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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앱으로 예금 들면 금리 더 준다는데…어르신들은 서럽다

등록 2022-11-14 05:00수정 2022-11-14 20:17

은행 앱, 어르신에겐 차별

창구 가입보다 모바일 이용 우대
60대이상 80%는 오프라인 방문
새마을금고 8% 금리 특판땐
손빠른 2030세대 앞다퉈 광클
영업점 찾은 장년세대는 허탕

#1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부모님 댁을 방문할 때마다 30여분씩 스마트폰과 씨름한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60대 어머니가 딸이 올 때까지 미뤄둔 공과금·세금 등의 모바일 납부 업무를 대신 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다른 규칙에 맞게 영문 알파벳과 숫자, 특수문자를 조합해 비밀번호를 만들다 보니 기억하기도 어려워, 매번 비밀번호 찾기와 본인 인증을 새로 해야 하는 게 가장 골칫거리다.

#2

3년 전 은퇴한 강아무개(63)씨는 30대 딸에게 모바일 뱅킹 업무를 맡겼다가 ‘반토막’ 난 주식 계좌를 들켜 난감했다. 딸에게 신분증과 스마트폰을 통째로 건넸는데, 자신도 모르게 금융 계좌 통합 조회 기능이 활성화된 것이다. 딸에게 자산 내역을 들키기 싫은 마음과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기 막막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영업점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한 이들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고령층·저시력자처럼 온라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 소비자들이 소외 또는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로 가입하면 금리 우대”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시중 은행 대부분이 모바일 앱에서 정기예금이나 대출 등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에게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도 누리집 ‘금리·수수료 비교 공시’ 메뉴에 ‘최근 다수 은행이 인터넷 또는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 전용 상품에 더욱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확인해 혜택을 받기 바란다’고 안내할 정도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전면 개편하면서, 기본 연 3% 금리에 하나원큐 앱에서 가입한 이들에게만 우대 금리를 더해 최고 연 4.5%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나눔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케이비스타뱅킹 내 케이비페이 결제 이용 고객에 한해 우대 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6% 금리 혜택을 주는 ‘케이비스타페이적금’을 지난달 내놨다.

은행 앱을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알뜰폰(통신)·배달·택배·건강관리 등 비금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슈퍼 앱’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은행 앱에 오래 머무를수록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기본금리 1.5%에 연 최대 우대금리 1.3%를 제공하는 ‘프로야구 적금’ 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 가입자가 야구 전용 플랫폼 ‘쏠야구’ 콘텐츠를 4회 이상 이용하면 이자를 연 0.4%포인트 더 준다.

최근 투자보다 예·적금 상품을 선호하는 ‘역머니무브’ 바람이 불면서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비대면 상품 혜택을 늘리고 있다. 케이비저축은행은 영업점에서 가입하는 12개월짜리 정기예금 상품에는 연 5.0% 이율을 적용하는 반면, 비대면 전용 상품에는 연 5.6% 이율을 적용한다. 지난달에는 서울 광진구 화양새마을금고가 기본 연 7.9%, 비대면 가입 시에는 연 8%의 금리를 제공하는 12개월짜리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내놨는데, 손 빠른 2030세대가 몰리는 바람에 영업점을 찾은 장년 세대는 허탕을 쳐야 했다.

은행연합회는 공식 누리집에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전용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이 많다’고 안내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은행연합회는 공식 누리집에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전용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이 많다’고 안내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스마트폰 사용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겐 ‘차별’

이런 혜택 덕에 비대면 금융 상품 이용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5대 시중 은행 연도별 적금 대면·비대면 가입 비율’ 자료를 보면, 2018년 44.5%이던 비대면 적금 가입 비율이 2019년에는 55.8%로 대면 가입 비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어 2020년 58.5%, 2021년 6월 62.7%로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에선 아직 오프라인 영업점 이용 수요가 많다. 50대는 지난해 들어 비대면 가입 비율이 57%로 대면 가입 비율을 처음으로 넘어섰지만, 60대 이상은 여전히 80.1%가 영업점을 방문해 예금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20대, 30대, 40대의 적금 비대면 가입 비율이 각각 78.3%, 86.7%, 78.3%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우대 금리 혜택을 받는 비율 역시 연령대별로 차이가 현격하다. 2020년 5대 시중 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한 20∼39살 이용자 77.4%가 우대 금리 혜택을 받은 반면, 60세 이상은 19.4%만이 혜택을 받았다.

은행 쪽에선 비대면 영업 비중이 높아지면 오프라인 영업점 운영에 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겐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근로소득 없이 이자 등 자산 소득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 연이율이 1%만 차이 나도 한 달 가용 자금이 크게 달라진다. 한 저축은행 영업점서 <한겨레>와 만난 김아무개(65)씨는 “퇴직금을 몽땅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에 보탠다. 1%포인트 차이면 월 이자가 10만 넘게 차이가 난다. 모바일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게 서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서로 뭉쳐 통합 점포를 운영하고, 전국 2500여개 우체국 점포에 금융 서비스 이용을 위한 창구를 개설하는 등 영업점 수 감소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하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자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는데, 은행이 직접 고령층 대상 디지털 금융 교육을 하는 경우가 늘고는 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은행 앱 사용 편의성 개선 절실

비대면 전환을 위해서는 연령과 무관하게 은행 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성 개선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시중 은행에 비해 앱 사용성이 좋은 핀테크 서비스나 인터넷은행 앱을 찾는 고령층이 느는 추세다. 간편결제와 인터넷은행(토스뱅크), 대출 비교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토스 앱의 경우, 2020년 말 23%였던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이 지난 10월에는 27%까지 늘었다. 토스뱅크만 따로 두고 봐도 50대 이상 이용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로 20대(23.7%), 40대(22.8%)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토스는 노후 자금 계산기, 49세 이용자 전용 걷기 대회, 5060 우대 일자리 찾기 등 고령층 전용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작게’ ‘보통’ ‘크게’ 등 3단계 설정만 지원하는 기존 금융 앱과 달리, 토스 앱은 이용자 스마트폰 설정에 따라 아이폰은 9단계, 안드로이드 폰은 12단계로 글자 크기가 유기적으로 바뀌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단순히 글씨 크기를 키우는 것을 넘어 고령자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3개 부문 1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 예를 들어 , 고령층 이용자가 자주 쓰는 기능이 무엇인지 조사한 뒤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2개 메뉴를 필수로 포함한 고령자 전용 모드를 만들도록 했다 . 또 은행 앱 메인 화면에서 2번 이하의 터치 만으로 이 모드에 빠르게 접근하도록 했다 . 사용법을 익히는 데에 젊은층에 비해 오랜 시간을 필요로하는 점을 고려해 재학습이 필요한 수준의 앱 업데이트 또한 지양하도록 했다 . 은행들은 이를 반영한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앱을 2023년 상반기까지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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