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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재산’ 맡긴 코인 거래소까지 카톡 따라 먹통…“이게 말이 됩니까?”

등록 2022-10-17 17:21수정 2022-10-18 16:15

실시간 백업체제 없이 운영된 사실 드러나며
이용자·정부·정치권·업계 한목소리로 “어찌 이런 일이?”
재해복구 시스템 설계방식 따라 비용 달라져
“경영 선택 문제…행정서비스 믿고 올려도 되나”
에스케이씨앤씨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발생했던 카카오가 지난 16일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에스케이씨앤씨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발생했던 카카오가 지난 16일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완전 복구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과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이용자·정부·정치권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국민 일상생활의 토대이자 주요 행정서비스까지 대신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서버(서비스용 컴퓨터) 이중화(미러링·두 서버가 같은 기능을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수행) 체제도 갖추지 않은 채 운영돼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법·제도 정비와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원회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카카오는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백업해 뒀다고 하지만, 정작 정상화는 지연됐다”며 “이는 시스템 복구가 안됐다는 의미인데, 그러면 아무리 데이터를 백업해도 (재난 대비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카카오톡 서비스가 무료 서비스이다 보니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양현서 카카오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교와 안양 등 전국 데이터센터 4곳에 서버를 분산 운영하고 있으나, 화재 현장 접근이 어려운데다 서버 3만2천대가 동시에 다운된 일은 정보기술 업계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인 일이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 정보기술 업계 전문가들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카카오가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는 백업해 뒀는지 몰라도, 주요 서버가 다운됐을 때 즉시 예비 서버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시스템 백업체제 구축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또 “화재는 재난 대응 훈련 시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상황인데, 예측하지 못해 대응이 늦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큰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이렇게까지 이중화 작업 준비를 안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 관계자는 “특히 다음 포털, 웹툰 뿐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로그인까지 카카오톡 계정을 통하도록 인증 체계를 통합해 둔 마당에, 인증 서비스나 서버를 쪼개 두지 않아 한꺼번에 다운됐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형 정보기술 기업 관계자는 “(에스케이씨앤씨 같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은 서버 설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고, 결국 그 내부 설계를 어떻게 할지는 (카카오 같은) 고객사의 몫”이라며 “데이터와 시스템 백업을 실시간으로 할지, 1시간 또는 10분에 한번씩 할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이는 모두 개별 기업 내부의 경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정보기술 회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카카오톡 정도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실시간 백업체제를 갖춰 화재는 물론 지진·홍수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게 안돼 있었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국민 생활에 밀접한 행정 서비스까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인만큼, 이번 참에 카카오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의무와 책임을 무겁게 부과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2022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포상’ 보도자료를 내어 ‘모바일 전자고지 시스템’ 도입 성과를 홍보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정부 부처 8곳, 지방자치단체 285곳, 공공기관 47곳 등이 각종 고지서와 안내문을 문자메시지·카카오톡·네이버앱 등으로 발송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에만 연간 1억건의 전자고지가 유통돼 26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알렸다.

최경진 가천대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법학 교수)는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서비스를 민간이 대신 해 준 셈이다. 그런데 정부 행정 서비스에 문제가 있으면 담당자를 징계하거나 예산을 들여서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만, 민간 사업자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정부 서비스를 대체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정성·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기간통신서비스만큼이나 공공재 역할을 하게 됐다”며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서비스 사업자(통신사)에 준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 데에는 정부가 각종 기회를 제공하고 편의를 봐준 것도 한 몫 했다”며 “맡겨놓고 제대로 감독을 안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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