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가 1일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 2023’ 예선전 시작을 알리며 9개 종목을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제공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첫 ‘이(e)스포츠 시리즈’를 열면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통적이고 팬층이 두터운 이스포츠 특화 게임이 종목에서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 1일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 2023’ 예선전 시작을 알리며 관련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게임사와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버추얼(가상) 스포츠 대회다. 경기 종목으로는 태권도·양궁·야구·체스·사이클·모터스포츠·요트·테니스 등 게임을 선정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게임인 ‘저스트 댄스’ 역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업계에서는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 개최를 반기면서도 종목 선정이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이스포츠 특화 게임 중 가장 큰 규모의 대회를 운영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이 배제된 점과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로만 종목이 구성됐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또 종목으로 채택된 ‘틱 택 보우’(양궁)와 ‘테니스 클래시’(테니스)는 게이머들이 경쟁하는 장면을 보기 어려운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스포츠 전문 마케팅 회사 에이에프케이(AFK) 최고경영자인 매트 우즈는 8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스포츠에 특화된 게임 또는 대회와 협력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궁리하지 않고, 게임을 올림픽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스포츠 캐스터 스태리 타일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미 올림픽 종목인 스포츠보다 이스포츠로 즐기기 좋은 게임을 선정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새 시대에 적응하려고 한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모습. 이날 경기는 시청자 수 514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한편으로는 스포츠를 통해 국제 평화를 증진하자는 올림픽 정신과 이스포츠 특화 게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매체 <디지데이>는 “일부 게임에는 폭력과 단체 전투, 총기와 테러리스트 등이 등장해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며 “스포츠를 다룬 게임에 초점을 맞춘 건 이스포츠 팬이 아닌 게임에 관심이 있는 스포츠 팬을 공략하기 위함이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지난 2018년 올림픽 이스포츠 구상안을 알리며 “누군가를 해하는 ‘킬러 게임’은 올림픽의 가치와 반대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물론 격투 스포츠도 싸움에서 기원했지만, 문명화를 거쳐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는 5월15일까지 전 세계 프로 및 아마추어 게이머를 초청해 예선전을 진행한다. 이어 오는 6월 2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결승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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