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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브레인 칩’ 실험하다 1500마리 숨져…머스크, 동물학대 논란

등록 2022-12-12 09:00수정 2022-12-12 17:28

미 당국, 뉴럴링크 조사 나서
뇌에 컴퓨터칩 심는 동물실험 중
“6개월내 인체시험, 나도 칩 이식”
머스크, 공언불구 개발차질 전망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가 2021년 4월 공개한 뇌-컴퓨터 연결 연구의 성과로, 뇌에 전자칩을 심은 원숭이가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퐁’을 하는 동영상이다. 뉴럴링크 제공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가 2021년 4월 공개한 뇌-컴퓨터 연결 연구의 성과로, 뇌에 전자칩을 심은 원숭이가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퐁’을 하는 동영상이다. 뉴럴링크 제공

‘뇌 이식칩(브레인 칩)’은 사고와 장애로 척수 등 신경 손상을 입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다시 걷고 보게 만들 의학연구의 신세계일까? 투자와 수익 확대를 위해 과대포장된 목표를 내걸고 윤리적 경계선을 흐리게 만드는 무모하고 위험한 개발 시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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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 도울 ‘꿈의 기술’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뉴럴링크의 기술발표회인 ‘쇼앤텔(Show & Tell)’ 행사에서 “6개월 안에 뇌-컴퓨터 연결(BCI) 시스템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당신 머리에도 해당 칩을 이식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뉴럴링크는 이날 행사에서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시력 회복과 척수가 절단된 사람들의 신경 기능 회복 기술을 발표했다.

뉴럴링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X)의 창업주인 머스크가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뇌-컴퓨터 연결기술과 기기를 개발하는 이 분야의 혁신기업이다. 뉴럴링크는 그동안 쥐와 원숭이, 돼지 등을 대상으로 뇌에 미세한 전자칩(뉴럴레이스)을 이식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왔다. 2020년 8월 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이식한 지 두 달된 돼지가 음식을 찾아 킁킁 거릴 때마다 코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장면을 중계했다. 뉴럴링크는 두개골을 뚫는 기존 침습형 기술을 개선해 라식수술처럼 안전하고 간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히고, 칩 이식수술용 임플란트 로봇(V2)도 공개했다. 2021년 4월엔 뇌에 전자칩을 심은 원숭이가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퐁’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기대를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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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개발 속 동물학대 논란

<로이터통신>은 뉴럴링크의 ‘쇼앤텔’ 행사 닷새 뒤인 지난 5일 뉴럴링크가 연구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동물들을 희생시키고 학대한 혐의로 미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뉴럴링크 실험으로 죽은 동물은 양과 돼지, 원숭이 280마리 이상을 포함해 총 1500마리다. 이 숫자는 뉴럴링크가 정확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추정치다.

지난 2월 미국의 동물권보호단체인 ‘책임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CRM)’는 “뉴럴링크가 동물복지법을 위반했다”며 미 연방정부의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원숭이 뇌에 칩을 심는 과정에서 극도의 고통을 안겼고 실험 참가 원숭이 23마리중 15마리도 후유증으로 숨졌다”며 “정보공개 소송을 통한 실험기록과 부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뉴럴링크는 “모든 실험이 적법한 절차를 따랐고 뉴럴링크는 동물중심 기업문화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며 장난감과 그네, 먹이로 가득한 사육장 사진 등을 공개했다.

뉴럴링크 동물 학대 논란은 연구진에 대한 머스크의 과도한 압박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로이터통신>은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준비가 덜 되었고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들이 무리한 실험을 해 동물들의 사망 위험성을 높였다는 직원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머스크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직원들에게 “머리에 폭탄이 묶여 있는 것처럼 상상하고 일하라”며 재촉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머스크는 지난 2월8일 스위스 연구진이 마비된 남성을 걷게 했다는 기사를 공유하고 10분 뒤 메시지를 보내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미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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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I 기술의 미래

뉴럴링크 경쟁기업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의 싱크론은 지난 5월 뉴럴링크보다 먼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과해 신체 마비환자의 뇌에 최초로 전자칩을 심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의 뇌에 칩을 심어 일부 의사소통 능력을 구현했다. 싱크론은 두개골 아닌 목 부위(경동맥)를 미세 절개해 스텐트를 심는 방식이다. 뉴럴링크에서 뉴럴레이스 칩 개발을 이끈 전 회장 맥스 호닥이 뉴럴링크를 나와 설립한 사이언스코퍼레이션은 시각 장애인의 시력을 되찾게 해줄 컴퓨터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사이언스 아이(Eye)’는 황반변성을 치료하거나 안경을 대체할 미세 임플란트로 현재 토끼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중이다.

혁신적 성과들과 일론 머스크의 약속에 힘입어 미래 기술로 희망과 기대를 모아온 뇌-컴퓨터 연결장치 개발이 동물실험 윤리 논란으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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