. 강 교사 물론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카톡의 설정으로 완전히 (괴롭힘을) 차단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도입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민단체와 사이버 괴롭힘을 받는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굉장히 원하는 기능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과 카톡을 못쓰게 하고 아이와 싸우는데, 부모에게 믿음을 주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박 팀장은 기술적 해법으로 “채팅방을 나갈 때 단순히 나가는가 여부만 묻는 게 아니라 같은 방에 더 이상 초대를 받지 않겠는가 여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걱정은 재초대 거부가 미봉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괴롭히는 아이들이 초대를 거부했다고 다른 방식으로 괴롭히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카카오톡 안에 청소년 문제와 관련한 상담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 5월19일 여성가족부와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채결한 바 있다. 내용은 현재 카카오톡 안에서 여가부의 청소년 상담전화 1388의 홍보채널로 사용해왔던 ‘#1388’ 플러스친구의 기능 강화다. 단순히 홍보 내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여가부 전문가와 연결해 사이버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권 유해물 문제의 경우 야동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올라오는 엽기 영상도 문제다. 유튜브에서 양악 수술을 하는 영상 같은 것도 봤다. 익명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19세 미만은 이런 영상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강 교사 카톡을 통해서도 음란물 링크가 많이 돌아다닌다. 카카오에서 필터링을 하고 있나? 박 실장 그렇지 않다. 개인이 주고받는 통신의 내용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일인데 그렇게 하긴 어렵다. 강 교사 네이버의 경우 음란물에 관련한 내용이나 단어는 거르고 있지 않은가. 박 실장 네이버는 공개된 공간이다 보니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사적인 통신인 카카오톡은 건드리기가 어렵다. 예컨대 내가 교웅 학생과 내용을 주고 받았는데 내가 보낸 내용과 교웅 학생이 받는 내용이 달라진다면 어떨까? 교웅 학생이 원했다면 괜찮겠지만, 모든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한 기준을 적용시키다 보면 어떤 이들에게 원치 않는 메시지의 변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 중독도 청소년 사용에서 대표적으로 나오는 문제점이다. 메신저도 학생 과사용의 주요 이유다. 송 카톡을 보면서 밥먹고, 공부하고, 어떤 때는 길거리를 가면서 보다가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 박 카톡 경우 민감한게 1이 뜨잖아요. 1이 없어졌는데 답을 안하면 친구들이 삐져요. 답장을 안 한다고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계속 쓰게 되죠. 1이란 카톡 대화방의 메시지 옆에 떠 있는 숫자 1을 가리킨다. 상대가 메시지를 보면 이 숫자가 사라져서 보낸 사람도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시지를 보고 나면 답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카톡을 과하게 사용하게 된 다는 것이 박 양의 지적이다. 연인 관계에서 카톡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윤 팀장 여러 경우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카톡은 하루 수천만이 넘는 사람이 쓰고 있다. 어떤 한 제한 정책을 두게 되면 한쪽은 좋지만 반대로 다른 쪽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1 시스템’은 단순한 규칙이지만 수신자의 방해받지 않을 권리보다 발신자의 확인할 권리를 더 보장한 모바일 통신 방식의 특징과 궤를 같이한다. 박 실장은 “카톡 앞서 나왔던 외국의 메신저 ‘와츠앱’에서도 발신자가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1 시스템은 문자메시지(SMS)와 달리 메신저에선 가능한 기능이라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변경도 가능하겠지만 전체 사용자를 두고 봤을 때 편익이 부작용보다 크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박 실장은 “지난해 말 사용자 대상 설문 조사도 진행했는데 86% 사용자가 편리한 기능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사회 카카오톡이 이렇게 바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다면? 권 카카오톡이 페이스북 처럼 방대해 졌으면 좋겠다. 카카오스토리(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합쳐져서 채팅도 한 앱에서 할 수 있게 하고, 국내 만이 아닌 세계 사람들과 같이 썼으면 한다. 박 최근 번호를 바꿨어요. 그런데 전에 그 번호를 쓰던 사람의 지인으로부터 계속 뭐라고 하는 메시지가 와요. 제 친구 추천 목록에도 그 사람 친구들이 뜨고요. 이 문제 해결책은 없나요? 강 교사 아이들은 번호를 자주 바꿔요. 