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 도쿄’의 핵심 전략은 경제·사회·환경을 아우르는 균형 발전이다. 사진은 강과 바다, 빌딩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쿄도. 도쿄도 정책기획부 제공
도쿄의 지속가능발전 도시정책
지난 5월22일 일본 도쿄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도청사 11층 회의실. 도쿄도 정책기획부 가네코 다카히코 과장이 빛바랜 단행본 한 권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그가 펼쳐 보인 건, 도쿄도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담은 최초의 ‘도쿄도 종합발전계획’이었다. 제18회 도쿄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둔 1963년에 작성한 계획서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뿐만 아니라, 고속철도 신칸센을 활용한 교통 정책, 고령화 사회를 염두에 둔 사회복지 정책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경제·사회·환경 관련 정책이 균형을 이룬 지속가능한 도시, 도쿄도를 선언한 최초의 보고서였다. 50여년이 지난 2014년 12월, 도쿄도는 다시 한번 경제·사회·환경 분야를 총망라한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신임 도지사 취임과 함께 2020 올림픽 유치 등 다양한 내외부 요구가 그 배경이다.
‘2014년 도쿄도 종합발전계획’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정책의 ‘균형’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다. 먼저, 정책의 균형은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고른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 런던과 뉴욕을 능가하는 금융도시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 지진·치안·정보보안 등을 아우르는 안전 강화, 화석 에너지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통한 탄소 절감, 주거 여건 해결을 위한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정책과 세부 목표를 제안하고 있다.
개발·보전 갈등할 땐 기획부가 나서
이런 정책 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도록 다독이는 역할은 정책기획부가 담당한다. 이들은 도쿄도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현업 부서가 제안하는 다양한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관리한다. 예를 들어, 도시환경국은 2024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리고 공원·녹지 공간을 갑절 이상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안한다. 반면 산업국에선 같은 기간 소기업 창업을 두 배 이상 늘려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안한다. 자칫 ‘개발’과 ‘보전’ 사이의 갈등이 예견될 때 정책기획부가 해결책을 내놓는다. 가네코 과장은 “먼저 산업국이 원하는 창업은 화석연료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서비스업으로 유도하고, 신재생 에너지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환경국엔 경제적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가정에서 우선 시행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한다.
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 듣고 반영
‘소통’을 위해 도쿄도는 지속가능발전 정책 기획부터 성과 보고에 이르는 세부 추진 단계 전반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포함하도록 했다. 종합발전계획에서 현업 부서가 수립한 정책 목표는 모두 360개에 이른다. 광범위한 정책들은 추진 단계별로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놓쳐선 안 될 절차가 있다. 바로 지역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정책기획부는 현업 부서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정책 목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담아내도록 요구한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실제 정책 실행에 어떻게 적용하고 참고할 것인지 누리집(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도쿄의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세스를 ‘참획’이라고 부른다. 지역 주민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기획’이라는 의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이 도쿄도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동력이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
도쿄도는 지난해 일본 내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재정을 이뤄냈고, 글로벌 도시경쟁력 평가기관의 인정도 받았다. 올해 2월 대표적인 글로벌 도시 경쟁력 평가기관인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됐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도쿄도가 어떻게 안전한 도시로 꼽힐 수 있었을까? 정책기획부 스노우치 마사시 주임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댄 대표적인 정책 하나를 소개했다. “과거 도쿄도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스프링클러 등을 건물 주변에 설치하던 게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엔 지역 주민의 의견에 따라 관광객 등 목조건물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보호하고 가꿀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도 행정이 주도하는 화재 진압 일변의 방식에서 탈피해, 목조건물 사이사이에 공원과 길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등이 이곳을 오가면서 함께 관리하고 보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쿠치 도시오 수도대학도쿄(옛 도쿄도립대학교) 교수(지리학)는 도쿄도 내 여전한 부서 칸막이가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을 위해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도쿄도의 경우, 자연공원은 환경국, 도시공원은 건설국, 해상공원은 항만국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다. 그럴 확률이 높진 않지만 자칫 3개 공원이 한 지역에 함께 건설될 수도 있다”며 “지속가능발전에 중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실행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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