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왕성(46) 한글과컴퓨터 연구개발본부장
[567돌 한글날] ‘아래아한글 20년’ 양왕성 한컴 본부장
한국의 대표적 토종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이하 한글)과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해온 양왕성(46·사진) 한글과컴퓨터 연구개발본부장(CTO)은 “한글은 조금만 보완하면 세상의 모든 말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옛 문자를 포함해 한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3년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양 본부장은 “지금은 ‘윈도’로 대표되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 기반의 컴퓨팅 환경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운영체제 환경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마치 다른 집으로 이사가듯이 새 환경에서 한글을 문제없이 입력하고 화면에 출력하는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한글 1.0이 출시된 지 24년이 되는 올해는 한글과컴퓨터에 특별한 해다. 한글 1.0이 소프트웨어로는 처음으로 지난 8월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한글 1.0 설치 디스켓 묶음은 지금 경기 분당의 한글과컴퓨터 본사 양 본부장의 사무실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양 본부장은 “문화재 등록증을 받던 날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IT) 세상에서 한글의 남은 과제로 옛 한글의 완전한 구현을 꼽았다. “우리 대표 제품 이름인 아래아한글에서도 쓰이는 아래아(ㆍ)를 지원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단적인 예죠. 그런 경우가 아직 많습니다. 표시 규약은 유니코드에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말이죠.” 유니코드란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만국 공통의 국제 문자부호 체계로,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합동 기술위원회가 만들었다. 양 본부장은 이 위원회에 딸린 전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옛 문자의 표시가 “단순히 우리 옛글을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글이 다양한 음가를 표현하는 문자로 거듭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250여명을 지휘하는 양 본부장은 1991년 입사 뒤 20년 넘게 개발에 몸담아왔지만 “아직 목표인 10계단 중에 3계단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특히 새로운 환경을 두고 그야말로 업체들이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이죠.” 그가 현재 집중하는 부분은 오피스 프로그램이다. “문서편집기 한글은 이제 청년으로 자라 제 품을 떠났지만, 오피스는 아직 어린이입니다.” 한글과컴퓨터는 한글에 스프레드시트 ‘한셀’, 프리젠테이션 ‘한쇼’ 등을 묶은 오피스 패키지로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을 통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선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그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재미’를 강조했다. “아들도 프로그래머를 하겠다고 하면 지원할 계획”이라는 그는 “재미를 느끼는 분야에 초점을 잃지 않고 매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글과컴퓨터는 회사 창립일이기도 한 한글날을 맞아 오는 10일 신제품 ‘한컴오피스 2014’를 3년 만에 출시할 계획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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