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티시(HTC) 라임폰(가운데)은 가방 밖에서 빛을 통해 전화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애플 아이폰(왼쪽)은 ‘방해금지 모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조용히 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출시된 엘지(LG) 옵티머스지(G)프로(오른쪽)는 엘이디(LED) 색상으로 발신자와 메시지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진화하는 에티켓 기능
상갓집서 “날 좀 보소” 벨소리 옛말
중력·밝기 등 감지 센서 활용 봇물
소리없이 LED 창으로 메시지 파악도
사용자 품위 지키는 신기능의 매력
상갓집서 “날 좀 보소” 벨소리 옛말
중력·밝기 등 감지 센서 활용 봇물
소리없이 LED 창으로 메시지 파악도
사용자 품위 지키는 신기능의 매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 휴대전화를 뽐내던 시절은 갔다. 자칫하다간 난처함을 넘어 몰상식한 시민이 될 수 있다. 상가에서 조문하는데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밀양아리랑’ 벨소리가 울려 당혹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뉴욕필 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9번> 공연중 전화 벨소리가 거듭 울리자 지휘자가 연주를 중단하고 “휴대전화를 꺼달라”고 부탁한 일이 화제가 돼 국제뉴스로 보도된 바 있다.
전화 예절이던 “여보세요”가 휴대전화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주소록에 있는 상대에게서 전화가 오면 그에 어울리는 인사를 건네고, 낯선 이의 전화에만 “○○○입니다”라고 응대하는 게 새로운 전화 예법이 됐다. 거는 쪽도 인사에 앞서 “통화 가능하신가요” 하고 묻는 건 필수다.
에티켓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데 배경에는 기술 변화가 있다. 일본은 지하철·버스 등 공공시설에서 통화를 하는 게 금기에 가까운 사회지만, 지난달 결국 도쿄지하철(메트로) 전 구간에서 휴대전화 서비스가 개통됐다. 대중교통시설에서 음성통화는 여전히 금기시되지만, 스마트폰의 데이터통신은 가능해야 한다는 고려가 반영된 조처다.
기술 변화는 새로운 에티켓도 만들어낸다. 스마트폰의 수많은 기능을 모두 숙지하고 쓰기 어렵지만, 사용자를 품위있게 해주는 기능도 적지 않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창시자 마크 와이저가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라고 간파한 것처럼, 기술이 진화하면 겸손해진다. 스마트한 사용자도 최신 단말기와 자신만의 벨소리 대신 주위를 배려하는 설정과 낮은 목소리로 품격을 나타낸다.
초창기 휴대전화는 벨소리가 대부분 비슷해, ‘삐리릭’ 소리가 나면 너나없이 휴대전화를 꺼내들고서 머쓱해하기 일쑤였다. 단음 벨소리는 점차 16화음, 64화음으로 화려해졌고, 스스로 벨소리 음원을 만들거나 발신자별로 벨소리를 지정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진동 전환은 ‘매너 모드’라는 이름을 얻었고, 빛이 벨소리를 대신하는 설정도 가능해졌다.
2008년 삼성전자 햅틱폰은 진동 기능을 세분화해서 소리 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발신자별로 각기 다른 진동 주기와 강도를 설정해, 주머니 속 촉각으로만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은 중력·밝기·소리 감지 센서 등을 활용해 품위있는 통화 에티켓도 제공한다. 에이치티시(HTC)가 디자이어 등에서 선보인 센스 유아이(UI)가 대표적이다. 전화기를 들면 벨소리가 작아지고, 벨이 울릴 때 전화기를 뒤집으면 벨소리가 사라진다. 2011년 에이치티시의 라임폰은 핸드백 깊숙이 전화기를 넣어두어도 전화가 오면 가방 밖에서 빛으로 알려주는 발광큐브를 채택했다. 전화기를 뒤집어 무음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은 이후 운영체제에 포함돼 이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에서 쓸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릴 때 특정 버튼을 눌러 전화를 끊으면서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전화거절 메시지’ 기능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운영체제에 모두 채택됐다. 벨소리와 진동이 점점 커지도록 하고, 주변 소음도에 따라서 벨소리가 조절되게 한 것도 타인을 배려한 기능이다. 조용한 곳에선 작은 벨소리로도 충분한 까닭이다.
최근 스마트폰 디엠비(DMB)는 이어폰이 안테나 기능을 겸하도록 해, 이어폰을 꽂을 때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민폐가 줄었다.
2012년 애플이 운영체제(iOS6) 업그레이드로 선보인 ‘방해금지 모드’는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에는 화면에 초승달이 떠오르고 전화나 알림이 와도 알려주지 않는다.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거나 누군가와 속 깊은 대화를 할 때 요긴한 기능이다. 3분 안에 두번째 전화가 오거나 미리 설정한 번호의 전화만 벨이 울리게 설정할 수도 있다.
2013년 엘지(LG)전자의 옵티머스지(G)프로는 잠김 화면 상태에서 메시지 종류와 상태에 따라 홈버튼의 엘이디(LED) 색상을 다르게 표시하도록 했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은 ‘주얼리 라이팅’이란 별도의 투명한 엘이디 창을 달아 뒤집혀 있어도 메시지 내용이 7가지 색상으로 구분되도록 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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