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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성형 전 얼굴도 족집게처럼 잡아낸다?

등록 2012-02-13 21:28

프라이버시의 종말
미 연구진, SW개발 논문 발표
사진 비교분석 개인 특징 식별
더 많은 사람사진 데이터 필요
여권사진에선 귀가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는 등 유난히 조건이 까다롭다. 왜일까?

궁금증은 지난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50년 만에 밝힌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작전’에서 풀렸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600만 유대인 학살을 지휘한 책임자였지만, 패전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리카르도 클레멘트’로 이름을 바꾸는 등 전혀 다른 신분으로 숨어 살던 그는 1960년 체포돼 이듬해 이스라엘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모사드가 은신한 아이히만을 15년 만에 찾아내는 데 결정적 단서로 삼은 것은 그의 귀였다. 모사드가 몰래 찍어온 사진을 보고 이스라엘 법의학자들은 클레멘트가 아이히만임을 확인했다. 귀의 세부 모양을 비교한 결과였다. 귀는 사람마다 고유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다 성형하는 경우도 드물어 얼굴 인식을 통한 신원 식별에서 더욱 중요해진 신체기관이다.

최근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온 정아무개씨는 여행 계획이 어긋날 뻔했다. 미국 애틀랜타공항에서 함께 입국심사를 받던 친구 부인(70)이 여권 사진 때문에 입국 거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 사진에선 주름살도 사라지고 눈도 커져 있는 등 다른 사람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었다.

외교통상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여권을 발급받을 때 발급대행 기관에서 여권용 사진을 직접 찍어주는 ‘전자여권 얼굴사진 실시간 취득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내년에 적용을 전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외교부는 “규격에 맞지 않는 사진 등으로 인한 재촬영 불편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배경에는 그동안 신청인이 제출해온 사진의 지나친 ‘포토숍 효과’로 인한 신원 식별 어려움이 있다.

여권 사진 등은 발급기관이 직접 촬영하는 방법을 쓰면 ‘포토숍 효과’를 피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지만, 아예 얼굴이 달라져 버리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최근 연예인들 중에는 턱뼈를 깎아내는 양악 수술 등을 받은 뒤 얼굴의 윤곽이 확 바뀐 다른 사람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술 이전의 사진을 촬영한 신분증으로는 본인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범죄와 연결된 성형수술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양들의 침묵> <페이스오프> 등 영화 속 상상물이던 성형수술을 통한 범죄는 성형수술의 대중화와 더불어 현실 속 사례가 됐다. 외국에서의 사례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2010년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이 방송사의 범죄자 공개수배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이 공개되며 지명수배되자, 성형수술을 하고 3년 넘는 은신 도피생활을 하다가 검거된 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 저널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성형수술을 한 범인을 찾아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빈 보이어 교수 등 미국 노터데임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연구진이 지난달 10일 미국 콜로라도 브레컨리지에서 열린 한 학회(WACV)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이 달라진 경우, 기존 기술의 인식성공률이 50%로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려 한 연구다. 원리는 성형 전후의 사진만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에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사진을 비교 분석해서 특정인의 고유한 개인적 특징을 식별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기술이 더 많은 사람의 더 많은 사진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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