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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3주간 구멍난 하늘, 한강 넘쳐 서울 물바다

등록 2013-12-03 11:44수정 2013-12-03 11:45

2030 한국 시나리오 <2> 지구 온난화
11월에 벌써 눈 1m, 전기 끊기고 ‘동토’
위기는 기회, 탈성장 사회로 대안 모색
한강 대홍수는 붕괴 시나리오의 정점이다. 2007년 여름 집중호우가 내린 뒤 63빌딩에서 내려다본 한강변. 탁기형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한강 대홍수는 붕괴 시나리오의 정점이다. 2007년 여름 집중호우가 내린 뒤 63빌딩에서 내려다본 한강변. 탁기형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2027년 5월15일 토요일 새벽, 국가기후비상경보시스템(NWEAS)의 비상 알람 장치가 기상청장을 흔들어 깨운다. 기상청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강력한 태풍과 호우를 사전에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그는 곧장 베란다로 달려가 한강을 바라본다.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이 서울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넘실대고 있다.

곧 국가비상관리위원회(NEMC)가 소집되고 위원장인 총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 회의 참가자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과 번개 소리에 불길한 예감을 갖는다.

비는 3주 동안 이어지고, 한강이 범람하면서 서울과 강원도, 경기도는 쑥대밭이 된다. 전 국토의 4분의1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수천 명이 숨지고, 건물 수만 채가 붕괴 되고, 수십 만의 이재민이 대피소로 거처를 옮긴다.

명품의 민주화?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이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닌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명품의 민주화?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이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닌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한국인 1인당 에너지소비 세계 평균의 2배

손현주 박사(미 하와이대 정치학)가 제시한 ‘2030년 미래 한국’의 두 번째 가능성은 한강 대홍수로 상징되는 붕괴 시나리오다.

사회 붕괴의 주범은 지구 온난화다. 소비 지상주의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다 결국 한강 대범람 사태가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 초유의 사태에 무기력증을 드러낸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재앙은 마치 최후의 심판일을 연상시킨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벼랑 끝에 선 한국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30년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붕괴 미래의 여정을 따라 가보자.

201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 경제는 계속 발전해가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들은 위기감에 휩싸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3분의 2가 한국인의 유난스런 소비가 환경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비 패턴을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소비와 환경문제의 관계를 인식은 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경제적 성공에 치중해 있다.

2015년, 유력 식품기업 JC코퍼레이션은 바이오에너지 드링크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다. “마실수록 건강해요”는 광고 카피는 소비문화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다. 웰빙은 물질적 풍요에 달려 있다. 개인요리사 비즈니스는 2010년대에 가장 급성장한 부문 중 하나다. 부유층은 개인요리사들을 고용한다. 개인 요리사는 부의 새로운 표현 방식이다.

한국인들의 1인당 에너지소비는 세계평균의 2배에 이른다.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지디피 증가율을 앞선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평균의 5배다.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음에도 에너지 다소비 행태는 바뀌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들은 고성장시대를 구가한다. 서울 사람 10명 중 8명은 루이뷔통 핸드백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명품의 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명품을 앞다퉈 구입한다. 첨단기술은 새로운 명품도 탄생시킨다. 로봇이 운전하는 차, 민간 우주여행, 증강현실 시계, 판타지 조직가, 가정 매니저, 스마트의류, 웨어러블 통역로봇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지구 온난화로 가뭄과 폭우가 잇따른다. 2012년 여름 가뭄 상황. 김정효 한겨레신문 기자
지구 온난화로 가뭄과 폭우가 잇따른다. 2012년 여름 가뭄 상황. 김정효 한겨레신문 기자

황사 폭풍, 가뭄, 폭우…종말론도 고개 들어

2015년, 사상 최악의 기상이변이 들이닥친다. 2015년 1월 역대 1월 중 2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다. 최악의 황사 폭풍이 전국을 뒤덮고,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더운 여름이 온다. 한국은 50년만의 가뭄에 시달린다. 그러다 폭우가 쏟아져 홍수 사태가 벌어진다. 10월엔 산불이 전국을 휩쓴다. 온난화가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이다. 기상이변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마침내 기후변화한국시민사회연합이 출범해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완화정책을 압박한다

2016년, 기상이변이 사회정치 이슈의 핵으로 떠오른다.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의 원인인지, 또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놓고 온나라가 논란에 휩싸인다.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원자력발전소 3기가 가동중단된다. 이는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후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빠진다. 보수당은 대규모 재난구제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부유층에 고율 세금을 부과하는 데는 반대한다. 진보정당은 환경세 개혁을 도입하려 하지만 버팀목이 없다.

이런 상황은 기업엔 위기이자 기회이다. 기후변화는 농업, 어업, 보험업, 에너지집약산업, 여행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철강, 시멘트, 유리, 알루미늄, 종이, 화학 등의 에너지집약산업은 생존을 위해 저탄소 제조공정과 혁신을 이뤄낸다.

