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콘텐츠 차단 금지 등 원칙
예외조항 둬 모호한 규정 논란
예외조항 둬 모호한 규정 논란
이동통신 회사가 수익모델 침해나 과다 트래픽을 이유로 카카오톡과 같은 합법적 서비스를 마음대로 차단하지 못하도록 망 중립성 기본 원칙을 만들었지만, 모호한 규정들이 혼재돼 있어 실질적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려면 차별 금지 규정에 대한 구체화가 요구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 환경 조성 및 정보기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망 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이용자의 권리,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합법 콘텐츠·기기 등의 차단 금지, 합법 콘텐츠·서비스 등의 차별금지, 합법적인 트래픽 관리 허용 등 5개의 기본원칙으로 이뤄져 있다.
망 중립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지만, 차별 금지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적용상황에서는 사업자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이드라인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합법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차별하거나 차단할 수 없다”와 “합리적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엔 가능하다”는 내용이 함께 들어 있다. 또한 사업자가 트래픽 관리에 필요한 조처를 할 때 이용자에게 그 상황과 영향을 밝히도록 했으나 “고지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공지만 해도 된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그 대상을 방통위가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은 “통신사업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음성·영상통화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다”는 식으로 구체화돼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 조항 역시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인정됐다. 망의 보안과 안전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법에 따른 요청이 있는 경우 등에는 사업자가 콘텐츠와 서비스를 차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번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을 제한해놓지 않고 무한대로 열어놓았다는 점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항목으로 꼽힌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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