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짜 뉴스’ 등 잘못된 정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사고 능력 부족과 판단을 왜곡하는 강한 신념 등이 문제라고 알려졌지만, 게시물을 습관처럼 공유하는 일부 사용자와 에스엔에스 구조에 책임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는 지난 17일 ‘잘못된 정보 공유는 습관적이다’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이 연구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18∼89살 사이 페이스북 사용자 24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사용자가 게시물을 공유하는 습관에 대해 말한다.
먼저 연구팀은 참가자가 평소 에스엔에스 게시물 공유를 얼마나 자주 진행하는지 조사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게시물 공유를 자주 진행한 경우 ‘습관적 사용자’로, 반대의 경우 ‘일반적 사용자’로 구분했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 200명에게 거짓을 담은 가짜 뉴스 제목 8건, 사실을 적은 정확한 뉴스 제목 8건을 보여준 뒤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일반적 사용자는 6%의 가짜 뉴스와 15%의 정확한 뉴스를 공유했지만 습관적 사용자는 38%의 가짜 뉴스와 43%의 정확한 뉴스를 공유했다.
두 번째 실험은 참가자 83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에는 가짜 뉴스와 정확한 뉴스를 섞어 제공한 뒤 사실로 판단한 내용만 공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습관적 사용자는 30%의 가짜 뉴스를 공유했고, 정확한 뉴스도 42% 공유해 첫 번째 실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 836명에게 여러 개의 뉴스를 제공한 뒤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맞지 않는 건만 공유해달라고 했다. 이 실험에서도 일반 사용자는 3%의 뉴스만 공유했지만, 습관적 사용자는 20%의 게시물을 공유해 약 7배의 차이를 보였다.
‘잘못된 정보 공유는 습관적이다’ 연구 참가자에게 제공된 화면. 사실과 거짓을 담은 뉴스 제목을 각각 보인 뒤 참가자가 직접 판단해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건 사용자의 사고 능력과 신념을 떠나 평소 에스엔에스를 사용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습관을 연구하는 웬디 우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명예교수는 “사람들은 어떤 맥락 안에서 보람을 느끼면 이를 반복하며 습관을 만든다”며 “특히 에스엔에스 안에서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행위는 습관이 될 가능성이 크며 페이스북에서 반복적으로 글을 올리거나 트위터의 글을 리트윗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웬디 우드 교수는 에스엔에스의 조회수와 댓글 등 타인의 반응이 습관의 먹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스엔에스는 게시물 반응을 수집할 수 있는 ‘좋아요’ 등 기능이 있어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며 “특히 가짜 뉴스 등 잘못된 정보는 민감한 내용을 담거나 자극적인 경우가 많아 반응을 끌어내기 쉬우며, 게시물을 공유하는 습관은 이러한 요소가 얽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고서 말미에 온라인에서 퍼지는 잘못된 정보가 사라지려면 에스엔에스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에스엔에스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조회수·댓글·좋아요 등 인기도가 우선 반영돼있지만, 앞으로는 해당 콘텐츠가 정확하다는 인증을 받거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댓글이 많은 콘텐츠가 상위 노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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