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다양한 기술과 상품이 선보이는 자리다. 현대자동차는 2022CES에서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을 등장시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한 메타버스(가상현실) 이미지를 구현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미래 기술 발전에 대한 예측은 얼마나 정확하고 쓸모가 있을까.
새해를 맞아 ‘2022년의 기술 트렌드’ 예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다양한 미래형 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일 <뉴욕타임스>는 올해에 생활속 깊숙이 침투할 4종의 기술 트렌드로, 메타버스, 스마트홈, 커넥티드 헬스, 전기자동차를 꼽았다. 머리에 쓰는(헤드업) 디스플레이, 가상현실 서비스, 홈네트워크와 연결된 디지털가전, 음성비서, 스마트워치와 착용형 피트니스 기기와 디지털 보건기구, 전기차 등은 이미 다양한 상품이 경쟁중인데 올해 본격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그동안 구글, 테슬라 등이 상용화 일정을 예고해온 자율주행차는 최근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15년 “2~3년 안에 자율주행차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도 ‘완전(4단계) 자율주행차 연내 출시’를 공언해왔지만 최근 돌변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트위터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라며 인공지능 기술 지연을 탓하며, 태도를 바꿨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2018년부터 자율주행 택시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몇 년째 보행자가 드물고 거의 비가 오지 않는 피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7년간 이끌다가 자율주행차 기업 오로라를 세운 크리스 엄슨은 지난해 자율주행차 보급 시기를 30년 뒤인 ‘2051년 이후’로 예상했다.
지금 예측되는 미래 기술들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미래 기술 예측’에는 수많은 전문가와 자원이 투입되지만 훗날 점검해보면 정확도가 처참한 수준이다. 정보기술 분야에는 두고두고 소환되는 황당한 미래 예측과 결정이 수두룩하다. 1943년 컴퓨터 개발 당시 아이비엠(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은 “전세계적으로 5대 정도의 컴퓨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49년 미국 <포퓰러 메카닉스>는 “미래엔 컴퓨터 무게가 1.5톤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7년 세계 최고의 인터넷검색 기업 야후는 당시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생 2명이 설립한 유망 검색기업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2001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한 1인용 이동수단 세그웨이에 대해 “개인용 컴퓨터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격찬하며 거액을 투자했지만, 실패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500달러라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화기”라고 조롱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미래 예측은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다. 엠에스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6년 “사람들은 2년 안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한다”고 말한 대로다. 국내 정보기술 출판물의 키워드도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에서 어느새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바뀌었다.
24개월마다 반도체 칩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영향으로 정보기술은 어느 분야보다 변화가 빠르고 광범하다. 양적 방법을 활용한 미래 예측 시도가 활발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와 네트워크 확대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져 정확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실은 현재와 다르리라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터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라고 말한다.
미 육군대학원은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된 뒤의 세계 정세를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특징짓고 네 단어의 영어 약자를 따서 ‘뷰카(VUCA)’ 시대라고 이름붙였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 예측 수요는 늘어난다. 예측 능력은 인류를 추위와 기근, 맹수의 공격에 대비하게 해준 생존의 도구였지만, 불확실성 높은 현대 사회에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지난달 30일 “미래 예측이 ‘불확실성’과 ‘불안’을 키우고 판매하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데번 파워스 템플대 미래학자의 글을 실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미래 예측은 수익성이 높아지고 활발해지지만, 미래 예측이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않고, 미래 예측도 땅이나 자본처럼 사람마다 접근성이 다르고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일종의 ‘사치품’과 유사하고, 투자와 기대 수익, 수요공급 조정 등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그 결과 ‘부유한 백인 남성’들에 의한 미래 전망이 지배적이 된다는 게 파워스 교수의 우려다. 그는 더나은 미래 예측을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미래 전망으로부터 누가 가장 이익을 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3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으로 미래 예측이 어느 때보다 풍성해진 시점에서 곱씹어볼 문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