분실하거나 깨뜨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죠. 유 게임에도 얼마나 게임을 했는지 알려주는 것처럼 카톡도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사용 누적 시간에 따라서 미리 정해둔 시간을 다 채우면 못 쓰게 했으면 좋겠어요. 하루 3시간으로 정해 놓으면 시간이 다 된 경우 카톡을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 권 카톡은 왜 한 번호 당 하나의 계정만 있는 거죠? 다른 태블릿피시 등에서 쓰지 못해 불편해요. 이 가운데에는 학생들에게 직접 듣지 못했다면 카카오가 미처 잡아내지 못했을 신선한 내용들도 있었다. 번호가 바뀌면서 전에 그 번호를 쓰던 사람들에게 오는 카톡으로 인한 곤란이 대표적이다. 박 실장은 “번호 변경에 따른 불편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이렇게 광범위한 문제라는 점은 미쳐 몰랐다. 개선 우선순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스스로 카톡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앱 장터의 사용자 리뷰와 사내외의 건의사항을 모두 취합해 개선점들을 검토해오고 있다. 사회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카카오는 어떤 우선 순위로 서비스를 변경해 나가는지? 윤 팀장 필요성이 얼마나 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선의 대상이 되는가, 어떤 사람에게 불편과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 3가지를 중점으로 놓고 고려한다. 박 실장 기술은 고려의 요소로서 판단하기 적절하지 않다. 서비스는 사용자를 중심에 놓아야지 기술적인 것을 고려하면 해결하고자 하는 바가 전혀 안 풀린다. 기능은 내놓았지만 사실 아무도 원치 않는 기능이 되어 버릴 수 있는 셈이죠. 윤 팀장 기술 보다는 정책이나 법규가 더 제약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음란물 문제 경우도 회사가 개입하면 쉬운 해결책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통신에 누군가 개입해서 필터링을 한다는 것은 통신의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듯이 말이다. 박 실장 서비스를 하면서 가장 어렵지만 지키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용자의 대화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관계에 가져온 변화가 궁금하다. 카톡을 쓰기 전과 뒤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 단체 카톡방으로 가족과 관계가 변한 점이 가장 크다. 매주 카톡에서 가족회의를 하거든요. 서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묻죠. 카톡이 없을 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을 알게 되었죠. 변 피처폰을 쓸 때보다 메시지를 보내기 편해지면서 제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말도 많이 안 하고 했었는데 요즘엔 말이 많아졌어요. 카톡으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만나서도 그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활발해 졌다고 할까요? 유 카톡으로 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화는 거의 안 해요. 가족만 하고, 친구와 통화를 하면 서로 어색하죠. 친구와 관계에서 카톡은 풀어주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싸웠던 친구와 화해하고 싶을 때는 이모티콘 등이 있어서 이야기하기 편하죠. (카톡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대한 마음 속의 구분이 있는지?) 어떤 선생님은 중요한 이야기는 카톡이 아니라 문자로 보내라고 하시죠.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 분 의견이니까 따라요. 박 실장은 뒷 인터뷰에서 “카톡이 어떻게 보면 일개 앱에 불과한데 가족관계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된 점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메신저가 기능으로서뿐 아니라 아니라 삶과 감정에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큰 책임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 사회 소감을 공유하며 방담을 마치고자 한다. 윤 팀장 이렇게 많은 10대와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다. 직접 들은 불편은 큰 자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안을 해주셨으면 한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린다. 박 실장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서비스의 선택이 여러분을 비롯한 몇천만의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보람된 시간이었다. 강 교사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카톡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카톡으로 대화하다보니 거기에 참여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게 되는 식으로 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가능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게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전화·문자보다 친근한 교제 통로
