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외선을 이용한 침구 살균청소기 ‘레이캅’을 내놓은 부강샘스는 국내 가전업계에서 극히 드문 존재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국내 대기업이 ‘안방’에서도 대단한 위세를 부리다 보니, 중소기업이 그 틈을 비집고 자체 상표로 승부를 걸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지난 14일 인천시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부강샘스 공장을 찾았다. 추석 연휴 직후인 탓에 공장 곳곳은 무척이나 분주했다. 공장엔 레이캅 조립·시험 라인과 함께 자동차·전자기기용 스프링과 축 등 금속 부품을 만드는 설비가 따로 있었다. 1978년 설립된 이 회사의 본업은 인천 남동공단의 주업종인, 금속가공 기술을 이용한 부품 제조다.

부강샘스가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대표이사의 독특한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의사로 환자를 돌보던 이성진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과감한 변신에 나선 것이다. 2005년 건강가전사업부가 신설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회사 매출 750억원에서 레이캅 매출 비중은 20%로 늘어났고, 올해는 3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도 해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레이캅은 진동펀치로 침구를 털어 집먼지 진드기, 세균을 분리한 뒤 자외선램프로 이를 살균하는 청소기다.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먼지진드기 제거에 관심이 커진 것을 보고 전문성을 발휘해 개발한 제품이다. 침구가 진드기 서식지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침구용 진드기를 제거해주는 전용 청소기는 세계 처음이었다. 영국알레르기협회에서 알레르기 감소 효과를 인증받기도 했다. 덕분에 얼마전 한 홈쇼핑방송에선 1시간만에 8000여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강샘스는 최근 자외선을 이용한 유아용품 살균기를 내놓으며 ‘건강가전’의 영역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조문현 연구소장은 “진드기라는 게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살균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없다”며 “제품 사용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오염도 측정 기능을 부가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독자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첫번째 무기는 바로 철저한 특허관리다.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홍콩, 중국, 일본, 독일 등에서 우리 기술을 침해한 짝퉁제품들이 출현해, 특허변호사를 통해 경고편지를 보냈다”며 “특허 기술 등록과 적극적 대응이 독자브랜드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인천/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