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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호기심 단계…구글 주총선 ‘구글 안경’ 입장 불허

등록 2013-06-12 17:37수정 2013-06-12 21:03

‘구글안경’ 프로젝트를 이끄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왼쪽)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IO) 행사에서 구글안경을 쓴 채 기자들을 만나러 나타났다.
‘구글안경’ 프로젝트를 이끄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왼쪽)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IO) 행사에서 구글안경을 쓴 채 기자들을 만나러 나타났다.
구글IO서 구글안경 반응보니

‘입는 컴퓨터’에 대해 호기심·감탄
아직 기능 인식 확산안돼 무관심도
프라이버시침해 문제가 대중화 빗장
현대판 천리안이라고 불릴 법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구글안경’을 쓴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되면 주변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난달 15일부터 사흘 동안 구글 개발자대회(IO)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주변은 구글안경이 실제 생활공간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가늠하게 해준, 일종의 확대된 실험공간이었다. 구글 개발자대회가 열린 며칠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안경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 주변 반응 실험실 단계를 갓 벗어나 현실세계로 진입한 구글안경에 대해 일부는 호기심과 감탄을 쏟아냈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수준의 반응이었다. 입는 컴퓨터의 기능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 무관심으로 나타났다.

구글안경 보급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커졌다. 시애틀의 한 카페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는 ‘구글안경 입장 금지’에 나섰고, 영국의 ‘스톱더사이버그’라는 단체는 구글안경 반대 스티커를 보급하고 있다. 우려와 달리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구글안경과 그 착용자는 제지받지 않았다.

구글 행사장 주변의 카페 곳곳에는 구글안경을 쓴 사람들이 다른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종업원이나 손님 대부분은 구글안경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새 기기에 높은 관심을 표하는 일부만 신기한 듯 쳐다보거나 구글안경 착용자의 사진을 찍고 말을 건네곤 했다.

구글안경을 쓴 채 “비디오 촬영”이라고 음성명령을 내리면,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된다. 사진의 작은 화면은 구글안경의 프리즘에 나타난 화상이다.
구글안경을 쓴 채 “비디오 촬영”이라고 음성명령을 내리면,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된다. 사진의 작은 화면은 구글안경의 프리즘에 나타난 화상이다.
착용자들의 태도도 이채로웠다. 구글안경의 성능과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공공 공간에 구글안경을 쓰고 나타날 때 주위로부터 환대보다 따가운 경계의 눈초리를 받게 될 수 있지만, 구글안경은 행사장 밖 카페와 거리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상당수의 구글 안경 착용자들은 기기에 관심을 보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게 해주면서 특징적 기능을 설명해줬다. 구글안경을 작동시키지 않으면서도 착용자들은 늘 구글안경을 쓴 채 활동했다. 세르게이 브린도 행사 첫날 저녁 기자들과의 만남에 구글안경을 쓴 채 나타났다.

■ 설계 의도 vs 실제 쓰임 구글은 구글안경 대중화의 빗장이 될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구글개발자행사에서 구글안경 제품관리책임자 스티브 리는 “제품 설계 때 프라이버시가 최우선적 고려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구글안경으로 동영상을 찍는 등 디스플레이를 사용중일 때는 프리즘에 ‘작동중’이라는 표시가 나타나도록 했다. 눈을 덮는 렌즈를 달지 않아 사용자가 구글안경을 이용하는지, 바라보는 상대와 눈을 맞추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 것도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설계라는 것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 기기를 작동시킬 때도 손을 올려서 안경테를 만지거나 목소리로 음성명령을 내리도록 해, 주위 사람들이 구글안경의 사용 여부를 알아차리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쓰임에서 사람들이 구글안경을 설계 의도대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카페들에서 확인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구글안경이 어떤 기기인지도 알지 못하며, 구글안경의 소형 프리즘 안에 희미하게 켜져 있는 디스플레이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지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나쁜 의도를 지닌 구글안경 착용자에 의해 불특정 다수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구글은 프라이버시를 의식해 눈 깜빡임으로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앱, 얼굴인식 기능, 포르노 등 구글안경에서 허용하지 않는 목록을 추가하기 바쁘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는 지난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사람들은 실제 쓰게 되면 별 문제가 아닌 것을 두고 온갖 걱정을 하고 있다. 입는 컴퓨터 기술이 활용되게 되면 구글안경에 대한 프라이버시 우려도 사그러들 것”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 본사에서 열린 이날 주총에는 녹화 기능이 있는 다른 기기들처럼 구글안경도 입장이 불허됐다. 구글은 구글안경의 프라이버시 위협에 대한 미 의회의 질의요청서에 14일(미국시각)까지 답변을 보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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