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규모 170억달러 차입 나서
‘주주보상 프로그램’ 약속 지키고
국내 송금때 세금도 피하려는 뜻
채권 금리까지 낮아 ‘꿩먹고 알먹고’
‘주주보상 프로그램’ 약속 지키고
국내 송금때 세금도 피하려는 뜻
채권 금리까지 낮아 ‘꿩먹고 알먹고’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이 사상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30일(현지시각) 17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애플이 3년 만기부터 30년 만기까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로 6종을 발행한 회사채에는 전세계 투자 수요가 몰려 열띤 매수경쟁을 벌였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가 주간사를 맡은 채권 발행엔 500억달러 넘는 돈이 몰려, 금리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55억달러로 가장 액수가 큰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2.415%였다.
애플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최고투자 등급이 아닌 두번째 등급을 적용받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로 인해 최고투자 등급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엑손모빌, 존슨앤드존슨 수준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170억달러는 비금융권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다. 2009년 2월 스위스 제약회사 로쉬의 165억달러 회사채가 이제껏 최대였다.
애플은 미국 기업 최대규모인 1450억달러(약 162조원)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채권 발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때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15년까지 투자자들에게 1000억달러의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밝힌 주주보상 프로그램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020억달러가 세율이 낮은 미국 밖 국가에 예치돼 있어, 이를 미국 내로 반입해 배당에 나설 경우 높은 세금이 따른다. 애플이 현금을 국내로 송금할 경우 최고 3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애플이 20여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투자자와 시장가치를 중시하는 팀 쿡의 경영방침을 보여준다. 지난해 9월 700달러를 넘어섰던 애플 주가는 지난달 400달러 아래로 추락하며 투자자들이 높은 배당과 주가 부양책을 요구해왔다. 애플이 배당액을 늘리고 채권 발행에 나섬에 따라 애플 주가는 최근 10% 넘게 올라 30일 442달러로 회복됐다. 애플로서는 이자율이 낮고 회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의도도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의 아이콘으로 통한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이던 시절 애플은 단 한번의 배당도, 채권 발행도 하지 않아 팀 쿡의 경영방침과 대조를 이룬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떠난 뒤 기업 가치가 추락해 현금이 고갈되는 위기에 몰렸으며, 1996년 여름 6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숨통을 돌린 바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96년 말 애플에 복귀해 2011년 숨질 때까지 애플의 경영을 맡아왔다. 2010년에도 애플은 500억달러의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었지만, 당시 최고경영자인 잡스는 집요한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를 묵살했다. 잡스가 사라진 뒤 애플은 1996년과 다른 이유로 다시 채권을 발행했다.
구본권 이춘재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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