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두아르테(38)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 디렉터
마티아스 두아르테 구글 디렉터
안드로이드 OS 4.0
‘갤럭시 넥서스’에 첫 적용
“유혹적인 디자인 추구
소중한 사람 만지는 느낌”
안드로이드 OS 4.0
‘갤럭시 넥서스’에 첫 적용
“유혹적인 디자인 추구
소중한 사람 만지는 느낌”
지난 2011년 10월19일 홍콩에서 갤럭시 넥서스와 구글의 아이스크림샌드위치 발표회장에서 구글의 마티아스 두아르테를 만나고 흥미로워 당시에 간단하게 기사를 작성했다(안드로이드,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501842.html).
구글쪽에 인터뷰를 요청해 11월18일 그를 1시간여 인터뷰했고, 29일치에 소개했다.
인터뷰가 지면에는 추려서 나갔지만, 디자인이나 모바일 기기의 유저인터페이스에 대해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어서, 길지만 전문을 소개한다.
28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넥서스’에 처음 적용된 안드로이드 4.0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라는 별칭을 지닌 이 운영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PC)를 함께 구동시키는 통합형이라는 점과 안드로이드가 비로소 ‘고유 스타일’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답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마티아스 두아르테(38·사진)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 디렉터를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인터뷰했다. 두아르테는 팜(Palm)에서 부사장을 지낸 칠레 출신 디자이너로, 웹 오에스(OS)의 뛰어난 기능성과 미려한 디자인으로 이름난 유저인터페이스 전문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유혹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지난 달 19일 홍콩에서 갤럭시 넥서스를 발표할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인상깊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적용하고자 한 일관된 컨셉은 무엇인가
=가장 신경썼던 일관성있는 아이디어이자 컨셉은 유혹(seduction)의 개념을 살리는 거였다.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자꾸 말하고 싶고, 거부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은 기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즐겁고 재미있는 기기를 만들고자 했다. 홈스크린도 스와이핑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약간 기울어지면서 빛이 나게 해 사용자들이 더 조작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두 개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서로 접촉시키면 콘텐츠를 주고받는 안드로이드 빔 기능도 이런 유혹의 개념을 위한 것이었다. 과거에는 버튼도 정말 단순하게 누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단순히 누르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어주고, 오래 누르게 하는 등 소중한 인형이나 사람을 만질 때와 비슷하게 하는 게 핵심적인 개념이었다.
-안드로이드 4.0에 와서 기존 안드로이드 UI보다 상당한 독자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점 때문에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철학적으로 과거버전의 안드로이드 버전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가장 다른 부분은 일관성과 쉽게 기능을 발견할 수 있는 발견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안드로이드가 너무 빨리 성장했고, 새 애플리케이션이 매일 출시가 되다보니까 사용자들이 사용할 때 혼란을 느꼈다. 이걸 누르면 어떤 기능이 실현이 되는 것인지. 손짓으로 밀어넘길 때 이쪽으로 해야 하는지 저쪽으로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사용자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법을 가까스로 익혀도 다른 애플리케이션은 사용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러니까 지메일은 사용하는데 구글토크는 사용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것이 일관성을 갖추는 것이었다. 아주 엄격하게 관리를 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는 무엇을 눌러야 한다고 하면 항상 같은 방식으로 누르고, 스와이핑도 항상 같은 방향으로 하게 된다. 그래서 핀치해서 누르는 동작이 과거에는 메뉴 버튼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선택 버튼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일관성있게. 선택 버튼으로만 사용되도록 했다.
두번째로 신경썼던 것은 발견성이다. 과거에는 너무 여러 버튼이 있어 이게 무슨 기능을 하는 버튼인지 다 눌러봐야 알았다. 그래서 새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 이걸 누르면 메뉴가 나오는지 검색이 나오는지 몰랐기 때문에 다 한번씩 해 봐야 알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반응 패턴을 개발했다. 가능한 모든 액션을 다 스크린 상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글은 애플에 비해 디자인이 미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저인터페이스 전문가로서 iOS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고, 그것에 대항한 안드로이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다른 제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에 어떻게 반응하게 될 지를 생각했다. 만족하게 될지, 불만족스러울까? 단순히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정말 사랑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만족도 부분에 있어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갤럭시 넥서스 리뷰를 보았는데 사람들이 내가 써본 최고의 핸드폰이라던지 나에게 정말 잘 맞는 폰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나의 운영체제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제품들만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좋게 평가해서 매우 기뻤고, 그들에게 매우 잘 맞는 기기라고 해서 좋았다.
-당신이 전에 개발한 웹 OS와 UI는 뛰어난 디자인과 미려한 인터페이스로 주목받았다. 어떤 점이 사용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는지?
