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단말기 자급제’ 시행…통신사 “차별불가피” 고수
다음달부터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구매하지 않고 중고단말기 등을 직접 마련한 고객에게도 이통사가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통신사는 “이통사를 통해 휴대전화기를 구입한 고객과 그러지 않은 고객은 차별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마찰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이통사들이 다음달부터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전산시스템 개발 및 분실 단말기 조회용 통합관리센터 구축을 완료했다”며 “단말기 유통 경로에 관계없이 요금할인 혜택을 부여하도록 이통사와의 협의를 이달 중으로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사용자가 직접 조달한 단말기에도 요금할인 혜택을 주고, 새로 생산된 휴대전화 외부에 식별번호를 부착하는 등의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단말기 구입과 통신서비스가 한묶음으로 약정을 통해 판매되던 관행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중고 휴대전화 활용 확대는 물론 제조사나 유통업체가 직접 단말기 판매에 나설 수 있게 돼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이통사는 원칙적으로 통신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게 된다. 그동안 이통사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약정을 조건으로 묶어서 팔면서 할인혜택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이용자가 단말기를 직접 마련해 통신서비스를 따로 구매하면 훨씬 돈이 많이 들었다. 방통위는 단말기 자급제 성공의 관건이 이통사가 고객이 직접 마련한 단말기에도 요금할인 혜택을 주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통사는 휴대전화를 약정을 통해 할부구매할 때 요금제에 따라 매달 이용요금에서 일정액을 할인해주고 있으며, 할인율은 업체별로 25~33%에 이른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유통을 통신서비스에서 분리시키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관계자는 “요금할인은 이통사 유통망을 통해 단말기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판매촉진용 보조금”이라며 “고객이 스스로 마련한 단말기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요금할인을 검토한다 해도 통신사 공급 단말기와는 차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단말기 자급제를 위한) 요금할인에 대해 방통위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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