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완(오른쪽)씨와 이해찬군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프로그래머 유주완·이해찬
‘서울버스’로 회사 차리고…
‘벅스 플레이어’ 만들고…
“다른 관점서 바꾸려는 노력이
창조경제나 융합이라고 생각”
‘서울버스’로 회사 차리고…
‘벅스 플레이어’ 만들고…
“다른 관점서 바꾸려는 노력이
창조경제나 융합이라고 생각”
역시 남들이 보기엔 ‘괴짜’인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일까? 둘은 만나자마자 ‘파이선’, ‘노드제이에스’ 등 보통사람에겐 이름도 생소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화제로 이야기를 꽃 피웠다. 2009년 국내에 스마트폰이 선을 보일 시절 인기 앱 ‘서울버스’로 주목을 받은 유주완(21)씨와 최근 애플의 맥 컴퓨터용 음악 플레이어로 관심을 모은 이해찬(17)군이 지난 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본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현재 ‘서울버스모바일’이라는 사업체 대표인 유씨는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버스 노선·시간 정보 앱 ‘서울버스’를 만들었다. 이군 역시 홀로 공부해 애플 아이튠스가 지배하는 맥용 음악재생기 영역에서 ‘벅스 플레이어’라는 앱을 만들어 이목을 끌었다. 이 앱은 개발자 사이 입소문을 탔고 음악포털 ‘벅스’를 운영하는 네오위즈인터넷이 고등학생인 이군을 올여름 이례적으로 인턴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사람이 닮은 점은 “불편한 점을 참기 어려웠다”는 개발의 출발점이다. 유 대표는 “서울버스는 처음엔 순전히 내가 보려고 만든 앱”이라고 말했다. 전화로 버스 정보 서비스를 자주 썼는데 일일이 숫자를 누르는 게 번거로워 아예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던 날 서울버스가 앱스토어(온라인 장터)에 등록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옆에 아이폰을 사려고 기다리던 사람에게 ‘서울버스’ 한번 써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는데 단숨에 내려받기 순위 1위를 할 줄은 몰랐죠.” 이군의 ‘벅스 플레이어’ 역시 “불편해서 하룻밤 만에 만든” 앱이란다.
각각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온 유 대표와 이군의 개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주변의 우려도 많이 샀다고 한다. “학교 공부에 대한 걱정이 크셨죠. 앱이 알려지면서 부모님이 ‘그래도 뭘 하긴 했구나’ 했어요.”(이해찬) “너는 나보다 낫구나.(웃음) 난 너무 빠져드니 부모님이 ‘(컴퓨터) 줄을 잘라버린다’고도 하셨죠. 밤에 개발하고 학교에선 자는 생활을 했죠.”(유주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간간이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젊은 두 사람에겐 먼 이야기다. 개발자가 목표인 이군은 ‘늘 자신이 정말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는 게 꿈이다. “지난해 3월 학교 학생증 정보를 스마트폰에 보관하는 ‘학생증 앱’을 만들었어요. 잃어버릴 수도 있는 학생증을 폰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는데, 어른이 아닌 학생의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에 나온 앱이죠.”
유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의사 같은 전문가들 영역에도, 의사이기 때문에 못 보지만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보통 그러려니 하는 대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바꾸는 게 어쩌면 창조경제나 융합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앞으로 편리함뿐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앱들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서울버스가 유명해지니 추운 날 정류장에서 떨지 않게 미리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습관들도 나타나더라구요. 프로그램이 좀더 나은 삶을 불러오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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