=팜(Palm)에서도 지금 안드로이드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담아서 웹OS를 개발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항상 같다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기기의 잠재력을 발휘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감정적으로 유대관계를 가지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팜에서도 아주 유능한 팀이랑 같이 일을 해서 앞서 말한 세 가지 특징을 갖춘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팜에서는 유통망이나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도 말한 것과 같은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일을 했고, 아주 유능한 팀이랑 작업을 했으며 또 이 팀과 계속해서 안드로이드 유저인터페이스를 앞서 말한 세 측면에서 개선하고자 꾸준히 노력을 한 결과 큰 진전이 있었다. 그래서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사용자들이 쉽게 기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face unlock이라던지 안드로이드 빔과 같은 강력한 기능을 여럿 추가했다. 팜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좋은 아이디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업전략을 갖추고 있고 삼성전자와 같은 훌륭한 파트너가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하드웨어를 통해서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웹오에스에서는 중요했지만 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서는 적용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있는가?
=내가 여러 기업에서 추구했던 디자인철학은 항상 같다. 데인저(한때 두아르테가 몸담았던 회사)에서는 심플하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들이 멀티태스킹할 수있는 기능 개발에 초첨을 맞추었다. 그때 개발했던 알림(notification) 기능이 에코시스템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헬리오와 팜에서도 마찬가지고 디자인 철학은 항상 같다.
굳이 안드로이드가 웹오에스와 다른 점을 꼽자면 시각적 철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팜은 데스크톱에서 시작하다보니까 데스크톱과 비슷한 look and feel의 유산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이콘도 계속 둥글고 만화적 요소도 가미가 되어 있었는데, 안드로이드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아주 현대적으로 가기로 했다. 영화 포스터나 잡지가 주는 look and feel을 살려 선도 선명하고 깔끔하게 하고, 날카롭고 선명한 경계선을 주었으며, 여백의 공간도 많이 두었고 3D의 장식적 기능도 많이 살렸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디자인적인 방향이 미래 유저인터페이스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유저인터페이스가 20~30년 전의 작업에 의해 영감을 받았다면 미래 유저 인터페이스는 영화 포스터나 잡지 같은 그래픽 디자인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벤처비트(VentureBeat)와 한 인터뷰를 흥미롭게 보았다. 당신이 말한 매거진 스타일하고, 영화 포스터 스타일을 빌려왔다는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컴퓨터나 모바일이나 웹OS를 보면 유저인터페이스들이 굉장히 다 비슷하다. 타이틀이나 스크린 버튼 이런 것들이 획일적이다. 마치 같은 쿠키 커터에서 찍어낸 듯이 레고 블록처럼 획일적이다. 모든 앱들이 다 같아 보이고, 만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사용했는데, 등장인물들이 입는 옷도 가짜 가죽이나 가짜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었지, 실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만화적 일러스트레이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패션잡지나 트렌디한 기술잡지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잡지들은 만화같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흰색 공간을 많이 사용하고 서체를 통해 디자인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용 잡지에서 자동차 관련된 기사가 있다고 하면, 그 기사는 자신만의 타이포그라피와 look and feel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다음기사가 유명인의 가십을 다룬 기사 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다른 레이아웃과 타이포그라피 등이 있다. 그래서 레이아웃은 각각 달라도 하나의 잡지에 있는 기사라는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폰트가 통일돼 있으면서도 개별 기사별로 레이아웃은 다르다. 그런 잡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실물을 그려서 일러스트레이션을 한 것이 아니라. 잡지나 일러스트 디자인처럼 컨텐트가 다 살면서도 모든 것을 다르게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썼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전에 구글에 오자마자 태블릿용 허니콤을 출시했다. 어떤 인터뷰에서 당신이 그것을 경착륙(hard land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허니콤에서 가져온 디자인적 요소는 무엇이며 버린 요소는 무엇인가?
=워낙 가져온 것도 많고 버린 것도 많아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를 말하자면, 허니콤에서 look and feel을 매거진처럼 만들려고 노력했다. 당시엔 홀로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라고 얘기하면서 잡지같은 유저인터페이스를 완성하려고 노력했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부족해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기술의 영향이 남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 디자인팀에서 그래픽을 살리고 여백도 넣으며 개선하기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허니콤의 look and feel이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러나 목표로 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위치와 같은 룩앤필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두번째는, 안드로이드 과거 버전을 보면 기기 밑에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물리적 홈버튼이 있었다. 허니콤에는 버튼이 스크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기기가 회전하면 버튼도 항상 같이 회전해 버튼도 일관성 있게 같이 회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버튼을 소프트웨어의 일부로 포함시켰다는 것이 허니콤에서 많이 가져온 부분이다.
