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신산업 분야 성장을 주도하는 ‘디지털 뉴딜’ 기조를 사실상 폐기하고, 민간에 혁신 주도권을 넘기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정부 주도 투자는) 민간기업의 영리 투자로는 못 하는 분야, 특히 미래전략적 도전 기술과 파급 효과가 큰 원천 기술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누리호’ 성공을 계기로 향후 우주경제 시대를 열어갈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선 글로벌 수준의 인공지능(AI) 역량을 확보하고 디지털플랫폼 정부 추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밖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체계 수립, 취약계층 디지털 복지 강화도 주문했다.
과기정통부는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국가 혁신 체제를 새로 짜고, 선도형 기술 혁신과 디지털 혁신을 확산시켜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5대 핵심 과제를 이날 발표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기조를 사실상 폐기하고, 민간 중심의 국가 연구개발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9월까지 반도체·우주항공·인공지능(AI) 등 10여개 분야를 ‘전략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해야 할 기술과 구체적인 개발 목표를 담은 전략 로드맵을 내년까지 만든다. 범부처 사업을 한데 모아 연구개발 예산을 재배분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이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부문 전문가들이 직접 ‘초격차 전략기술 프로젝트’를 설계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종호 장관은 반도체와 소형 원전(SMR),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선 인공지능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 등에 2026년까지 1조1000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와 스마트공장을 만든다. 이를 통해 국산 기술을 실증·적용하기 위한 초기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산 소프트웨어를 키우기 위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국내 민간에서 개발한 것을 우선 채택하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국가가 주도해 오던 우주 기술 분야에서도 민간에 점진적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 주도 아래 연구·개발이 이뤄지게 할 계획이다. 학사 제도를 개편하고 재능 사다리, 글로벌 트랙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키운다는 계획도 내놨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5세대(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중심으로 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도 논의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소비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제기된 30GB대 5G 요금제 출시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통신 요금과 관련해서는 우선 (24GB) 중간요금제 관련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에 신규 요금제 출시 신고를 한 에스케이텔레콤(SKT)뿐 아니라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도 8월 안에는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다른 부분들은 계속 추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오후 2시반부터 1시간 20분 가량 과기정통부 관계자 배석 없이 이 장관의 단독 보고로 이뤄졌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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