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웹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창시자 팀 버너스리, 웹서버, 웹 페이지.
20억명이 수백억 웹페이지 남겨
버너스리, 특허 안내 대중화 기여
“WWW 없었으면 아이폰도 없어”
경제·사회 ‘혁명’…정보유출 그늘도
버너스리, 특허 안내 대중화 기여
“WWW 없었으면 아이폰도 없어”
경제·사회 ‘혁명’…정보유출 그늘도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익숙한 ‘월드와이드웹(WWW)’이 스무살을 맞았다.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연구원이던 영국 출신 물리학자 팀 버너스리(56)가 최초로 월드와이드웹 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띄운 게 1991년 8월6일. 이 날은 곧 인터넷 역사의 분수령이 됐다.
인터넷이란 원래 1960년대 미국 국방부와 대학 간 협업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패킷 전송 기반의 네트워크였다. 하지만 웹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터넷은 기껏해야 극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통신규약과 컴퓨터 언어에 능한 전문가들만이 고퍼, 텔넷, 파일전송프로그램(FTP), 뉴스그룹, 전자우편 등의 수단을 동원해 인터넷을 이용했다. 문자 위주였던 이런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그래픽 사용자환경(GUI)과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웹페이지를 연결시키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웹의 등장으로 비로소 인터넷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웹의 등장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 정보 독점 허물고 소통방식 바꿔 가장 큰 변화는 소수만이 독점하던 정보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인류가 정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행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웹은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양의 정보를 서로 연결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구글·네이버와 같은 검색회사나 이베이·지마켓 등의 전자상거래 업체처럼 전혀 새로운 업종과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결국 웹 덕택이다.
월드와이드웹사이즈닷컴에 따르면, 8월 현재 구글이 검색한 웹페이지는 모두 470억 페이지에 이른다. 인터넷상 정보 총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인터넷인구는 20억명을 넘어 세계 인구의 30% 수준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증가 속도엔 한층 탄력이 붙고 있다. 2008년부터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 수가 데스크톱을 통한 접속 수를 앞서기 시작했다.
사회적 소통방식과 권력을 변화시킨 것도 웹의 대중화가 가져온 산물이다. 언제 어디서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바일 기기와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실시간 정보네트워크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민주화 도구와 권력 감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웹 시대는 그늘도 동시에 드리웠다. 서비스 이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노출은 피하기 어렵게 됐고, 삭제되지 않는 디지털 정보는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불러왔다. 개인정보 해킹, 신상털기, 인터넷 중독, 실생활과의 차단과 같은 사회문제도 늘고 있다.
■ 만일 ‘웹’이 특허였다면? 하지만 웹이 인터넷을 혁신도구로 변신시킨 것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웹=인터넷’으로 오인할 만큼, 인터넷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장본인이지만, 그는 인터넷 통신규약(TCP/IP)을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와 마찬가지로 웹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만일 웹이 특허 사용료를 치러야 하는 서비스였다면, 위키피디아는 물론 구글·페이스북과 같이 초기 수익성 없는 서비스 모델이 세상에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이폰 역시 웹 덕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폰이 이동통신사들이 나눠서 장악하고 있던 개별 통신시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웹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활용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웹이 걸어온 지난 20년 세월은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팀 버너스리는 지난해 “세계 인구의 20%만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데, 인터넷은 먹을 물이나 보건 서비스처럼 인류에게 필수적”이라며 “모든 인류가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마침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도 최근 펴낸 <기술의 충격>에서 웹에 헌사를 바쳤다. “때때로 나는 길을 잃기 위해 웹에 들어간다. 인간 창조자들이 의도를 품고 설계했는데도 웹은 야생의 세계다. 경계는 알려져 있지 않고 알 수도 없으며 수수께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생각, 링크, 문서, 사진이 얽히고설킨 덤불은 정글처럼 울창한 별세계를 창조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웹이 걸어온 지난 20년 세월은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팀 버너스리는 지난해 “세계 인구의 20%만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데, 인터넷은 먹을 물이나 보건 서비스처럼 인류에게 필수적”이라며 “모든 인류가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마침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도 최근 펴낸 <기술의 충격>에서 웹에 헌사를 바쳤다. “때때로 나는 길을 잃기 위해 웹에 들어간다. 인간 창조자들이 의도를 품고 설계했는데도 웹은 야생의 세계다. 경계는 알려져 있지 않고 알 수도 없으며 수수께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생각, 링크, 문서, 사진이 얽히고설킨 덤불은 정글처럼 울창한 별세계를 창조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