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오른쪽)가 2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페이스북 ‘와츠앱’ 인수 소식 이어
소프트뱅크 ‘라인’ 지분 인수설 등
모바일 메신저 싸고 잇단 합종연횡
사회관계 기반한 플랫폼 구실 톡톡
다양한 부가 서비스 결합 가능
음성통신 결합 등 변화 주역으로
소프트뱅크 ‘라인’ 지분 인수설 등
모바일 메신저 싸고 잇단 합종연횡
사회관계 기반한 플랫폼 구실 톡톡
다양한 부가 서비스 결합 가능
음성통신 결합 등 변화 주역으로
최근 일주일가량 세계 정보통신(IT) 업계는 연이은 기업 인수 소식 및 그에 따른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분석들로 들떴다. 주인공은 모바일 시대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서비스 ‘모바일 메신저’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와츠앱’을 20조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앞서 17일에는 일본의 최대 온라인쇼핑몰 라쿠텐이 이스라엘의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바이버’를 사들였다. 25일에는 일본의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이들은 왜 모바일 메신저를 주목하는가?
■ 수익성이 있으니까 기업 입장에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오랜 고민은 ‘과연 수익이 날 것인가’다. 괜찮은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어도 이익을 남길 뚜렷한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해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인정을 받은 게 있다. 바로 유료 콘텐츠다. 라인의 경우, 메신저에서 사용자끼리 감정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스티커’ 콘텐츠 일부를 유료화해 상당한 실적을 거뒀다. 메신저와 연동한 게임, 광고 등도 주요 수익원이다. 네이버가 밝힌 지난해 라인의 매출은 4542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게임, 스티커, 광고의 비율은 각각 60%, 20%, 20%가량이다.
이는 국내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앞서 입증한 모델이기도 하다. 메신저는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속성이 있다. 한 집단에서 다수의 사용자가 쓰는 메신저로 자리매김해 ‘티핑 포인트’(어떤 아이디어 또는 상품이 전염되듯이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를 넘어서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대화와 모임에 끼기 위해서라도 해당 메신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95%(3500만명가량)가 쓸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이유다. 이렇게 자리잡으면 일종의 사회관계를 반영하는 플랫폼으로서 그 위에 다양한 부가 콘텐츠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수진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카카오톡은 국내 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모바일 소셜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영원한 강자는 없다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의 경우, 맥락이 다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인수 금액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와츠앱은 세계 최대 정보통신 기업인 구글이 지난해부터 눈독을 들이던 메신저 서비스다. 최근 <포브스> 온라인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구글이 지난해 10조원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와 구글플러스 안의 메신저 서비스인 행아웃 등으로 지속적으로 검색에서 소셜네트워크로 영역을 확장하려 시도해 왔으나 사용자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와츠앱 인수 시도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페이스북은 현재 세계 12억명, 국내 1100만명이 이용하는 독보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이지만, 와츠앱 인수의 바탕에는 의외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진앙은 청소년들이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의 조사를 보면, 미국에서 10대들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소셜미디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페이스북의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12년 가을 조사에서 42%를 차지했던 페이스북은 2013년 봄 33%, 2013년 가을 23%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신 그 자리는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과 다른 서비스들이 차지했다. <포브스> 온라인은 “페이스북이 현재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초기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선두주자였던 마이스페이스에 침투해 패배시켰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역시 그런 트렌드의 변화에 면역이 있진 않다”고 분석했다.
와츠앱은 북미와 유럽에서 젊은층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점에서 페이스북의 약점을 보완해 줄 뛰어난 보완재였던 셈이다. 페이스북이 앞서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10대들의 인기를 끌었던 스냅챗(대화 내용이 남지 않는 메신저 서비스) 인수에 공을 들였던 점도 맥을 같이한다.
■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이런 변화의 뿌리에는 공통적으로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옮겨 가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혁신적으로 빨라지면서 이런 메신저를 통한 인터넷 통화의 품질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메신저가 전화를 대체할 날도 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와츠앱의 창업자 얀 쿰,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 등 메신저 서비스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의 수장인 저커버그는 “와츠앱은 190억달러(2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쿰은 “올해 2분기 안에 와츠앱에 음성 통화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지각변동이 오고 있는 것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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