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216개국에서 3000만 사용자를 돌파하며 모바일 문자메시지 1위 서비스로 자리를 굳힌 카카오톡의 이제범(왼쪽),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톡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
이제범·이석우 카카오톡 공동대표
216개국 3000만명 이용…2년 만에 급성장
모바일메신저 그룹채팅 기능 중동에서 인기
“모바일, 웹에 비해 글로벌 진출 기회 많아”
216개국 3000만명 이용…2년 만에 급성장
모바일메신저 그룹채팅 기능 중동에서 인기
“모바일, 웹에 비해 글로벌 진출 기회 많아”
“카카오톡을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과 방향성을 고민중입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빨리 시도해볼 작정입니다.” 이제범 카카오톡 공동대표가 밝힌 새해 포부다.
2010년 3월 아이폰용 무료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은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시대 국내 모바일 벤처기업 성공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톡 사무실에서 이제범·이석우 공동대표를 만났다.
이날 오후 사무실은 종무식과 송년회로 왁자지껄했다. 분주함과 열기가 송년회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초 25명 수준이던 직원은 연말에 160여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40%가 개발자다. 직원 증가를 대비해 지난 여름 170여명이 근무할 수 있는 현재 사옥으로 이전했지만, 머잖아 사무공간을 다시 마련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11월 이용자 3000만명을 넘어섰고, 216개국에서 날마다 9억건이 넘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여느 스마트폰 앱과 달리, 사용자의 80%가 날마다 쓰고 있다. 12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20%인 600만명은 국외 사용자다. 세계 최대의 문자메시지 앱이자, 국내 개발 인터넷 서비스로는 게임을 빼고는 처음으로 글로벌 성공이 유력시되고 있다.
카카오톡의 성공에는 의아한 점이 많다. 국내에 스마트폰은 2010년에야 본격 보급된데다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규제가 가득했다. 한국어는 세계어도 아니고, 카카오톡 출시 이전에 비슷한 서비스들은 앱스토어에 널려 있었다. 개발도 소규모였다. 카카오톡은 기획 1명, 개발 2명, 디자인 1명 등 4명이 두달만에 만든 서비스였다.
이제범 대표는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빠른 출시와 모바일메신저에서 그룹채팅을 첫 도입한 게 주효했다”며 “피시(PC)에서 그룹채팅을 하려면 모두 피시 앞에 있어야 해 제약이 컸지만, 모바일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청인원에 제한이 없는 그룹채팅은 약속잡기, 회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기능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에서 카카오톡 인기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어 사용자가 드문 이 지역에서 카카오톡 사용자는 90만명인데, 5000여명이 모이는 그룹채팅방이 수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범 대표는 “아랍어 버전이 없지만 스마트폰 언어설정에 따라 영어 버전을 선택해도 내용은 아랍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며 “아마도 일종의 종교나 정치집회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이토록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며 “모바일 시대에는 변화가 너무 빨라서 확정적으로 무엇을 계획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고, 재빨리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엔(NHN) 부사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8월 카카오톡에 합류한 이석우 공동대표는 “엔에이치엔에 있을 때 의사결정과 집행이 빨랐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시대에 제때 상품화를 통한 시장 선점의 가치를 알려준다. 카카오톡 성공 이후 국내 포털과 이동통신사 등이 유사서비스에 나섰지만,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가 몰리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모바일 메시지 도구에서 실시간 메시징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카카오톡은 글로벌 시장에서 언젠가 페이스북과 맞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톡은 모바일에서 출발해, 피시 기반의 페이스북과 다른 영역이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피시 기반 서비스를 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범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초기에 모바일 관련 규제 사각지대가 있었고, 남들이 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덕에 카카오톡은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대중화된 뒤 비로소 이통사와의 마찰이 불거졌고, 이통사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인정한 망 중립성 기본원칙도 최근에야 만들어졌다.
그는 “웹에 비해 모바일은 글로벌 진출 기회가 훨씬 더 널려 있다”며 “웹과 달리 모바일은 서비스가 간단한 데다 스마트폰 언어 설정만 바꾸고, 마케팅할 필요없이 앱스토어를 통해 홍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창업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가 크게 늘어났다”며 “모바일 환경에서는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제품을 만들어 내놓고 평가받고 또 도전하는 게 벤처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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