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출시 이후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추이
공인인증서 의무화… 게임 사전심의…
자유로운 웹이용 걸림돌 뒤늦게 철폐
자유로운 웹이용 걸림돌 뒤늦게 철폐
‘아이폰 충격’이 한국에서 두드러진 데는 외국엔 유례가 드물고 국내에만 있는 규제인 ‘갈라파고스 규제’ 탓이 크다. 아이폰은 출시 지역에 따라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 원칙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이통사의 로고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균일성을 추구하는 아이폰은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서 겪지 않은 마찰을 겪어야 했다.
아이폰은 국내 진입 첫걸음부터 걸림돌에 부닥쳤다. 휴대전화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WIPI)을 의무화한 정책은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산 제품이 한국 시장을 넘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4월 ‘위피 의무화’ 정책이 폐지된 뒤에야 외국산 단말기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감사원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피 의무화 정책’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다. 아이폰은 지난해 8월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출시 여부가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방통위는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케이티(KT)가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아이폰 출시가 가능하다”며 예외를 적용해 논란이 됐다.
출시된 뒤엔 국내의 낡고 비표준적인 웹환경이 문제로 드러났다. 스마트폰에서도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전자금융감독규정은 아이폰에서 인터넷뱅킹이나 신용카드 결제 등을 가로막았다. 단말기에 내장된 응용프로그램과 인터넷 웹을 연결하는 기술인 액티브엑스가 스마트폰에선 사용할 수 없는 비표준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호민관실과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스마트폰에서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하지 않고 다양한 기술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애플 앱스토어도 규제에 부닥쳤다. 국내 출시 게임물은 모두 당국의 사전심사를 받아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수십개국에 흩어져 있는 수만개의 모바일게임 개발자들이 국내에서 사전심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애플은 국내 이용자들의 앱스토어 게임 사용을 차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바일게임 심의를 게임사 자체 심의로 바꾸기로 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 아이폰은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결국 방통위는 아이폰에서 유튜브를 쓰면서 인터넷실명제를 어겨도 문제삼지 않기로 해,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방통위의 한 간부는 “내수만 보고 세계시장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해온 정책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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