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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높아진 환경·사회의식…기업가치 ‘질적 변화’ 이끈다

등록 2015-10-13 17:26

왼쪽부터 기아자동차, 엘지생활건강, 풀무원, 디지비금융그룹, 아모레퍼시픽, 엘지화학, 삼성화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각 회사 제공 <A href="mailto:jonggeel@hani.co.kr">jonggeel@hani.co.kr</A>
왼쪽부터 기아자동차, 엘지생활건강, 풀무원, 디지비금융그룹, 아모레퍼시픽, 엘지화학, 삼성화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각 회사 제공 jonggeel@hani.co.kr
[Special Report] ‘2015 동아시아 30’ 한국 기업 사례
올해 ‘동아시아 30’에 선정된 국내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CSR) 활동을 분야별로 크게 나눠보면, 환경과 사회 쪽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많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환경과 사회 분야에 대한 사회책임경영의 국제적 잣대를 적용하면 동아시아 3국에서도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사회책임경영의 질적 변화도 엿보인다. 단순히 외부로 드러나는 활동보다 기업 내부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올해 선정된 기업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돋보였다. 사회적 평판을 높이기 위한 홍보 수단쯤으로 여겨졌던 사회책임경영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 기아자동차

화학물질 안전 관리 세계 최고 수준

기아자동차는 환경 영역에서 특히 자원과 폐기물 관리와 관련한 정책과 실행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생산공정의 유해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유출을 방지하는 시스템은 전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기아차는 2003년부터 ‘성장과 환경이 대립하지 않는 균형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이행해야 할 곳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2012년부터는 전세계 사업장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글로벌 환경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외 환경규제 동향을 점검하면서 각 사업장의 성과를 공유하고 협업을 이뤄가고 있다. 정보 공유는 부품 납품업체로까지 확대돼 운영된다. 납품업체와 정보공유 공간을 구축해 에너지 기술과 절감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제공한다.

기아차의 환경경영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용된다. 환경친화적 제품 설계는 디지털 기반에서 이뤄진다. 설계자는 환경 설계가이드에 따라 원재료의 환경적 영향을 파악해 재료를 선정하고, 완성된 설계도면은 재활용 최적화 시스템디자인(DOROSY)을 이용해 검증을 거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가상의 3차원(3D) 공간에서 차량을 해체해 보면서 해체 용이성과 재활용성을 평가하는데, 이 결과에 따라 설계를 바꾸거나 재활용성이 낮은 부품을 대체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원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창출한 경제적 가치 또는 매출액을 측정하는 시스템으로서 2007년부터 ‘에코 효율성’ 지표를 개발·도입했다. 경제적 효율성과 생태적 효율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제품의 원재료부터 생산, 사용, 폐기의 각 주기와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부하를 측정한다.

■ 엘지(LG)생활건강

‘탄소성적표지 인증’ 품목 가장 많아

엘지(LG)생활건강은 환경 평가 영역에서 ‘동아시아 30’에 선정된 기업 가운데서도 평균을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 일상 기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투명하게 공시하며, 환경 관련 투자도 활발하다는 게 높은 평가의 근거다.

엘지생활건강의 친환경 경영은 중장기 목표에서부터 세부 과제까지 잘 짜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린경영 2020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그린 사업장’, ‘그린 신제품’, ‘그린 신사업’을 3대 목표로 정하고 연도별, 사업장별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 예산까지 확보해뒀다. 엘지생활건강은 이런 적극적인 환경 투자로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예컨대 자연 발효 화장품 브랜드인 ‘숨37’의 용기 제작에 특수공법을 적용해 용기 중량을 75%가량 줄여 재료비를 절감하고 용기 금형 투자비 역시 3분의 1가량 줄였다.

엘지생활건강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탄소성적표지 인증제도’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국내 생활용품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증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탄소성적표지 인증제도란 제품의 생산·유통·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제품 라벨에 표기하는 것으로, 엘지생활건강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인증받은 품목이 30개를 넘는다. 엘지생활건강은 이런 공적 평가를 통해 얻은 환경적, 경제적 성과들을 중견·중소 거래기업들과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거래 기업 12곳과 ‘탄소파트너십’이라는 이름으로 협약을 맺어, 이들이 친환경 경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품 공정 등에 대한 자문도 해주고 직원 교육 방식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 풀무원

2017년 에너지원단위 25% 절감 목표

풀무원은 일반적으로 제조업 기업들이 우세한 환경 부문에서 식품 생산·유통업체로서는 드물게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환경 경영과 관련해 나름대로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기나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물질 배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친환경 제품과 에너지 사용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풀무원은 환경안전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에너지 원단위 25% 절감, 용수 원단위 40% 절감, 제품·서비스에서 쓰레기 제로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최고경영자가 주재하는 분과회의에다 전사적인 환경안전위원회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및 주요 정책, 현안 등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고, 환경 및 안전과 관련한 워크숍이나 실무협의체를 수시로 가동한다.

