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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작 ‘페이스북 홈’ 부진… 그래도 ‘해커의 길’ 간다

등록 2013-05-29 20:37수정 2013-05-30 08:39

모바일 총괄 부사장인 본 스미스.
모바일 총괄 부사장인 본 스미스.
페북 모바일전략총괄 스미스 부사장

“페북, 기업이 되려고 만든게 아냐
세상을 개방하고 연결하려 만들어
‘해커의 길’은 개선과 재시도 몰두”
거대기업 해커 방식 도전 결과 주목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은 1년 전 기업공개 때 “페이스북은 기업이 되고자 설립된 게 아니다.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되게 하려는 사회적 책무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커의 길(Hacker Way)을 가겠다”고 도발적 출사표를 내걸었다. 이후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까?

페이스북이 지난달 야심작으로 내놓은 ‘페이스북 홈’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당시 출시 발표에서 “오늘날 전화기는 사람이 아닌 앱을 위해 디자인돼 있다. 스마트폰 앱은 프로그램을 쓰려면 아이콘을 구동시켜야 했던 컴퓨터 환경의 유산이다. 페이스북 홈이 스마트폰 기기의 사용방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호기롭게 장담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 홈은 사실상 실패로 여겨지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의 첫 화면을 페이스북으로 바꾸는 일종의 ‘론처’인 페이스북 홈은 100만명 넘는 사용자들이 내려받았지만, 사용자 평점이 매우 낮다.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에이치티시(HTC)는 페이스북 홈을 기본 탑재한 모델인 ‘퍼스트’와 ‘원’을 출시하며 큰 기대를 걸었지만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은 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려 했을까? 페이스북은 실패로 드러난 페이스북 홈 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증을 품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 모바일전략을 총괄하는 본 스미스 부사장을 만났다.

스미스 부사장은 “1년 전 기업공개 때 애널리스트들이 평가한 대로 모바일이 가장 큰 기회다. 2009년 내가 합류할 당시 2000만명이던 페이스북 모바일 사용자가 현재 7억1500만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1분기 0원이던 모바일 매출은 전체 광고매출에서 30%를 차지하게 됐다”고 모바일 강화 전략의 배경과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 홈의 출시 동기는 사용자들이 모바일에서 페이스북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통계를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모바일시장에서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사용시간 점유율은 해마다 50%씩 증가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앱 방문자는 8500만명으로 구글 지도, 검색, 지메일, 유튜브 등을 앞서는 압도적 1위다. 그는 “이런 통계가 왜 페이스북 홈을 내놓았는지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시도의 성패를 논하기 이른 초기단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로 본사를 확장 이전했다. 중앙 건물에 ‘해커컴퍼니’라는 간판을 달고 사무실 곳곳에 “해킹하라”라는 포스터를 붙여놓는 등 페이스북은 1년 전 기업공개 때 “해커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해커의 길’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로 본사를 확장 이전했다. 중앙 건물에 ‘해커컴퍼니’라는 간판을 달고 사무실 곳곳에 “해킹하라”라는 포스터를 붙여놓는 등 페이스북은 1년 전 기업공개 때 “해커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해커의 길’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내놓았던 전용 스마트폰 ‘차차’의 실패와 “페이스북 홈이 안드로이드에서만 작동돼 성공하기 어렵지 않냐”고 묻자, 그는 페이스북의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6000여종의 다양한 전화기에서 페이스북이 사용되고 있다. 10억 페이스북 사용자 경험은 매우 다양하고, 소프트웨어 회사인 우리는 실험을 통해서 배우고자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실험을 해보고 빨리 배워서 빨리 진전하고자 하는 게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해커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그래프를 그려가며 설명한 칠판 옆에는 붉은색 글씨로 “일단 해보는 게 완벽함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 9개의 건물로 이뤄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직원이 5000명대로 늘어나고 기업공개 등으로 페이스북의 규모가 커졌지만, 벤처기업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을 닮아가는 것과 달리 페이스북 본사에는 ‘해커 문화’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페이스북은 본사를 옮기며 아예 기존 도로명을 ‘해커웨이’로 바꿨다. 회사 주소는 ‘해커웨이1’이 됐다. 중앙광장의 건물에는 ‘해커컴퍼니’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사무실과 복도 곳곳에는 그라피티 작품과 함께 “해킹하라”, “두려움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식의 해킹을 북돋우는 포스터가 즐비하다. 직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지만, 수시로 차고 형태의 사무실에서 밤샘 개발을 하는 ‘해커톤’(해킹+마라톤)을 벌이기도 한다.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서버를 해킹하는 데서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지만, 기업을 설립한 뒤 해킹의 의미를 확대하며 기업철학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1년 전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흔히 해커에게는 컴퓨터 침입이라는 부정적 설명이 따라붙지만, 본디 해킹은 ‘뭔가를 재빨리 만들어내거나 시험해보는 것’을 뜻한다”며 ‘해커의 길’은 “끊임없는 개선과 재시도에 몰두하는 태도”라고 말한 바 있다. 거대 기업에서 해커 방식의 도전과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멘로파크(미국)/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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