사이버폭력·음란물 유통은 문제
없으면 안되지만 대신 피곤해져 개발자
사적 통신이라 내용물 제한 애로
학생들 얘기 듣고 큰 책임감 느껴
기술 앞서 사용자 요구 고민하겠다 사회 카카오톡에 대한 고등학생 여러분의 솔직한 경험담을 듣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 ‘나에게 카카오톡이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나인준 이하 나 나에게 카톡은 문자나 전화 보다 친근한 매체다. 이제는 아예 없어서는 안될 것 같다. 변기웅 이하 변 많은 기회를 줬다. 저와 제 사촌들이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다. 사촌을 통해 프로그래밍하는 지인 분들을 많이 소개 받았다. 모두 카톡 친구들이다. (전자우편이나 전화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많은데?) 카톡은 항상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통하기 때문에 간편하다. 데이터 사용량 등을 고려하면 카톡이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학생 입장에서 요금이 민감하니까. 윤위훈 이하 윤 팀장 제 개인적으로도 카톡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이와 커뮤니케이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많은 사랑을 받는 서비스에 일한다는 점이 영광이기도 하다. 박서연 이하 박 없으면 대화 자체가 안된다. 모임이나 동아리가 모두 단체톡(카카오톡을 통해 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런데 사실 저는 알림을 다 꺼놓는다. 자꾸 울려 귀찮다. 없으면 안되지만, 있으니 피곤한 애증의 관계다. 이도현 이하 이 문자에서 카톡으로 넘어가면서 통신비가 줄었다. (얼마나?) 엄청 줄었죠. 전에는 문자를 매달 수천 개씩 보냈거든요. 유수란 이하 유 지금 피처폰(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쓰던 통화 용도 위주의 휴대전화)을 쓰는데 카톡의 유혹이 크다. 방해 받거나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카톡에는 친구 차단 기능이 있잖아요. 친구들이 요즘 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데 상처가 되요. (유양은 유심칩을 바꿔 끼우며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같이 써왔다고 한다.) 사회 부모가 된다면 자녀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사줄 것인지? 송채린 이하 송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때 사주고 싶어요. 정해진 만큼 쓰고 부모님이 달라고 할 때 줄 수 있는 절제력이 있다면 사줘도 될 때라고 봐요. 권상혁 이하 권 초등학교 이후로 사줄 것. 스마트폰은 유익한 측면 뿐 아니라 유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튜브(동영상 사이트)에 ‘개그콘서트’를 검색하면, 그 밑에 야한 동영상이 주욱 뜬다. 사용 시간 조절 프로그램도 설치해서 줄 것이다. 학생 7명 가운데 4명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가능한 빨리 주고자 했지만 3명은 위험을 경계해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개발자 박승기 실장에게도 자녀에 대한 교육 방침을 사후 인터뷰 때 들어봤다. 박승기 이하 박 실장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는데, 아직 스마트폰은 쓰지 않는다. 올해 생일선물로 아이패드미니를 와이파이를 통해 집에서만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사줬다. 사실 언제가 맞느냐는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부모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해와 여유가 받침이 되면 사줘도 된다고 본다. 기기를 매개로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야기는 음란물을 비롯해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측면으로 진행됐다. 우선 ‘사이버 왕따’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사건에서 카톡을 이용한 언어폭력이 원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강정훈 교사 이하 강 교사 학부모와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카톡을 이용한 사이버 학교폭력이다. 아이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한 학생을 초대해 욕하는 식이다. 방을 빠져나와도 계속 초대할 수 있으니 ‘카톡 감옥’이라고도 불린다. 송 카톡방에 초대 받았을 때 수락, 거절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윤 팀장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당장 보이는 것을 고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괴롭히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상황에서 카톡의 기능을 수정하는 게 답이냐 하는 점이다. 