이런 친환경 경영에 대한 사회적 약속의 하나로 지난해 10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함께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그린카드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약은 정부의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도와 그린카드 제도를 기업의 친환경 경영과 연계시킨 것으로, 기업이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탄소유발형 농축산물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앞장서겠다는 공동 업무협약이다.

■ 대구은행

국내 최초 ‘DGB 사이버그린지점’ 운영

대구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거느린 디지비(DGB)금융그룹은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라는 경영이념에 따라 이해관계자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을 내세운다. 올해 ‘동아시아 30’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도 지역사회와 취약 계층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디지비금융그룹은 본업인 금융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길을 앞장서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 기반의 환경분야 특화 점포인 ‘디지비사이버그린지점’을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점포에서는 주로 환경 관련 금융상품을 취급하며, 수익금의 일부에다 자체 조성한 기금을 더해 지역의 환경 보존활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및 음성서비스 기능이 추가된 자동화기기를 거의 대부분 점포에 배치했고, 이주노동자나 장애인 같은 금융소외계층이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앱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이다.

취약계층의 청소년과 아동을 상대로 교육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디지비꿈나무교육사업단’은 2014년 6월 은행권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이밖에 노인 일자리와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동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마다 ‘파랑새시니어 행복한 일터’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는 노인 봉사자들을 모집해 아동시설이나 다문화 가족, 미혼모센터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는 일이다.

■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8년째

아모레퍼시픽의 사회책임경영은 고객 밀착형이다. 마케팅 전략으로 치면, 단순한 판매 목적을 벗어나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익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2008년부터 해마다 해오고 있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이다. 피부 변화와 탈모와 같은 갑작스런 외모 변화로 고통받은 여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헤어 연출법 등을 공유하고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도록 돕는 캠페인이다.

여성 암환자에게 특화된 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2011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400여명을 상대로 환자의 자기 보고와 기기를 통한 전문적인 피부 변화를 측정해 항암치료 뒤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 상태를 추적, 관찰하고 있다. 암환자의 피부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2001년에 시작해 올해까지 15년째 벌이고 있는 ‘핑크리본 사랑마라톤’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행사다. 여성의 유방암 예방 의식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2014년의 경우 마라톤 행사에 참여한 1만4천여명이 낸 참가비 전액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해 저소득층 환자 후원과 유방암 연구 등에 사용했다. 이밖에도 유방암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직접 강의하는 건강 강좌 ‘핑크투어’, 일반인이 홍보대사로 참여하는 ‘핑크제너레이션’ 등의 다양한 행사를 해마다 열어 여성의 유방암 예방과 건강관리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 LG화학

이해관계자 집단과 소통·협업에 적극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기업시민’이란 인식이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안팎의 여러 이해관계자 집단과 소통과 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점에선 엘지화학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엘지화학은 우선 안전과 환경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개선을 위해 국내 20여곳에 이르는 사업장의 관련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전사 안전환경위원회’를 해마다 두 차례 이상 열고 있다. 여기서 관련 이슈와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전사 차원의 역량 강화 방안과 계획을 논의한다. 사업장의 산재 위험을 막고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된다. 회사와 노조 쪽이 각각 동수로 참가해 구성되는 위원회는 관련 현안에 대한 심의뿐 아니라 의결 권한까지 갖고 있다.

엘지화학은 업종 특성상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한 국내외 규제 논의는 엘지화학의 사업 환경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에너지·온실가스 절감에 경영진과 전 사업장이 긴밀히 협업할 수 있도록 전사 에너지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세부 절감 계획의 실천력 강화를 위해 사업장별로도 에너지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또한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40억원 규모의 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에너지 진단 및 개선 자문이나 에너지 교육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삼성화재

CEO 직접 참여하는 지속가능경영위

삼성화재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지배구조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사회 구성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며, 2012년부터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여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올해 초에는 보험사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국제 협약인 ‘지속가능보험원칙’에 가입했다.

지속가능보험원칙은 세계 200여 금융회사가 회원으로 가입된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가 2012년 6월 주요 20개국(G20) 리우 정상회의에서 선포한 국제 협약으로, 보험사의 핵심 경영활동에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경영을 내재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세계적 보험사 44곳을 포함해 유관기관까지 모두 80여곳이 이 원칙에 동참하고 있는데 국내 보험사에서는 삼성화재가 최초다. 지속가능보험의 4대 원칙에서 첫번째는 ‘경영상의 의사결정 때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다’이고, 두번째는 ‘고객 및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고 위험 관리와 해결 방안을 찾는 데도 함께한다’이다. ‘원칙의 이행 성과를 정기적으로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도 4대 원칙에 들어간다.

삼성화재는 자산 운용에서도 사회책임투자(SRI)와 관련한 원칙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기업에 대출을 하거나 투자를 검토할 때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성과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분야에 1450억원을 투자하고 3648억원에 이르는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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