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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현장] ‘로봇 직원’ 무장한 쿠팡 대구센터…제주까지 로켓배송

등록 2023-02-07 09:25수정 2023-02-08 02:49

축구장 46개 크기·3200억원 들어간 대구센터 가봤더니
무인 로봇 수백대가 주문받은 상품 선별·포장 척척
직원은 관리 업무만…기존 열악한 물류센터와 딴판
언론에 전격 공개…“전국 물류센터에 확대 계획”
지난 3일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내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하는 소팅봇(Sortingbot)이 배송 박스로 상품을 자동 분류하고 있다.
지난 3일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내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하는 소팅봇(Sortingbot)이 배송 박스로 상품을 자동 분류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는 물류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하루 수만명의 단기 노동자가 고강도의 상품 분류작업을 하는 방식에서, 로봇이 상품 분류와 포장까지 담당하는 자동화 물류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무인 로봇과 자동화 지게차 등이 구비된 국내 최대 규모의 대구 풀필먼트센터가 본격 가동되면서 경상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로켓배송 생활권에 들었다.

지난 3일 쿠팡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로봇 설비가 갖춰진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외부에 공개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언론의 취재 요청에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연면적 33만㎡, 축구장 46개 규모(지하 2층~지상 10층)의 대구풀필센터에는 3200억원이 투자됐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만도 2500여명에 달한다.

대구풀필센터 상품 창고에 들어서니, 무인운반로봇(AGV) 수백대가 바닥에 있는 정보무늬(QR)코드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라인상 고객 주문을 로봇이 인식해 해당 상품이 실린 선반을 찾아 작업자 쪽으로 가져다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회사 쪽은 “24시간 똑같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내 물류 창고에서 무인 운반 로봇이(AGV)이 상품이 실린 선반을 이동시키고 있다.
지난 3일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내 물류 창고에서 무인 운반 로봇이(AGV)이 상품이 실린 선반을 이동시키고 있다.

포장을 마친 상품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배송을 위한 분류 공간으로 이동됐다. 그곳에선 소팅봇(Sortingbot·자동 분류 로봇) 수십대가 상품 바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같은 지역의 배송 박스에 상품을 옮겨 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소팅봇들은 자동 시스템에 따라 충돌 없이 빠른 속도로 상품을 옮겼고, 직원들은 박스에 옮겨 담긴 상품을 감독하는 일만 담당했다. 대구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소팅봇 도입으로 기존보다 업무량이 65%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자동화 공정은 사람이 직접 창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아 분류하던 다른 쿠팡 물류센터의 방식과 180도 달랐다.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 등에선 쿠팡이 하루 수만명 단기 노동자를 고용해 냉난방이 되지 않는 창고에서 고강도 분류작업을 시키는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쿠팡이 많은 물류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쿠팡 관계자는 “대구센터에서 다양한 자동화 설비를 시험한 뒤 전국 물류센터로 확대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쿠팡 풀필먼트센터 건물 전경.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연면적 33만m², 축구장 46개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쿠팡 풀필먼트센터 건물 전경.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연면적 33만m², 축구장 46개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다.

대구풀필센터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면서 경상도를 넘어 제주도까지 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제주도에서 전날 오후 중 상품을 주문하면, 대구풀필센터에서 상품을 선별·포장해 곧장 부산으로 보내지고, 밤 시간 동안 선박으로 제주도로 이송돼 다음 날 제주도 곳곳에 배송되는 방식이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고객 주문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상품을 창고에 미리 집품하는 방식으로 배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전국적인 물류망 확대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준공 예정인 광주 첨단 물류센터까지 가동되면, 경기도 용인과 인천 등 수도권과 영호남을 잇는 쿠팡 물류벨트의 큰 축이 완성된다. 쿠팡은 전국을 익일배송권에 둔다는 목표로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여개 넘는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온라인 소비 빈도가 낮은 강원도와 산간 오지를 제외하면, 우리 국민 70%가 쿠팡 배송센터 10㎞ 이내에 거주할 정도로 이 업체의 전국 물류 인프라가 촘촘해진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 수가 1800만명을 넘어섰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을 종합한 쿠팡의 지난해 말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섰고, 2025년 전후 독과점 지위에 준하는 30% 고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글·사진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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