강 교사 물론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카톡의 설정으로 완전히 (괴롭힘을) 차단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도입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민단체와 사이버 괴롭힘을 받는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굉장히 원하는 기능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과 카톡을 못쓰게 하고 아이와 싸우는데, 부모에게 믿음을 주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박 팀장은 기술적 해법으로 “채팅방을 나갈 때 단순히 나가는가 여부만 묻는 게 아니라 같은 방에 더 이상 초대를 받지 않겠는가 여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걱정은 재초대 거부가 미봉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괴롭히는 아이들이 초대를 거부했다고 다른 방식으로 괴롭히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카카오톡 안에 청소년 문제와 관련한 상담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 5월19일 여성가족부와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채결한 바 있다. 내용은 현재 카카오톡 안에서 여가부의 청소년 상담전화 1388의 홍보채널로 사용해왔던 ‘#1388’ 플러스친구의 기능 강화다. 단순히 홍보 내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여가부 전문가와 연결해 사이버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권 유해물 문제의 경우 야동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올라오는 엽기 영상도 문제다. 유튜브에서 양악 수술을 하는 영상 같은 것도 봤다. 익명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19세 미만은 이런 영상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강 교사 카톡을 통해서도 음란물 링크가 많이 돌아다닌다. 카카오에서 필터링을 하고 있나? 박 실장 그렇지 않다. 개인이 주고받는 통신의 내용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일인데 그렇게 하긴 어렵다. 강 교사 네이버의 경우 음란물에 관련한 내용이나 단어는 거르고 있지 않은가. 박 실장 네이버는 공개된 공간이다 보니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사적인 통신인 카카오톡은 건드리기가 어렵다. 예컨대 내가 교웅 학생과 내용을 주고 받았는데 내가 보낸 내용과 교웅 학생이 받는 내용이 달라진다면 어떨까? 교웅 학생이 원했다면 괜찮겠지만, 모든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한 기준을 적용시키다 보면 어떤 이들에게 원치 않는 메시지의 변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 중독도 청소년 사용에서 대표적으로 나오는 문제점이다. 메신저도 학생 과사용의 주요 이유다. 송 카톡을 보면서 밥먹고, 공부하고, 어떤 때는 길거리를 가면서 보다가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 박 카톡 경우 민감한게 1이 뜨잖아요. 1이 없어졌는데 답을 안하면 친구들이 삐져요. 답장을 안 한다고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계속 쓰게 되죠. 1이란 카톡 대화방의 메시지 옆에 떠 있는 숫자 1을 가리킨다. 상대가 메시지를 보면 이 숫자가 사라져서 보낸 사람도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시지를 보고 나면 답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카톡을 과하게 사용하게 된 다는 것이 박 양의 지적이다. 연인 관계에서 카톡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윤 팀장 여러 경우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카톡은 하루 수천만이 넘는 사람이 쓰고 있다. 어떤 한 제한 정책을 두게 되면 한쪽은 좋지만 반대로 다른 쪽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1 시스템’은 단순한 규칙이지만 수신자의 방해받지 않을 권리보다 발신자의 확인할 권리를 더 보장한 모바일 통신 방식의 특징과 궤를 같이한다. 박 실장은 “카톡 앞서 나왔던 외국의 메신저 ‘와츠앱’에서도 발신자가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1 시스템은 문자메시지(SMS)와 달리 메신저에선 가능한 기능이라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변경도 가능하겠지만 전체 사용자를 두고 봤을 때 편익이 부작용보다 크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박 실장은 “지난해 말 사용자 대상 설문 조사도 진행했는데 86% 사용자가 편리한 기능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사회 카카오톡이 이렇게 바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다면? 권 카카오톡이 페이스북 처럼 방대해 졌으면 좋겠다. 카카오스토리(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합쳐져서 채팅도 한 앱에서 할 수 있게 하고, 국내 만이 아닌 세계 사람들과 같이 썼으면 한다. 박 최근 번호를 바꿨어요. 그런데 전에 그 번호를 쓰던 사람의 지인으로부터 계속 뭐라고 하는 메시지가 와요. 제 친구 추천 목록에도 그 사람 친구들이 뜨고요. 이 문제 해결책은 없나요? 강 교사 아이들은 번호를 자주 바꿔요. 분실하거나 깨뜨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죠. 유 게임에도 얼마나 게임을 했는지 알려주는 것처럼 카톡도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사용 누적 시간에 따라서 미리 정해둔 시간을 다 채우면 못 쓰게 했으면 좋겠어요. 