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미국 애플 본사에서 지난 6월 초 새롭게 공개한 ‘비전 프로’ 앞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이 내년 초에 내놓을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의 보급형 모델 개발에 나섰다. 스마트폰 등 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역의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반값 보급형’ 승부수를 띄울지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블룸버그 통신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애플은 지난 6월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공개한 ‘공간형 컴퓨터’ 비전프로 보다 가격이 낮은 1500~2500달러대의 보급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비전프로 모델이 약 35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00달러 이상 가격을 인하한 제품이다.
비전프로는 스키 고글 모양의 착용형 공간 컴퓨터로 기기를 작동하면 앱 화면과 영상 등을 현실 공간에 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비전프로를 착용하고 영상 통화(페이스타임)를 하면 상대 모습이 실물 크기로 눈앞에 나타나고, 영상을 볼 경우 최대 30m 크기로 키울 수 있어 어떤 공간도 영화관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비전프로는 애플워치(스마트시계) 이후 9년 만에 새롭게 출시할 하드웨어 제품으로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잇는 애플의 새 미래먹거리로 꼽혔다. 하지만 우리 돈 4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수요가 적을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공개한 지난 6월6일엔 높은 가격과 혁신 부족 논란 등이 불거지며 주가가 0.8% 하락하기도 했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성능을 줄이면서 기기 단가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면 사용자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인 ‘아이사이트’ 기능이 보급형 모델엔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자체 칩셋의 성능을 줄이거나 카메라 수와 화면 해상도를 줄이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값을 낮춘 비전프로 보급형 출시가 혼합현실 헤드셋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은 판매 가격 등 한계를 고려하면 출시 첫해 예상 판매량이 100만대 미만이어서 가격과 디자인, 차별적 활용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플랫폼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낮은 가격의 보급형 모델 출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증강·가상현실(AR·VR) 헤드셋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억8천만달러에서 2026년 22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인 퀘스트3(512GB 기준 약 90만원)를 출시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구글과 협력해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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