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부른 ‘어머나’…취향 따라 악기음도 선별
사용자 입맛대로 편집…유료화·저작권 문제 숙제
사용자 입맛대로 편집…유료화·저작권 문제 숙제
장윤정이 아니라 제가 직접 부른 ‘어머나’를 자신의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띄우는 건 어떨까. 에릭 클랩턴의 기타 반주로만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들을 순 없을까. 가능하다. 인터넷 업계와 누리꾼들은 이미 이를 ‘뮤직 2.0’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용자 참여를 알짬삼아 공유, 개방, 소통의 가치가 절대 미덕이 된 ‘웹 2.0’의 세상에선 누리꾼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감성조차 껴안지 못하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 손수제작물(UCC) 서비스는 첨병이 됐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로 여전히 동영상 등 시각물에만 머물러 있다.
뮤직 2.0의 시작=음악 콘텐츠는 웹 2.0 세상과 어울리기 어려웠다. 10여년 전 엠피3 파일로 음원이 저장되는 유통 기술만 진화했을 뿐, 콘텐츠에 직접 접근해 입맛대로 편집하거나 재가공하는 ‘소통’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디지털음악 솔루션 업체인 오디즌은 자신만의 취향대로 음악을 재가공하는 ‘뮤직 2.0’ 서비스를 4월 중순 시작했다. 국내 처음으로, 특허 출원 중이다. 한 곡이 한 트랙으로 구성되었던 기존 음악과 달리, 모든 종류별 음 요소를 각기 트랙으로 구성(멀티트랙 서비스)했다. 덕분에 취향대로 악기음을 선별하면 사용자가 직접 한 곡을 믹싱하는 셈이 된다. 이를 통해 전혀 새로운 음악 유시시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사용자 편의의 서비스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이 기술로 지난 26일 가수 장혜진의 ‘뮤직 2.0’ 시디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노래는 내가 부른다?=웹 2.0의 누리꾼은 노래를 듣기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또는 휴대폰 벨소리로 장착할 수 있다. 음악포털 멜론은 반년 전부터 ‘멜론 노래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노래방이나, 멜론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를 엠피3 파일로 저장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태영, 금영 등 기존 노래방 회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의 조원용 뮤직사업팀장은 “인터넷 노래방 기기를 설치한 노래방도 늘고, 유시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자신의 노래를 저장하는 이용자가 대폭 늘고 있다”며 “민망할 정도의 노래도 애교있게 봐주며 웹상에서 또다른 화제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1만건의 이른바 노래 유시시가 웹상에 올려지고, 이 가운데 1천건 정도가 홈페이지 배경음악 또는 휴대폰 벨소리로 활용되고 있다.
전망과 한계=멀티트랙 서비스 경우, 현재까진 사측의 음악 포맷 작업을 거친 곡들만 이런 재가공이 가능하다. 김정훈 오디즌 콘텐츠사업부 과장은 “세계 어느 기술로도 기존의 음악을 편집하는 건 현재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외국 음반사와도 계약해 매달 5~10장 정도의 패키지 앨범을 온라인을 통해 보급해 활용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얼마나 빨리 안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디즌이 사업 개시에 앞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64%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많거나 조금 있다고 답한 반면, 70%가 이에 대해 비용을 지급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기존 선도적 온라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대안적 수익 모델을 찾아 서비스를 안정되게 공급하는 일이 사업의 대마루이기도 하다. 물론 저작권 문제도 섬세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멜론 등의 서비스도 대부분 유료로 제공되는데다, 용처가 제한되어 있다. 사용자들의 시각적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티브이 시대의 라디오처럼 끼어 있는 셈이다.
2.0은 민들레 씨앗=4월 말 현재 한 의류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뮤직비디오가 인기다. 선택한 에피소드에 따라 노래 가사와 영상이 다른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고 이를 퍼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많지 않아 짐짓 단조롭지만 저마다 주인공의 얼굴을 직접 그려넣어야 하기에 하늘 아래 유일한 뮤직비디오다. 블로그에 제 ‘작품’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여기저기 2.0을 붙이는 데 재미가 들렸다. 나는 이것을 ‘뮤직 비디오 2.0’이라 명하노라.” 웹 2.0은 살아 있는 세포처럼 쉼없이 분화하고 있다. 음악도 이제 ‘2.0적 상상’의 영역에 들어선 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2.0은 민들레 씨앗=4월 말 현재 한 의류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뮤직비디오가 인기다. 선택한 에피소드에 따라 노래 가사와 영상이 다른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고 이를 퍼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많지 않아 짐짓 단조롭지만 저마다 주인공의 얼굴을 직접 그려넣어야 하기에 하늘 아래 유일한 뮤직비디오다. 블로그에 제 ‘작품’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여기저기 2.0을 붙이는 데 재미가 들렸다. 나는 이것을 ‘뮤직 비디오 2.0’이라 명하노라.” 웹 2.0은 살아 있는 세포처럼 쉼없이 분화하고 있다. 음악도 이제 ‘2.0적 상상’의 영역에 들어선 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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