몇몇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종말론에 사로잡혀 기상이변을 지구 종말의 신호로 본다. 종교지도자들은 심판의 날을 거론한다.

2017년, 11월 초 눈보라가 서울에 휘몰아친다. 서울엔 1미터 이상의 눈이 쌓이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다. 1백만 가구의 전기가 일주일 동안 끊긴다.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고교 교사 하일(31)씨는 이틀 밤을 친구 집에서 보낸다. 눈폭풍으로 집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그의 친구는 집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그 친구는 대정전 사태에서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값비싼 수소연료전지발전기는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 발전기는 이제 상류층의 상징이다.

안전보호기업 최고경영자인 미스터 김은 방재 별장으로 피신한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별장이다. 방재 별장은 재난에도 끄떡없는 지붕과 창문 시스템, 안전룸을 갖추고 있다. 첨단 통신장비도 있다. 방재 별장 구입은 상류층의 유행이다.

북극해의 해빙은 새로운 자원, 영토 분쟁을 야기한다. 알래스카 북부 앞바다에 떠다니는 바다얼음 조각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북극해의 해빙은 새로운 자원, 영토 분쟁을 야기한다. 알래스카 북부 앞바다에 떠다니는 바다얼음 조각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북극 빙하 절잔 사라지고 수백만 명 환경난민

2020년, 북극의 얼음이 절반 이상 사라진다. 이는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극과학회의는 북극해의 얼음이 2040년에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한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지구 영구동토층의 4분의1이 사라진다. 녹아버린 영구동토층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북극 해빙은 또 천연자원과 항로를 둘러싸고 새로운 분쟁을 야기한다. 북극해는 극저온정치(cryopolitics)를 불러온다. 북극해 인접국가들은 선박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감시선과 잠수함을 파견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곳에 군기지를 설치한다.

2022년, 그린랜드가 덴마크에서 독립한다. 그린랜드 주민들은 자신들의 독립이 더 많은 일자리와 부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린랜드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각축장이 된다.

2023년 6월, 국제이주민기구(IOM)는 환경난민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다. 환경난민이란 가뭄, 사막화, 토양 침식, 물 부족, 기후변화, 홍수, 태풍 같은 환경 요인으로 본래의 터전에서 더 이상 삶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43개의 작은 섬과 해안 저지대 국가들로 구성된 도서국가동맹(AOSIS)은 해수면 상승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떠난다. 특히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투아모투섬,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몰디브, 인도양의 몇몇 섬들은 물에 완전히 잠긴다. 이주민기구에 따르면 최소한 1백만 명이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를 찾아 나섰다.

국제환경난민프로젝트는 지구기후펀드와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상주거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공도시프로젝트와 수상주택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도시 프로젝트는 거대한 인공섬을 만들어 환경난민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5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력은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집들도 따라 떠오른다.

환경난민들은 한국에선 아직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박진수씨는 태풍이 자신의 집과 직장을 휩쓴 뒤 서해안에 있는 거처를 떠나 도시로 옮긴다. 가족은 경제적 곤란으로 고통받는다. 그의 친구들도 같은 상황이다. 2025년, 국가비상대책기구에 따르면 약 20만 명이 자연재해로 집을 등진다. 6월의 홍수와 9월의 대형산불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집 5천 채가 파괴된다. 기후이주가 뜨거운 이슈가 된다.

잇따르는 대형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는 환경난민을 발생시킨다. 김종수 한겨레신문 기자
잇따르는 대형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는 환경난민을 발생시킨다. 김종수 한겨레신문 기자

전기 가스 석유 마비, 수십만 명 탈서울 행렬

2027년 봄, 마침내 한강유역에서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한다. 3주간 계속된 비로 서울과 강원도, 경기도 일대가 초토화한다. 대통령은 홍수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공무원과 군대가 대피와 구조활동을 돕기 위해 배치된다. 시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전 국토의 4분1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홍수는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내고 건물 수만 채를 파괴 시키고 작물을 망가뜨리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대피한다.

기상이변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상이변으로 철도나 도로 항공 등 수송 시스템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하지만 국제사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한강 대홍수로 사회가 크게 동요한다. 수십만 명이 서울을 떠나고 정부 사무실과 학교는 문을 닫는다. 지하철과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전력공급도 멈춘다. 인천공항도 폐쇄된다. 경작지들이 망가지고 공장 1만 곳이 문을 닫는다. 상품가격은 가파르게 오른다. 석유와 가스 공급망도 마비돼 에너지 인프라를 위협한다. 물 오염 등 보건 문제도 떠오른다. 국민은 정부에 대한 불신, 불확실성, 분노, 슬픔 등의 감정과 함께 총체적 스트레스에 빠진다.

