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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단독] “직원 사망 책임 잊은 인사”…네이버 직원들 ‘주총 반대’ 인증 붐

등록 2022-03-07 15:19수정 2022-03-07 20:29

채선주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에 직원들 ‘반발’
보유 주식으로 반대표 행사 후 ‘릴레이 인증’
“동료 죽음 사건 때 인사 책임자가 오히려 영전”
2019년 네이버 직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사옥 앞에 내건 현수막. 당시부터 최근까지 네이버에서는 회사의 적극적인 내부 소통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거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9년 네이버 직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사옥 앞에 내건 현수막. 당시부터 최근까지 네이버에서는 회사의 적극적인 내부 소통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거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신규 이사 선임안 반대표 던지고 왔다. 비록 몇백주 밖에 안되지만 내 의지는 표하고 싶었다.”(네이버 직원 ㄱ씨)

“동료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인사책임자가 전혀 패널티(불이익)가 없다는 게 ‘노답’(답이 없음)이다.”(네이버 직원 ㄴ씨)

네이버 임직원들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채선주 네이버 최고소통책임자(CCO·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 인증’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네이버 직원이 사망했을 당시 인사업무 총괄 임원이던 채 부사장에게 이에스지(ESG) 경영 등 중책을 맡길 수 없다는 의사 표현이다. 네이버가 경영구조 쇄신책으로 내세운 시(C)레벨 경영진 해체가 직책 이름만 바꾼 ‘무늬만 쇄신’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7일 네이버 임직원들과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일부터 7일 현재까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네이버와 계열사 게시판에는 ‘채선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과 댓글 170여건이 올라왔다. 일부 임직원들은 스톡 그랜트(자사주 지급) 등으로 보유하던 주주 의결권으로 온라인 주총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뒤, 화면을 갈무리하는 방식으로 ‘투표 인증’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반대표로 행사한 주식 수는 적게는 10여주부터 900주까지 다양하다. 한 직원은 “(소액주주인) 우리가 반대한다고 선임안이 부결되지는 않겠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항거 표시로 투표했다”고 썼다.

5일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의 네이버 게시판에 네이버 임직원들이 올리고 있는 ‘채선주 부사장 사내이사 임명 건’ 주주총회 반대투표 인증. 제보자 제공
5일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의 네이버 게시판에 네이버 임직원들이 올리고 있는 ‘채선주 부사장 사내이사 임명 건’ 주주총회 반대투표 인증. 제보자 제공
앞서 지난달 네이버는 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공지했다. 채 부사장은 네이버 창업 초창기인 2000년부터 회사 홍보 업무를 도맡아왔다. 인재개발실장·최고소통책임자를 거쳐 인사·홍보·대관 등 경영지원 부서를 총괄하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복심’으로 알려져왔다. 이번에는 그룹 이사회 멤버인 사내이사로 발탁되며 이 창업주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평이 나온다.

네이버 이사회는 채 부사장의 추천 사유로 “회사와 아이티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네이버의 이에스지 책임 경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5월 네이버 직원이 업무 압박 등을 호소하며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출근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5월 네이버 직원이 업무 압박 등을 호소하며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출근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지만 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사내 여론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네이버 직원이 업무 압박을 호소하다 사망한 뒤, 회사가 강도 높은 인사 쇄신을 약속하고도 인사를 관할하던 임원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는 반발이 인 것이다. 당시 네이버 노동조합 등의 자체 조사 결과, 이 사건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은 가해 임원의 폭언 등을 여러 차례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고용노동부의 네이버 대상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수직적인 직장문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고용부가 받은 직원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6개월 새 직장 내 괴롭힘을 한차례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44%는 ‘괴롭힘을 겪어도 혼자 참는다’고 밝히는 등 피해 직원이 회사에 도움을 청할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인사·직장문화 관리를 총괄하는 채 부사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네이버의 한 직원은 <한겨레>에 “네이버 임직원 대부분은 소관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인사 상 책임을 진다. 반면 직원 사망이라는 비극에 책임이 있는 임원은 오히려 승승장구하니 이해할 수 없다”며 “(채 부사장이) 인사 총괄로서 책임을 다하고 회사가 조직문화 개선에 실질적인 대책을 내기를 바라며 반대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사내 소통’ 방식을 둘러싼 불만도 직원들의 반발 원인으로 풀이된다. 연초부터 네이버 내부에선 성과 보상과 근무방식 개선 등 직원들의 관심사에 대해 회사가 투명한 방침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 왔다. 특히 최근 경쟁사인 카카오의 남궁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등 경영진이 구체적인 연봉 인상 방침을 사내망에 직접 알리면서 회사의 적극적인 소통에 대한 네이버 직원들의 요구도 커졌다. 네이버의 다른 직원은 “최고소통책임자는 외부 뿐 아니라 ‘대내’ 소통에도 책임을 지는 자리다. 직원들은 회사의 불통 행보에 대한 책임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회사 쪽에 직원들의 주장과 행보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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