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부터 올해 엘지유플러스(LGU+) 가입자 정보 유출 사태까지 기업들의 보안 사고에 대해 특별조사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민에 빠졌다. 지마켓·인터파크 계정 도용, 네이버 카페 서비스 일시 장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용자 정보 유출, 쿠팡 이용자 주문 정보 유출 등 빅테크 기업들과 관계된 서비스 장애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뛰어넘는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에 “요즘 (통신사나 빅테크 기업들에서) 사고들이 며칠 간격으로 많이 나는데, 이게 그냥 작은 사고 하나씩을 처리하고 말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를 통상적인 경각심을 갖고 봐선 모자라고, 심각하게 봐야 할 것 같다. (기업들 전반에) 어떤 원천적인 공통된 문제 현상이 있는 게 아닌지 조금 더 시계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기업 전반의 정보보호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엘지유플러스, 쿠팡 등 당면한 사건들의 원인 분석 및 개선 방안 마련 작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종합적인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지 여부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논의해 가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더쿠 누리집 화면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 당국이 고민에 빠진 사이 소비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개인정보 46만 건이 유출됐다는 <한겨레> 보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쿠팡을 탈퇴하거나 불매하겠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쿠팡이 정확한 정보 유출 경위조차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들이 스스로 통관 부호를 바꾸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theqoo)에 지난 20일 ‘쿠팡 해외 직구 사용으로 개인정보 털렸을 때 통관 부호 변경하는 방법’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한겨레 기사를 읽고 쿠팡 직구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걸 알았다. 주소, 연락처 정보는 당장 바꿀 수 없지만 해외 직구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쓰는 통관 부호라도 빨리 바꾸자”며 통관 부호 변경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22일 기준 해당 게시글엔 “통관 부호를 변경했다” 등의 댓글 600개 넘게 달렸다. 이 밖에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엔 “쿠팡 탈퇴했다”는 수백 개의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곳곳에서 논란이 되는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스스로 통관 부호를 바꾸거나 플랫폼에서 탈퇴하는 자구책 마련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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