자연재앙 앞에 무기력한 정부를 보다 못한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다, 사진은 서울광장 촛불집회. 김태형 한겨레신문 기자
자연재앙 앞에 무기력한 정부를 보다 못한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다, 사진은 서울광장 촛불집회. 김태형 한겨레신문 기자

사회 동요에 직면한 정부는 그러나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다. 정부의 정통성에 금이 간다. 정부는 무기력 상태에 빠지고 만다. 참다 못한 시민 수만 명이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항의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된다. 시민들은 정부 조처의 계층간 차별, 국제 협력을 둘러싼 대규모 부패 스캔들, 홍수 이후 정부의 무기력한 태도 등을 질타한다.

2027년 <포린 폴리시>와 평화기금이 발표한 실패국가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방글라데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불안정한 국가다. 가장 위험한 국가군은 두 나라 외에도 수단, 네덜란드, 나우루 등이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온나라가 비탄에 빠진 방글라데시와 네덜란드, 나우루가 각각 1위, 4위, 5위에 올라 있다. 실패국가의 주된 원인은 자연재해와 환경 훼손이다.

성장의 불행한 끝을 본 시민들은 가족, 공동체 등 새로운 탈성장 가치관에 눈을 돌린다. 경기 고양시의 한 동네도서관. 박경만 한겨레신문 기자
성장의 불행한 끝을 본 시민들은 가족, 공동체 등 새로운 탈성장 가치관에 눈을 돌린다. 경기 고양시의 한 동네도서관. 박경만 한겨레신문 기자

자발적 저소득 저소비로 에코빌리지 운동 활기

2020년대 말, 이제 한국인들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통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거부하고 탈성장의 새로운 경제를 갈구한다. 탈성장 사회는 생산과 소비의 축소로 대표된다.

탈성장 사회 아이디어는 지속가능사회 아이디어를 대체한다. 탈성장 사회로 가는 길에는 생산과 소비의 축소, 민주주의의 심화, 좀 더 평등한 분배가 놓여 있다. 그것은 성장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성장주도형 발전에 대한 반대이다. 그것은 양보다는 질, 경쟁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둔다. 전통적 패러다임에선 경제성장이 진보로 간주되지만, 탈성장사회에서의 진보는 자연과의 조화, 단순한 생활을 뜻한다. 정치 시스템은 분권화한다. 탈성장 사회는 시장경제와 양립한다. 단지 시장경제 규모를 줄일 뿐이다.

탈성장 사회로 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자발적 단순화 운동(simplicity movement)과 에코빌리지 운동이다. 자발적 단순화 운동은 다소비 문화를 거부하고 질 높은 대안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운동이다. 자발적 단순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간단하면서도 의미있는 생활을 추구한다. 이런 생활은 저소득과 저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신 돈이 필요 없는 사회참여, 가족과의 시간, 예술적 지적 프로젝트, 정치 참여, 지속가능한 삶, 독서, 휴식, 사랑 등등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에코빌리지는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는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에코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은 옷과 신발, 책, 아이용품,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공유하고 재활용한다. 또한 그들은 인터넷이 없는 주간을 만들어 운용한다. 에코빌리지의 핵심 원칙은 시장 의존에 대한 거부와 공동체 결정에 대한 순응, 지역자원을 활용한 지역문제 해결, 지역자치, 공통의 문제에 대한 참여와 협력, 적정기술의 사용, 지역경제 구축, 단순생활의 추구 등이다.

위기는 역으로 사회통합을 이끌어내고 시민들 사이에 운명공동체의식, 연대감을 끌어올린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공동체텃밭. 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위기는 역으로 사회통합을 이끌어내고 시민들 사이에 운명공동체의식, 연대감을 끌어올린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공동체텃밭. 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연대와 공동체적 활동 부추겨 가치관 변화

미래 한국의 붕괴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열망이다. 한국인들은 소비지상주의로 인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실패한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계속성장 미래(제1시나리오)의 이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기상이변 사태 증가하면서 가정의 수소연료발전 시스템과 방재 별장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징이 된다. 해빙은 북극해를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고 환경난민은 세계적 현상이 된다. 2027년 대홍수로 무기력증을 드러낸 정부를 목격한 한국인들은 패러다임을 전환해 탈성장 사회를 추구하게 된다.

공동체 측면에서도 자연재해로 인한 사회적 위기는 역으로 통합을 끌어낸다. 사회 내의 연대와 공동체적 활동을 부추기는 것이다.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은 사회 안정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 그로 인해 내부 갈등과 대립은 잠정 해소된다. 자연재해라는 끔찍한 경험이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역량을 또다른 차원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붕괴 시나리오의 핵심은 한마디로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 시나리오에서 말하는 붕괴는 또 다른 하나의 시작을 뜻한다. 물론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과거에 대한 반성과 절연이 전제돼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위기가 찾아올 것이나, 그것을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만 있다면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저자가 제시한 붕괴 시나리오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대안을 찾아내려는 대안미래학의 근본적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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