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개발자대회에서
군도트라·피차이·바라·싱할
앱·검색 등 각 부문 사령탑 등장 ‘매주 전직원 토론’ CEO는
6000여 참석자와 자유토론
개방적 조직문화 드러나 인터넷서 표현자유 주창 등
회사밖 ‘개방·공유’도 열심 세계 최대 검색기업 구글이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구글은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당 900달러를 돌파하며, 2004년 기업공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구글의 목표주가를 1000달러로 올리며 미래를 더 밝게 봤다.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트렌드에 따라 부침이 심한 정보기술 업계에서 구글은 초기단계의 각광을 넘어서도 지속적 성장과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 15일 열린 구글개발자대회(I/O)에서 새로운 기기나 운영체제 등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개발자대회는 구글의 제품 기술력과 함께 개방성과 다양성이라는 조직문화를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빅 군도트라 소셜부문 수석부사장이 처음 등장한 뒤 3시간30분 동안 이어진 기조연설 무대는 실리콘밸리의 여느 정보기술 기업과 확연히 달랐다. 군도트라에 이어 안드로이드와 크롬, 앱 부문을 총괄하는 순다르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이들 제품의 새 기능을 발표했다. 둘은 각각 인도 돈보스코공대와 인도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온 이민자다. 이어 무대에 오른 휴고 바라 안드로이드 부문 부사장은 브라질 태생으로, 음성인식 분야의 독보적 업체인 뉘앙스 출신으로 구글에 합류했다. 아밋 싱할 수석부사장은 대화형 검색 등 구글의 주력서비스인 검색의 변화를 발표했다. 싱할은 히말라야산맥 아래에서 태어나 인도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구글 검색부문을 총지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구글의 핵심서비스를 주도하는 부사장 4명이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주제강연을 진행했는데, 인도와 브라질 출신 공학도들이 구글에 스카우트된 이후 핵심 분야를 맡아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 확대됐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도 출신과 구글의 우수인재 영입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개방의 힘’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인사담당 임원 맷 워비는 구글의 채용 기준에 ‘투명성과 개방적 소통능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 끄트머리에 깜짝 등장한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행사의 백미였다. 페이지는 2011년 최고경영자를 맡았지만 좀처럼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이날이 사실상 데뷔 무대였다. 페이지는 성대 장애로 인한 거친 목소리였지만 10분여 연설 뒤 40여분간 6000여 참석자로부터 자유 질문을 받아,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세계적 기업의 대표가 대규모 청중과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모습은 드문 광경이었지만, 구글 직원들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타운홀 미팅’이라는 이름 아래 구글 구내 식당인 찰리스 카페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매주 이런 토론회를 열어오고 있다. 금요일에 진행해오던 이 미팅은 비디오로도 전 직원에게 중계되는데 일부 국가에서 휴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최근 목요일로 옮겼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업은 개방 성향이 강하다.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 기업인 페이스북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더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게 임무”라고 모토를 밝혔다. 페이스북 본사에는 회의실과 화장실 빼고는 대부분의 공간이 개방돼 있으며,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도 구글처럼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을 상대로 직접 열린 토론회에 나선다.
페이스북이 안드로이드폰의 첫 화면을 페이스북 화면으로 바꿔버리는 앱 ‘페이스북 홈’을 내놓은 뒤 검색과 지도 등 구글의 수익모델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구글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는 달랐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14일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아마존처럼 안드로이드폰의 첫 화면을 바꾸는 시도에 대해 “혁신적 서비스”라고 오히려 찬사를 보냈다. 페이지도 15일 발표에서 인터넷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드러내며 개방을 강조했다. 구글은 국가별로 인터넷 검열 상황을 조사한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하고, 에릭 슈밋 회장이 각국을 상대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다니는 등 개방에 깊은 정성을 쏟아오고 있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개방된 인터넷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세계 도처에 있다”며 소통을 통제하려는 각국 정부와 폐쇄형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을 비판한 바 있다.
인터넷은 출발부터 개방과 공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협업의 네트워크이고, 개방과 접근성은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이다. 개방과 투명성이 창의적 혁신의 토대로 기능하고 있지만, 부작용과 위험성도 적지 않다.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 성인물이 노출되는 구글 검색 등의 콘텐츠를 거르는 데 부정적인 태도는 일부 국가에서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개방하도록 하는 문화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스트리트뷰와 ‘구글안경’이 대표적 사례다. ‘악이 되지 말자’는 모토가 종종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개방과 충돌하는 기업 관행이 불거질 때 위험성도 크다.
샌프란시스코/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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