하루 3시간으로 정해 놓으면 시간이 다 된 경우 카톡을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 권 카톡은 왜 한 번호 당 하나의 계정만 있는 거죠? 다른 태블릿피시 등에서 쓰지 못해 불편해요. 이 가운데에는 학생들에게 직접 듣지 못했다면 카카오가 미처 잡아내지 못했을 신선한 내용들도 있었다. 번호가 바뀌면서 전에 그 번호를 쓰던 사람들에게 오는 카톡으로 인한 곤란이 대표적이다. 박 실장은 “번호 변경에 따른 불편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이렇게 광범위한 문제라는 점은 미쳐 몰랐다. 개선 우선순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스스로 카톡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앱 장터의 사용자 리뷰와 사내외의 건의사항을 모두 취합해 개선점들을 검토해오고 있다. 사회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카카오는 어떤 우선 순위로 서비스를 변경해 나가는지? 윤 팀장 필요성이 얼마나 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선의 대상이 되는가, 어떤 사람에게 불편과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 3가지를 중점으로 놓고 고려한다. 박 실장 기술은 고려의 요소로서 판단하기 적절하지 않다. 서비스는 사용자를 중심에 놓아야지 기술적인 것을 고려하면 해결하고자 하는 바가 전혀 안 풀린다. 기능은 내놓았지만 사실 아무도 원치 않는 기능이 되어 버릴 수 있는 셈이죠. 윤 팀장 기술 보다는 정책이나 법규가 더 제약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음란물 문제 경우도 회사가 개입하면 쉬운 해결책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통신에 누군가 개입해서 필터링을 한다는 것은 통신의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듯이 말이다. 박 실장 서비스를 하면서 가장 어렵지만 지키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용자의 대화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관계에 가져온 변화가 궁금하다. 카톡을 쓰기 전과 뒤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 단체 카톡방으로 가족과 관계가 변한 점이 가장 크다. 매주 카톡에서 가족회의를 하거든요. 서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묻죠. 카톡이 없을 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을 알게 되었죠. 변 피처폰을 쓸 때보다 메시지를 보내기 편해지면서 제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말도 많이 안 하고 했었는데 요즘엔 말이 많아졌어요. 카톡으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만나서도 그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활발해 졌다고 할까요? 유 카톡으로 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화는 거의 안 해요. 가족만 하고, 친구와 통화를 하면 서로 어색하죠. 친구와 관계에서 카톡은 풀어주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싸웠던 친구와 화해하고 싶을 때는 이모티콘 등이 있어서 이야기하기 편하죠. (카톡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대한 마음 속의 구분이 있는지?) 어떤 선생님은 중요한 이야기는 카톡이 아니라 문자로 보내라고 하시죠.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 분 의견이니까 따라요. 박 실장은 뒷 인터뷰에서 “카톡이 어떻게 보면 일개 앱에 불과한데 가족관계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된 점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메신저가 기능으로서뿐 아니라 아니라 삶과 감정에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큰 책임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 사회 소감을 공유하며 방담을 마치고자 한다. 윤 팀장 이렇게 많은 10대와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다. 직접 들은 불편은 큰 자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안을 해주셨으면 한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린다. 박 실장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서비스의 선택이 여러분을 비롯한 몇천만의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보람된 시간이었다. 강 교사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카톡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카톡으로 대화하다보니 거기에 참여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게 되는 식으로 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가능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게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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