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에이아이(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총괄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 아시아 2023’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한국형 인공지능(AI)이 없으면 전 세계 지디피(GDP)의 4%에 달하는 시장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내줘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에이아이(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총괄은 31일 생성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 주관으로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 아시아 2023’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순간 사다리를 걷어찬다면, 한국이 순식간에 ‘인공지능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총괄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액의 4%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낸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기업의 절반 정도만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채택해도 앞으로 10년간 세계 생산성이 매년 1.4%포인트씩 올라 세계 국내총생산을 연 7%씩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2% 정도는 투자를 하고, 나머지 4% 가량은 이용하는 쪽에 비용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생산 활동의 대부분을 외산 인공지능에 의존한다면, 그 4%에 해당하는 비용을 국외 기업들에게 갖다바쳐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 총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바일 시대 초창기에 앱 장터 수수료를 낮게 책정해 플랫폼 의존도를 일단 높였다가, 최근에는 수수료를 올려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현상이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재현된다면,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은 다른 나라의 부를 그냥 가져올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공개된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언어 구사력과 문화적 맥락 이해도를 갖추지 못한 외산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들을 비싼 값까지 주고 써야 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나라별로 언어·문화적 맥락에 맞는 ‘소버린 인공지능’을 따로따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비영어권 국가들의 자체 언어 인공지능 모델 구축을 지원하는 ‘소버린 인공지능’ 전략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등 국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기업 고객들을 겨냥해, 다양한 맞춤형 업무 생산성 도구들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 아시아 2023’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이날 행사에선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브레인과 뤼튼테크놀로지 등 국내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맞선 생존 전략을 공개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전문화·고도화된 영역에서 인공지능 인지 모델과 생성 모델이 널리 쓰일 것으로 보고, 분야별 특화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시티(CT), 엠알아이(MRI), 방사선(X-ray) 등 의료 영상이 주어졌을 때 3∼4년차 전공의 수준의 판독문을 1초 안에 생성하는 의료용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우선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분야 뿐 아니라 법률, 제조업, 건설업 할 것 없이 다양한 전문화된 분야에서 인공지능 모델이 기존 전문가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지, 또 인간 전문가와 같은 권리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생성형 인공지능 아시아 2023’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에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털’ 형태의 서비스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지피티4(GPT4),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엑스(HyperCLOVA X), 자체 언어모델 등을 탑재한 챗봇 플랫폼 ‘뤼튼(Wrtn) 2.0’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이세영 대표는 “인터넷 시대엔 검색엔진이, 모바일 시대엔 메신저가 이용자들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맨 앞 화면에서 다른 수많은 서비스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인간의 의도를 자유롭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이 이용자 정보기기의 첫 화면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간단한 명령어 입력만으로 외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기능을 오는 6월 선보일 예정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이를 위해 하나금융그룹, 케이비(KB)금융그룹, 직방, 아모레퍼시픽, 신세계라이브쇼핑, 타다, 원티드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