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석 케이티(KT) 네트워크혁신티에프(TF)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발생한 케이티 전국 유·무선 인터넷 장애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력업체의 (주간작업 변경) 요청이 있었습니다.” (서창석 KT 전무)
“협력사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거 아닙니까?” (홍익표 의원)
어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잘못의 크기와 순서 중에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부서장이 부하직원이 잘못 올린 보고서의 실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면, 보통 기업은 상급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업무 전반의 추진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서장이 더 큰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원청과 협력업체(하청) 간 관계도 다르지 않다. 협력업체가 사업에 지장을 주는 실수와 요구를 했는데, 원청이 이를 바로 잡지 못하거나 도리어 승인했다면 사고의 더 큰 책임은 원청에 있다고 봐야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 사고를 일으킨 케이티는 협력업체의 ‘1차 책임’을 강조하며 자사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듯하다. 지난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나온 서창석 케이티 네트워크혁신티에프(TF)장은 ‘왜 야간에 해야 할 라우팅 작업을 주간에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질문에 “협력업체의 요청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책임회피성 발언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앞서 구현모 대표도 지난달 28일 서울 케이티 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간에 작업을 했어야 되는데 그 작업자(협력업체 직원)가 주간에 작업을 해버렸다”고 말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고 원인분석 결과를 보면, 라우팅 작업시간대 변경은 케이티 직원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이 요청을 협력업체가 한 것은 사실이다.
케이티 책임은 ‘관리감독 소홀’에 그치지 않는다. 과기정통부 발표대로, 협력업체가 ‘엑시트’(exit)라는 명령어를 빼 먹고 작성한 스크립트를 검토할 책임은 어디까지나 케이티에 있다. 케이티 검토 과정이 철저했다면, 협력업체가 ‘1차 잘못’을 했더라도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은 훨씬 낮았다고 봐야 한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선 이번 사고에 대해 한 케이티 직원이 남긴 댓글이 화제가 됐다. 이 직원은 사고에 관련된 케이티 직원이 징계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 직원은 이런 실수 안 해! (라우팅) 설정 같은 거 할 줄 모르거든! (징계받는 건) 협력사 직원일 거야!”라는 ‘웃픈’ 댓글을 썼다.
내부 직원들조차 공감하지 않는 협력업체 탓을 멈추고, 이제라도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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