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부터 온라인에 떠다니는 어린시절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 누리집 갈무리
“어릴 때 유튜브에 올린 흑역사를 삭제하고 싶은데 휴대폰 바꿔서 계정 로그인이 안돼요. 친구들이 놀려서 빨리 지우고 싶어요.” “어릴 때 했던 카카오스토리 계정이 있는데 게시물 생각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어요. 아이디도 모르는데 어떻게 삭제하죠?” “네이버 지식인에 아주 어릴 때 질문을 남겼는데 이름하고 학교까지 써놨어요. 지울 방법 없나요?” “진짜 어릴 때 생각없는 쓴 글들 지우고 싶은데 영구정지된 카페 게시물 어떻게 지우나요?”
가수 채연은 어린 시절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남긴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는 게시물이 놀림을 받으며 화제가 되자 오히려 10여년 뒤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에 떠다니는 어린시절 ‘흑역사’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킥’(자다가도 이불을 찰 정도로 후회함)을 하기 마련이다. 24일부터 이 문제에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선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렸을 때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은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 서비스를 24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청소년기본법이 규정하는 청소년 나이인 만 24살 이하 국민이라면 누구나 개인정보포털의 ‘
잊힐권리 서비스’에 자신이 만 18살 미만의 나이에 올렸던 게시물에 대해 삭제나 가림(접근배제)을 신청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은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동·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상에 각종 개인정보가 장기간 누적돼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이같은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나 처리정지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올린 게시물은 직접 삭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나서야 자신의 ‘흑역사’를 깨닫곤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 해당 누리집(홈페이지)의 운영이 중단되거나 커뮤니티를 이미 탈퇴했을 경우, 등록한 전화번호가 바뀌어 비밀번호 등 계정정보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게시판 운영 사업자에게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신청 경로가 복잡해 아동·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우개 서비스’라 이름붙은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의 장점은 신청 창구가 하나로 모아진다는 점이다. 개인정보포털의
신청 페이지에서 만 18살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게시하였으나 현재는 삭제를 희망하는 게시물의 주소(URL)와 자기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첨부해 신청하면 정부가 대신 해당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서비스 신청자와 담당자를 1:1로 연결해 자기게시물 입증 등을 도울 예정이다.
개인정보위는 일단 이번 서비스가 자신이 올린 ‘자기 게시물’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타인이 올린 불법촬영물 등 ‘제 3자 게시물’ 에 대해서도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에도 제3자가 올린 불법촬영물, 개인정보 불법거래 게시물 등에 대해서도 상담을 통해 조처 방법을 안내한다. 또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에 나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제3자 게시물’의 삭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