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엘지(LG)전자 에이치앤에이(H&A)사업본부장이 25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생활가전을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업(UP)가전 2.0'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냉장고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앱)을 클릭해 우유나 식재료 같은 신선제품을 바로 주문한다. 세탁기는 주문 전부터 애완동물 또는 아이 전용 세탁 기능을 설정해 맞춤형 세탁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생활가전도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기능의 앱을 추가할 수 있는 ‘맞춤형 초개인화 가전’ 시대가 준비되고 있다. 엘지(LG)전자는 25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간담회를 열어, ‘업(UP) 가전 2.0’ 공개와 함께 제품 판매 중심의 생활가전 사업을 구독·서비스 같은 스마트 홈 솔루션 사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업 가전 2.0은 엘지전자가 가전을 스마트폰처럼 개인화한 기기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플랫폼을 말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에서 바로 식재료 주문이 가능하게 하거나, 세탁기와 드라이클리닝 업체(런드리고) 앱을 연동해 외부 업체에 손쉽게 서비스 주문을 넣는 식이다.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놓고 다양한 앱이 작동하는 가전 플랫폼 생태계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엘지전자는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용 인공지능(AI)칩(DQ-C)과 가전 운영체제(OS)를 자체 개발했다.
엘지전자의 가전 플랫폼 생태계 구축은 가전 렌탈·구독 사업과도 긴밀하게 연동된다. 한 번에 수백만원을 받고 가전을 판매하는 대신 매달 렌탈료와 구독서비스료를 함께 받는 방식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최신형 드럼 세탁기를 160만원을 주고 사는 대신 6년 동안 월 4만8900원(기기렌탈 3만3900원+세탁세제 구독 1만5000원)을 내고 사용하는 형태다.
다만 160만원을 한 번에 내지 않아 초기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6년 동안 모두 352만원을 렌탈·구독료로 내게 된다. 세제 구독은 하지 않고 제품 렌탈비 기준으로 해도 84만원 가량을 더 내야한다. 이에 대해 류재철 에이치앤에이(H&A)사업본부장(사장)은 “개개인의 생활 방식에 맞춘 기능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그레이드한다면 가전 제품을 새 것으로 바꾸는 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가 이같은 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두는 건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가전 시장이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입해 줄어드는 매출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들어있다. 시장조사기관 지에프케이(GFK)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 매출 규모는 10% 정도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로 2021년 30조원 안팎까지 커졌던 시장 규모는 이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케이티(KT)경영연구소는 2020년 40조원(온·오프라인 서비스 통합)이었던 국내 구독 시장 규모가 2025년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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