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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삼성이 꺼낸 ‘표준특허’ 카드
EU ‘독점행위 조사’ 부메랑

등록 2011-11-06 20:52수정 2011-11-07 20:49

애플과 소송 새국면
‘불공정 경쟁에 악용’ 판단 땐
매출액 10%까지 벌금 물수도
“미숙한 대응으로 패착” 지적
적을 쓰러뜨리려 날린 날카로운 창이 되레 부메랑이 되어 주인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 애플과 치열한 특허소송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처지가 그렇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동통신 표준특허에 관한 정보를 각각 요청했다”며 “조사 착수가 적절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반독점 조사의 표준 절차”라고 밝혔다. 애플에도 해당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참고용일 뿐, 핵심 대상은 3세대 통신표준 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이번 유럽연합의 결정은 삼성전자-애플 사이의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계기다. 삼성전자로선 세계 10개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20여건이 넘는 특허소송을 벌이는 와중에, 유럽연합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라는 또다른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인 반독점 조사가 시작될 경우,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과는 별도로 유럽연합에 경쟁 방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업체들의 경쟁 방해 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북미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매기고 끼워팔기 등 관행을 고치게 했으며 현재는 구글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반독점법 위반이 확인되면, 글로벌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유럽연합 쪽으로부터 반독점 조사 대상에까지 오르게 된 것에 대해, 디자인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에 집중하던 삼성전자의 맞불 전략이 ‘판단 오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로그(FOSS Patents)를 통해 조사 착수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독일의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판매금지시키기 위해서 지나친 방법을 쓴 것이 반독점법의 개입을 불러들이는 결과가 됐다”며 “이번 조사는 애플과 삼성의 소송 국면에 매우 중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표준특허에 기대를 걸었던 삼성전자의 전략은 지난달 중순부터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이 삼성전자가 낸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게 첫 신호탄이었다. 당시 헤이그법원은 기각 결정의 이유로 “삼성전자의 통신특허는 표준특허”이며 “누구나 표준특허를 공정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법정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불가항력적인 특허’로 과다한 기술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해, 삼성전자 쪽은 “이는 애플이 삼성의 통신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판결에 기대를 걸었으나, 정반대의 결정이 난 것이다. 표준특허라는 무기를 꺼낸 삼성전자의 전략은 급기야 반독점 조사의 빌미마저 제공한 셈이다.

최근 <특허전쟁>이라는 책을 펴낸 정우성 변리사는 “정보기술 분야는 특허 위력이 강력하고 제품 수명이 짧아서 대부분 협상으로 마무리된다”며 “삼성전자 역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법적 대응에서 많은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정 변리사는 “애플이 처음 공격해올 때 강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못했고,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막아내거나 같은 수준의 보복을 하지 못하고, 통신 표준을 내세웠던 것 등이 패착이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유럽연합 쪽의 조사는 표준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FRAND) 제공했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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