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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유레카] 합법적 독점의 비용 / 구본권

등록 2011-08-18 19:06

어제까지는 도둑질이었지만 하룻밤이 지나면 마음대로 써도 문제가 안 되는 재산이 있다. 특허·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이다. 보통 20년인 ‘특허 유효기간’은 새 기술을 발명한 이에게 독점권을 부여해 보상을 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방하는 장치다.

특허의 대상과 기간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기록상으로 가장 오래된 특허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한 도시 시바리스에서 발명을 장려하기 위해 부여한 1년 독점권이다. 1421년 이탈리아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코는 대리석 운반법으로 3년짜리 특허를 받았고, 1449년 영국 헨리 6세는 채색 유리컵 제조 기술에 20년 유효기간의 특허권을 부여했다. 네덜란드는 자유무역에 어긋난다며 1869년 특허제를 폐지했다가 1912년에 다시 도입하기도 했다.

합법적 독점인 특허의 효과에 대해선 찬반이 첨예하다. 백혈병의 뛰어난 치료제인 글리벡이 대표 격이다. 특허를 바탕으로 비싼 값을 고수하는 제약사와 값싼 복제약을 허용해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쪽이 대립하고 있다. 특허를 통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약 개발 동기가 사라진다는 게 ‘매정한 약값’의 논리다.

최근엔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이 사활을 건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제도는 수많은 기술이 복합돼 사용되고 제품 수명이 짧아진 정보기술 시대에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이클 헬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에서 지나치게 파편화된 특허를 피하느라 새 연구를 하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사회 진보가 가로막힌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6일 발명 20돌을 맞은 월드와이드웹은 특허와 혁신의 관계를 되묻는다. 웹을 발명한 팀 버너스리가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공공영역으로 개방한 게 오늘날 인터넷 세상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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