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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단독] 괌에서 원격근무도 된다…라인, 재택공간 제한 풀었다

등록 2022-04-25 12:37수정 2022-04-26 02:25

라인플러스 “국내 한정 원격근무를 7월부터 외국도 허용”
체류국 등 공간제한 없애…급여 이어 ‘근무제도 개선’ 경쟁
워케이션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워케이션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판교테크노밸리에 본사를 둔 플랫폼 회사 개발자로 일하는 박재영(가명)씨는 언젠가 ‘파이어족’(이른 은퇴자)이 돼 라오스나 태국에서 사는 게 목표다. 한적한 곳에서 개인사업을 구상하고 자녀들도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당장은 이런 구상이 ‘꿈’일 뿐이다. 박씨는 은퇴해도 걱정 없을 만큼의 여윳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박씨처럼 ‘외국 생활’의 꿈과 직장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오는 7월부터 ‘국외에서의 원격근무’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네이버 등이 불붙인 아이티(IT) 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에 동참하는 한편, 유례 없는 방식의 원격 근무제도를 도입해 인재 유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 인상에 이어 근무방식 개선이 우수한 개발자·기획자 확보의 화두가 되는 모습이다.

괌, 지중해변 ‘워케이션’이 현실로

 라인플러스는 25일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근무제도를 안내하는 전자우편을 보내 “그동안 국내로 한정됐던 원격근무 가능 지역을 오는 7월부터 국외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주 5일 완전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근무 장소도 체류 국가 등과 같은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새로운 근무 환경에 잘 정착하도록 월 17만원의 하이브리드(혼합형) 근무 지원금도 지급된다.

 라인플러스는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 계열사다. 원격근무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국내 아이티 회사들 중에서도 국외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한 곳은 라인플러스가 처음이다.

 라인플러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 급여도 두자릿수 이상 비율로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2% 올리고, 모든 임직원의 기본급을 최소 500만원 인상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카카오 노사가 연봉예산 15% 증액 및 개인별 500만원 인상 보장, 네이버가 연봉예산 10% 증액 및 개인별 300만원 인상 보장에 합의한 데 이어 라인플러스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처우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외에도 네이버 일본 현지법인 제트(Z)홀딩스와 라인플러스의 경영 통합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1개월치 급여가 특별 보너스로 지급된다. 이번 합의안은 노조의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글로벌 메신저앱 ‘라인’의 캐릭터들. 라인플러스 누리집
글로벌 메신저앱 ‘라인’의 캐릭터들. 라인플러스 누리집

IT 구인경쟁 2라운드는 ‘근무제도 개선’

 아이티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라인플러스의 근무체제 개편을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2년여간 이어져온 원격근무를 마치고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어서다. 전자기기 사용에 능한 아이티 기술자들 중에는 ‘비대면으로 일해도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감염병 종식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 본사가 새 근무체제 선호도에 대한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원격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희망자가 52.2%로 가장 많았다. 주 5일 원격근무를 원한다는 답변도 41.7%나 됐다.

 전면 원격근무에 더해 ‘국외 근무’가 허용될 경우, 급여가 비교적 높은 아이티 대기업 직원들은 해외에서의 휴양과 업무를 겸하는 ‘워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게 아이티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한 포털업체 기획자는 <한겨레>에 “아이티 회사에는 전자장비를 끼고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를 꿈꾸는 동료들이 많다”며 “라인플러스 직원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아이티 업계에서는 라인플러스의 이번 결정으로 인재 유치를 위한 ‘근무제도 개선’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까지는 기업들이 큰 폭의 연봉 인상으로 인재들을 붙잡아왔지만, 비대면 경제활동 ‘특수’가 끝나고 회사들의 실적이 꺾인 뒤엔 올해만큼 연봉을 높이기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20~30 세대 입맛에 맞춘 새로운 근무양식이나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 등 큰 재원이 크게 들지 않는 처우 개선책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아이티 회사 관계자는 “최근 아이티 기업들의 처우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직원들이 연봉에 더해 삶의 질을 직장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젊은 아이티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는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인재 영입 경쟁에서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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