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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재임’ 최시중 전횡에…방통위 공공성 ‘사망선고’

등록 2011-12-11 21:34수정 2011-12-11 22:30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부 업무평가 ‘꼴찌’…위기의 방송통신 정책
KT 2G 중단 승인·종편채널 특혜 등 중립성 잃어
소비자 보호·재송신 분쟁·통신료 인하 등엔 ‘무력’
감사원 시정 요구도 묵살…방통위 존립명분 ‘흔들’
최시중(74) 위원장이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최 위원장 개인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방통위 존립의 명분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 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의 정부업무평가 보고회에서 ‘꼴찌’(미흡) 부처 판정을 받은 게 단적인 예다. 당시 평가에서 방통위는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둔 취약계층 지원, 지상파와 케이블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 통신료 인하 등에서 무력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공공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방송통신 정책 주무부처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방통위는 소비자 보호에는 눈을 감고 사업자 편만 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충식·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케이티(KT)의 2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를 승인하는 결정에 앞서, 케이티 쪽의 가입자 축소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 행위 논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 위원장은 이를 묵살하고 2세대 서비스 종료 승인을 강행한 바 있다. 법원이 방통위 승인의 집행을 지난 7일 정지시킨 데서 볼 수 있듯 방통위는 무리수를 뒀다.

최 위원장은 케이티에 특혜를 베푸는 과정에서 심지어 감사원까지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른바 ‘몰래 정액제’로 요금을 부당하게 더 받아온 케이티에 대한 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감사원이 지난 4월 최 위원장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앞으로 민원 제기가 계속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시 사실 조사에 착수하고 동시에 자료 보존도 요청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기야 법원의 2세대 서비스 관련 결정에 대해 지난 8일 항고까지 했다.

종편 개국 이후 <교육방송>의 수능과 영어채널 등이 무더기로 번호가 바뀌거나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도 최 위원장의 일방적인 종편 편들기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편들이 애초 알려진 대로 내년에 출범했으면 채널 박탈 등 방송시장 혼란이 최소화됐을 텐데, 무리하게 개국하면서 다른 매체와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매년 12월 말 채널사용 계약서를 체결하며, 한 해 채널계약은 1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 위원장의 관심사는 여전히 종편에 쏠려 있다. 종편이 출범 이후 시청률 0%대의 행진을 이어가자,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통신사 등 대기업 광고책임자들을 불러내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기까지 했다. 방통위가 지난 5월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비가 매출의 22%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과징금까지 부과해온 것에 견주면 코미디에 가깝다.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일관성도, 이통요금 인하도 팽개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은 방통위와 케이티를 상대로 감사청구와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할 태세다.

방통위의 파행적 행보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만 머물지 않고 사업자로도 번지고 있다. 케이티는 방통위의 승인 가능성을 믿고 주파수 경매를 포기한 채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2세대 종료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다. 최 위원장이 일방 강행을 결정한 것이 결국 이용자와 기업의 피해를 가져오고, 국민에겐 방통위가 사업자 편드는 부처라는 인식을 각인시킨 셈이다.

방통위 파행의 장본인 최 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3년까지다. 그는 현 정부 각료 중 최고령으로 올해로 4년째 직위를 이어가고 있다.

구본권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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