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조이치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은 그동안 두바이, 도쿄, 보스턴을 오가며 살아왔던 생활을 정리하고 이 달부터 보스턴에 정착한다고 말했다. 이토 소장의 방 책상 옆에는 그가 출퇴근할 때 사용하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인터뷰/이토 조이치 MIT 미디어랩 소장
대학 두번 중퇴 나이트DJ 이력
MIT선 학위 없는 다채경력 호평
논문보다 예측불가 창조물로
분야 다른 교수들 홈런치게 도울것
대학 두번 중퇴 나이트DJ 이력
MIT선 학위 없는 다채경력 호평
논문보다 예측불가 창조물로
분야 다른 교수들 홈런치게 도울것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나를 소장으로 선택한 이 대학에서는 내가 학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합니다.”
지난 14일 미국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랩에서 이토 조이치(46) 소장을 만났다. 박사학위는커녕 대학도 두번 중퇴하고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일본인이 지난해 9월 세계 정상급 대학의 연구소장에 임명된 것 자체가 파격적인 일이었다. 엠아이티 미디어랩은 198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설립한 이후 책 <디지털이다>를 통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예견하고 가상현실, 홀로그램, 전자종이, 100달러짜리 노트북(원랩톱퍼차일드) 등의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정보기술과 미래예측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연구기관이다.
이토 소장은 “미디어랩은 논문을 통한 연구보다는 예측될 수 없는 창조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 역할은 분야가 다른 26명 교수들의 관심과 연구를 서로 연결시키고 홈런을 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토는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과 일본에서 나이트클럽 디제이(DJ)로 일했으며, 인터넷 기업을 창업하고 벤처투자가로 성공을 거뒀다. 트위터·플리커 등 훗날 성공한 기업들의 초기 투자자였으며, 저작권 공유운동단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C) 의장을 비롯해 모질라재단과 맥아더재단의 이사를 맡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세계경제포럼, <타임>지 등이 뽑은 미래 지도자에 단골로 선정돼왔다.
저작권 공유단체 이끌며 주목
SW 특허 작은기업 혁신 막아
미디어랩은 거대한 아이디어 제공터
비공개 행사 공개 ‘개방철학’ 구현 저작권 개방 운동에 앞장서온 이토에게 “당신이 연구개발을 통한 특허 취득에 주력해온 연구소의 책임자를 맡은 게 어색해 보인다. 앞으로 연구소의 특허 정책이 변화할 것인가” 물었다. “연구소의 주된 재원은 특허 수입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끄덕였다. 이토 소장은 “현재 연구소의 지적재산권 정책을 재검토중”이라며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설립자인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대 교수가 책임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 공유 운동처럼 특허도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야 한다”며 “연구소의 소프트웨어 연구는 모두 공개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하는 신약 관련 연구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토 소장은 “특허는 매우 전문적일 때 소유할 수 있지만, 미디어랩은 거대한 아이디어를 주로 제공한다”며 “디지털로의 대전환(Being digital), 개인용 컴퓨터 등이 바로 그런 아이디어다”라고 말했다. 이토 부임 이후 연구소는 바뀌기 시작됐다. 그동안 비공개하던 내부 발표와 토론 행사를 지난달 23일 컨퍼런스 때는 처음으로 인터넷 중계했다. 촉각미디어(Tangible Media)팀의 한 연구원은 “1년에 두번 여는 연구소 후원기업 초청행사에서도 해당 기업들의 협조를 얻어 연구 내용의 공개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며 “새 소장의 개방 철학과 네트워킹 능력에 대해 내부 반응이 아주 좋다”고 했다. 이토 소장은 “현재의 특허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바보 같은 짓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으며, 혁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변화가 너무 빠르고 혁신 비용이 낮기 때문에 특허가 필요하지 않고, 특허는 신약 개발, 재료과학, 화학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분야에 적합한 제도라는 것이다. 특허는 연구와 투자에 대한 보상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려고 도입됐는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갈수록 커져서 거대기업들에 유리한 구조로 변질됐다는 게 이토의 주장이다. 그는 “누군가 애드벌룬 특허를 냈다고 가정할 때, 큰 기업이 이를 팔라고 요구해 응하지 않으면 주변에 수많은 특허를 깔아놔 그 기업이 꼼짝 못하게 포위하는 체스게임과 비슷하다”며 “작은 기업들은 뛰어들 수 없고 엄청난 자본력이 있는 큰 기업들만의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점점 더 많은 기술특허가 쏟아져나와 기존의 특허사무소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켰다고 지적했다. 수준 낮은 특허와 논문이 양산되고 있어 특허전문가들이 이를 모두 검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게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토 소장은 미디어랩에서 지적재산권 변호사들과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허시스템 자체를 재검토하는 연구에 본격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미디어랩은 150명의 대학원생 연구진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온 80여명의 방문학자, 엠아이티 학부생 200여명 등이 팀을 이뤄 400여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성과 공유를 원하는 세계 75개 기업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LG)전자, 케이티(KT) 등 국내 기업들도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보스턴/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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