-애플 ios처럼 태블릿과 모바일 통합형 UI를 적용하게 되면, 어떤 새로운 디자인적 요소가 생겨나게 되는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디자인할 때 허니콤을 고려했으며 허니콤을 디자인하면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고려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휴대폰과 태블릿 둘 다 지원하면 장점이 있다. 개발자는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개발해서 둘 다에서 돌릴 수 있게 되고, 기기에 따라 스크린이 큰지 작은지 상관 없이 작동이 되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큰 장점이다. 지메일이 좋은 사례인데,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은 동일하다. 스크린이 큰 기기에서는 화면을 두개의 기둥으로 분할해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태블릿이 몇 인치더라도 상관없이 구현이 된다. 그렇다면 6인치 스크린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디스플레이를 선택한다. 두개의 기둥을 표현 수 있는지 없는지, 적절한 크기로 보여지게 된다. 이것이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경쟁적 우위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form factor가 가능하게 된다. 개발자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해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구글 안에서 디자이너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애플에서는 조너선 아이브과 같은 사람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데, 당신이 구글에 입사한 후 디자이너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는지?
=나 때문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구글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나 시각이 변하고 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한테 ‘구글이 디자인을 더 소중히 여기겠다’라는 얘기를 듣고 구글로 오게 되었는데, 앤디 루빈뿐 아니라 구글 전체가 디자인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변화를 보고 굉장히 기뻤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와도 얘기를 해보니 정말로 구글 전체가 제품 성공에 있어서 디자인의 역할을 좀더 높이 평가하고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구글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시각적 리디자인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는데, 그만큼 디자이너들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 안드로이드 팀도 구글의 다른 디자인 팀과 훨씬 더 활발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서 다른 팀과 대화도 많이 하고 영감도 공유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주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허니콤의 디자인적 요소들이 웹디자인 쪽에 나타난다던지, 웹디자인에서 가져온 요소들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나타난다던지 하고 있으며 구글 전체가 디자인에 대해 훨씬 더 소중히 여기고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안드로이드 디자인이 촌스러운 낙인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PR과 마케팅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새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내 생각에 좋은 제품은 스스로를 대변한다.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3개 리뷰가 나왔는데, 평가가 높게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특정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적 요소에 민감하다. 그들에게 안드로이드가 바뀐 점을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하려고 한다. 스타일 가이드를 제작하는 등 일상적 홍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하려 한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어떤 디자인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널리 알리려 하고 있다. 구글 플러스에 블로그가 있는데, 이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알리려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디자인 커뮤니티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디자이너이니까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보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려면 디자이너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디자인이나 디자이너를 좋아하는가 ? 잡스는 벤츠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훌륭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아주 많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소비자 가전 중에서 가장 오리지널하고 멋진 디자인은 팜5였다고 생각한다. 프록디자인에서 한 걸로 알고 있고, 책임디자이너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테크놀로지 디자인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 팜5는 아름답고 패셔너블하며 매우 유용하고 최신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었다. 이렇게 완벽한 조화를 이룬 제품을 보기는 매우 드물다. 항상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제품이 팜5였다.
-안드로이드는 개방형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삼성의 터치위즈나 HTC의 센스와 같은 제조사 자체의 UI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당신처럼 일관된 디자인과 만드는 구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제조사 자체 UI를 허용하고 컨트롤하는데 있어 모순적인 상황이 닥칠 것 같다. 안드로이드 자체의 균일함과 개방적 구조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지?
= 아마존 킨들 fire도 훨씬 더 급진적인 변화를 보여준 훌륭한 예라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작업을 하면서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까 말했듯이, 기존의 제품들은 같은 쿠키커터에서 찍어낸 것처럼 획일적인 레고 블록과 같았다. 안드로이드를 설계하는 것은 자동차의 외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성능 엔진을 설계하는 것이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들이 그들이 원하는 시장과 원하는 대상을 상대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 엔진으로 누구는 SUV를 만들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쿠페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비행기나 오토바이도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정말 좋게 만들고 있다. 최근 삼성에서 퀵 애플리케이션 트레이를 개발했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마존 파이어는 아주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제품이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는 부분이다. 안드로이드의 이런 측면 덕분에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창의력이 개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도 이처럼 얇아지기는 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비슷하다. 아이콘도 같으며 작동하는 방식도 같다. 이처럼 과거에서부터 파생되는 요소들이 많은데, 이것을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다보면 혁신을 가져오지 못한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여러 종류의 기기에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 이것이 안드로이드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가장 신경썼던 일관성있는 아이디어이자 컨셉은 유혹(seduction)의 개념을 살리는 거였다.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자꾸 말하고 싶고, 거부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은 기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즐겁고 재미있는 기기를 만들고자 했다. 홈스크린도 스와이핑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약간 기울어지면서 빛이 나게 해 사용자들이 더 조작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두 개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서로 접촉시키면 콘텐츠를 주고받는 안드로이드 빔 기능도 이런 유혹의 개념을 위한 것이었다. 과거에는 버튼도 정말 단순하게 누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단순히 누르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어주고, 오래 누르게 하는 등 소중한 인형이나 사람을 만질 때와 비슷하게 하는 게 핵심적인 개념이었다.
지난달 1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넥서스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발표회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 디렉터인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소록과 지인들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피플 앱’은 전화가 오면 화면 가득히 발신자의 얼굴이 채워진다.
사진을 등록해놓은 상대로부터 전화가 오면, 화면 가득히 상대의 얼굴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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