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윈도폰 구매자에 30만원대 콘솔형 게임기를 제공하는 파격 마케팅을 개시했다. 윈도로 피시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는 엠에스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낙오하자 끼워팔기에 나선 것이다.

케이티(KT)는 6일부터 월 4만4000원 이상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노키아의 ‘루미아710(사진 왼쪽)’과 엠에스의 ‘엑스(X)박스360(오른쪽)’, 게임타이틀 1개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케이티는 “30만원에 상당하는 게임기와 타이틀을 75% 할인한 7만5000원에 제공하는 셈”이라며 “케이티 올레샵을 통해 5000대 한정 판매된다”고 밝혔다.

루미아710은 엠에스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윈도폰7.5(망고폰)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노키아가 독자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포기하고 엠에스와 손잡고 만든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출시됐지만, 판매가 부진해 1달이 지나도록 판매량이 3000~400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엑스박스360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로 선정되는 등 38개국에서 6600만대가 판매된 인기 게임기다. 거의 공짜 폰으로 전락한 윈도폰을 살리기 위해 긴급 처방이 내려진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영국,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 이런 끼워팔기를 시행해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 구글, 삼성전자에 밀려난 노키아와 엠에스가 합작한 루미아가 인기를 끌지 못하자, 끼워팔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루미아가 130만대 팔려 제3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 1분기에 3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이런 고가의 제품을 끼워 판 유례가 없지만 엠에스의 제안으로 진행되게 됐다”며 “고객에게 보조금 혜택을 주는 방식의 하나”라고 말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에 견줘 상대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덜 받는 루미아710 고객들에게 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끼워팔기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스마트폰에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티브이 등을 묶어 파는 마케팅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5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윈도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에도 2억5000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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