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지속가능발전 도시정책
물의 도시, 동양의 맨체스터, 상인의 도시….
일본 간사이(관서) 지역의 중심 도시인 오사카시가 걸어온 역사를 상징하는 수식어들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굴뚝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발전해온 지 100여년. 오사카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78년 호흡기 질환자 432명이 제기한 ‘오사카시 니시요도가와구 대기오염 사건’이었다. 판결까지 20년이 걸린 1심에서 법원은 일본 최초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호흡기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공단 내 기업들과 관리자인 국가와 도로공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니시요도가와구는 메이지·다이쇼·쇼와 시대에 걸쳐 철도·도로·교량 등의 공업 인프라가 정비되고 방적·기계·금속·철강·화학 산업이 급속히 발달한 지역이다.
오사카시는 니시요도가와구 대기오염 사건이 소송으로 번지자 법원 판결과는 관계없이 기존 도시개발 계획 전반에 대한 진단에 나서 1990년 ‘오사카시 종합계획 21’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뼈대는, 자본을 통한 경제개발 방식에서 탈피해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탄소 절감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오사카시의 탄소 절감 프로젝트는 신선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는 물론 1992년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리우 회의보다 앞선 것이었다. 활기찬 경제,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청사진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오사카시는 첫 종합계획을 발표한 지 15년이 흐른 2005년 ‘2006~2015년 오사카시 종합발전계획’을 내놨다. 1990년의 청사진이 시의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고른 미래 발전 전략을 제안한 것이었다면, 2005년 계획에는 경제·교통·문화·주거·교육·보육·건강·사회복지·일자리·환경·인권·에너지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담았다. 2005년 당시 말단 대리로 오사카시 종합발전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카모토 미쓰후미 정책기획실 과장은 “주민과 학계, 시민단체와 영역별 전문가 등 사실상 오사카시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담겨 있는 종합 도시계획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도별 정책목표 정해 주기적 평가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행과 성과로 연결될 수 있었던 오사카시만의 비결이 있다. 2005년 계획은 31개 세부정책마다 10년 뒤 성과 목표를 계량화한 수치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간사이공항을 출입하는 외국인 수를 2003년 214만명에서 2015년까지 58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했다. 실제 2014년 간사이공항의 출입국 외국인은 698만명에 이른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오사카시는 연도별 정책 목표에 따라 이를 평가하고 있다. 평가 주기는 제각각이다. 정책 성과가 나타나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주거사업의 경우 2~3년 주기로 평가하는데, 교통·환경 등의 분야는 평가 주기가 이보다 짧다.
부서 간 갈등 차단 위해 겸직제 운영
정책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서 간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겸직 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오카모토 과장은 “현재 산업국 안에 약 10여명의 환경국 직원들이 겸직하고 있다. 함께 현안 관련 회의를 하면서 부서 간 이해를 넓히고 협력을 통해 정책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균형 잡힌 정책과 시스템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추진 방향과 실행 과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오사카·나라·고베·교토 등 간사이 지역에서 30여년간 중소 규모의 마을 만들기 연구를 진행해 온 ‘엔피오(NPO) 정책연구소’의 스구타 하루오 이사장은 오사카시 공무원과 지역 공동체 간 ‘소통 부족’을 지적한다. “오사카시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살펴보면, 정작 중요한 지역 파트너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지역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들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라고 꼬집었다.
리쓰메이칸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의 이시하라 가즈히코 교수도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성공하려면 민간 거버넌스의 활성화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저조한 참여와 이를 야기한 시 행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하시모토 도루 시장이 취임한 뒤 주민협의체가 더 위축됐다. 인접 지역인 고베만 하더라도 주민협의체 수가 100여개에 달하지만 오사카시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실행하고 평가하는 전 단계에 주민 협의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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