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네이버 신사옥(‘1784’)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가 “향후 5년 내 연매출 15조원, 글로벌 이용자 10억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와 웹툰 등 콘텐츠 사업을 발판 삼아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으로 추락한 내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인사제도와 조직문화를 각별히 챙기겠다고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신사옥 ‘1784’에서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경영비전을 밝혔다. 최 대표는 먼저 2026년까지 5년 동안의 성장 목표를 내놨다. 현재 7억명 정도인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를 10억명으로 늘리고, 지난해 6조8천여억원이었던 연 매출을 15조원으로 키우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50조원 정도인 회사 시가총액을 150조원으로 불릴 계획”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주력 사업으로 메타버스(가상현실)를 꼽았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는 지난달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는 등 이 회사 글로벌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밴드·카페 등 네이버 기존 커뮤니티 서비스와 스포츠 중계·웹툰 등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네이버 스마트폰 앱에 메타버스를 연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어 “메타버스의 본질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이용자들이) 취향과 관심을 기반으로 열광하는 주제에 모여 다양한 일들을 하는 형태”라며 “(예컨대) 메타버스에서 스포츠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응원하는 커뮤니티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산업도 네이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다. 지난해 인수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등을 앞세워 북미·유럽지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함께 나선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 웹툰의) 월 평균 유저 지출액이 넷플릭스를 능가했다. 웹툰은 (OTT 서비스와 달리) 월 구독료라는 지출액 ‘상한’이 없는 서비스”라며 “웹툰의 콘텐츠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새 경영진은 회사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쇄신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과도한 업무 압박을 호소하며 사망한 뒤 수직적인 업무 관행 등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처다. 당시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 결과, 네이버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직장 괴롭힘 피해 등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대표는 사내 신뢰 추락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인사조직 등을 콕 짚으며 “대표이사 직속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문화와 인사 등 스태프(지원부서) 역할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네이버의 인사 등이 글로벌 수준의 조직을 갖췄냐는데 대해서는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인사(HR)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다양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는 물론 지난 12일 사내 간담회 컴퍼니온 데이에서도 여러 차례 ‘팀 네이버’라는 말을 강조했다. 각 직원과 부서가 성과 등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글로벌 진출 등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한 팀임을 강조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회사가 자신을) 소홀히 한다고 느낀 직원들은 없는지, 회사가 성장한 만큼 직원 개개인이 그 성장을 체감했는지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며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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